코로나19로 급변하는 변화 속에 사회적경제가 문제해결 및 대응의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특히 ‘로컬’ 단위의 활동을 통해 그동안 중앙에 밀려 뒤처진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나아가 팬데믹 위기를 넘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본연의 목적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은다.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광주 등 각 지역의 사회적경제를 이끄는 센터장들의 목소리를 통해 2021년을 조망해봤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1주년을 맞이한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사진=이로운넷
2020년 1월 취임 후 1주년을 맞이한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사진=이로운넷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2021년 새해 주요한 목표로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지원’의 개념을 ‘협력’으로 전환을 내세웠다.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코로나19 위기는 ‘사회적경제를 왜 지원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사회적경제가 반복되는 위기 사회에서 공공의 지원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의 든든한 주체로 지역에 자리매김하려면 기업도 변해야 하지만, 중간지원 조직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민간 주체로서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공의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통해서 성장하고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문제해결의 주체로 지역에서 활동하리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해 1주년을 맞은 조 센터장은 그동안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시민’의 역할을 중시해왔다. 그는 “사회적경제를 주류경제와 견줄 수 있는 위치로 만들려면, 시민을 소비자가 아닌 동반자로 성장시켜야 한다”며 “그 방법은 시민들의 사회적경제 활동 양을 늘려서 성공 경험을 늘리는 정공법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의 일문일답.


Q. 2020년 성과를 거둔 센터의 사업은 무엇?

▶2020년은 지원기관들에도 어려운 한 해였다. 공간도 열 수 없고, 교육과 행사도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등 현장을 만나기 어려웠다. 지역 주민들과 가까이에서 만나는 자치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업단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지난해 초 센터는 광역 차원에서 그 몫까지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여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지금 무엇이 어려운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묻는 사회적경제 온라인 간담회 ‘솔루션스쿨’을 열었다.

27차에 걸쳐 분야별로 900여 명의 사회적경제인들이 참여했다. 현장의 구체적인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타개하려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의지가 모여 서울시 3차 추가경정예산 중 사회적경제 지원으로 130억원을 확보하는 근거가 됐다. 예산으로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생존 위기 극복을 지원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신규 사업 개발과 온라인‧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을 지원했다. 또한 돌봄 사각지대 해결을 위한 우리동네 나눔반장, 소상공인과 사회적경제의 협업을 통한 골목경제 활성화 지원 등 시민들의 필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

9일 오전 10시 온라인 간담회 '솔루션 스쿨 최종회'가 열려 지난 26회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난해 9월 열린 온라인 간담회 '솔루션 스쿨 최종회' 온라인 회의 모습. 총 26회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2020년 가장 아쉬웠던 센터의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대면 소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공공구매 영업지원단 사업, 해외연수 사업 등을 중단하거나 전면 개편해야 했다. 특히 공공구매 영업지원단의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상담회’는 연초에 열려 구매하려는 공공기관과 사회적경제 기업을 제때 연결해야 하는데 행사를 연기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렇게 1~2달이 지났을 때 더 이상은 보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국내 첫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상담회로 전환해 5월 7일 행사를 열었다.

5일간 서울시 본청을 포함한 자치구, 교육청, 투출기관 등 51개 기관, 129개 부서의 구매담당자 170명과 112개 사회적경제 기업이 온라인에서 만나 251개 사업의 구매 계획 및 상품 소개 등 내용으로 소통했다. 비대면 상담회로 전환한 첫 해인데도 총 상담 건수는 443건에 이르며, 참여기업의 70%가 만족감을 표했다.

해외연수 사업으로는 뉴스를 통해 파악하기 어려운 해외 주요 도시의 코로나19 대응 정책 방향과 사례를 현지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를 통해 조사하고, 국내 적용가능한 시사점을 찾고자 했다. 서울 사회적경제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조사하고, 우수 사례를 영상으로 제작해 해외로 확산하고자 했다. 처음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웠지만, 온라인‧비대면 교육, 연수 등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고 해외 선진지가 아닌 우리 안의 사례를 짚어보고 시사점을 찾아 확산하는 기회였다.

Q. 2021년 센터의 주요·핵심 사업은? 

‘2020 사회적경제 기업 스케일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6개 기업들의 토론 장면./사진=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난해 12월 개최한 '서울시 사회적경제 보따리 토크'에 참여한 사회적경제 분야 종사자들의 모습./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기대와 다르게 센터의 2021년 주요·핵심사업이 새롭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무엇을 하느냐의 관점에서 더 그렇다. 2021년의 예산과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를 보면 대부분 작년에 했던 사업이 올해도 지속되는데, 사업의 지원범위에 따라 예산이 조금 조정될 뿐이다.

새롭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2020년에 우리는 ‘왜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깊이 있게 했다. 2021년에 ‘어떻게 하느냐’와 ‘누구와 할 것인가’를 다르게 할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는 ‘사회적경제를 왜 지원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우리는 이러한 큰 위기 앞에서 여전히 공공지원과 각자도생의 한계에 직면했다. 사회적경제가 반복되는 위기 사회에서 공공의 지원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의 든든한 주체로 지역에 자리매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적경제 기업도 변해야 하지만, 중간지원 조직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공공의 재원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정책과 제도 등에 가교역할을 한다는 것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공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인데, 이를 사회적가치가 있는 ‘민간주체 활동의 촉진과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엄청난 전환을 해야 한다.

물론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쉽지 않겠지만, 안 된다는 생각을 일단 버리고, 나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2021년을 나선다. 우선 ‘지원’의 개념을 ‘협력’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지원은 주체의 개념이 약해서 모두가 대상이 되기 쉽다. 그보다 협력은 함께하는 주체의 의지가 더 강력할수록 모두 주체가 되는 구조다.

한마디로 센터가 지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같이 뛴다는 것이고, 또한 같이 뛸 수 있는 곳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지원의 전환을 통해서 민간 주체로서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공의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통해서 성장하고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문제해결의 주체로 지역에서 활동하리라 기대한다.

Q. 정부의 핵심 사업(K뉴딜, 기후변화 대응 등)과 맞물려 센터에서 준비하는 사업은?

▶정부와 서울시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해 공감하지만, 정책의 방향과 사업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 서울의 시민사회 중간지원조직들은 2019년부터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와 연계해 사회적경제 분야도 세부적 전략을 준비하기 위해 지역별 업종별 부문별 간담회를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는 사회주택, 돌봄, 자원재생, 먹거리 분야에서 사회적경제의 성공 경험을 이뤄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서울시의 그린뉴딜 정책과 연결해 기후위기 문제와 경제 양극화 해결에 일조하도록 하겠다.

Q. 코로나19로 사회 전체가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우리동네 나눔반장’ 사업을 통해 식사가 필요한 이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모습./사진=이로운넷
서울시 ‘우리동네 나눔반장’ 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소외계층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모습./사진=이로운넷

▶2021년 새로운 사업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사회적경제 정책 및 전략방향 수립’을 위한 전략 TF를 운영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의제를 발굴했다. 7회에 걸친 포럼을 통해 먹거리, 돌봄, 안전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고,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일상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경제 정책의 필요성을 도출했다. 이렇게 준비된 사업을 올해 상반기부터 빠르게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

시민중심 정책으로는 코로나 이후로 변화된 생활문제를 시민과 사회적경제 기업을 연결해 해결하는 ‘온-오프라인 솔루션 플랫폼’을 새롭게 시작한다. 또한 사회적경제 대응력을 높이는 사업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판로와 마케팅을 놀라운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Q. 새해를 맞이해 서울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큰 위기를 함께 잘 넘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큰 위기가 큰 고통을 주었지만, 이 때문에 사회적경제 분야의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를 깨달았는데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면 더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문제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만나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만남과 소통의 방식을 바꿔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늘 해오던 방식대로 부문별, 업종별, 지역별로 만나고 의견을 수렴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들의 필요를 듣고 도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새로운 방법을 선택하려고 한다. 곧 만나 뵙도록 하겠다.

Q. 지난해 1월 취임 후 어려운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 1주년 소감과 향후 계획 등이 궁금하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공동주택에서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같이살림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공동주택에서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같이살림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사진제공=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난 1년 그때 그때 발생한 문제와 마주하다 보니 한 해가 갔다. 돌이켜보면 중요한 선택을 빠르게 해야만 했던 긴박한 때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성의있게 모아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2020년은 위험도 고생도 성과도 다 새로워서 의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특별히 ‘시민’ 또는 ‘시민경제’를 강조한 이유는 사회적경제를 주류경제와 견줄 수 있는 의미있는 위치로 만들려면, 시민을 사회적경제의 소비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포함할 때 가능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민을 사회적경제 주체로 등장시킨다는 것이 정치적 수사거나 행정적 요식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별한 방법이 없다. 정공법으로 시민들의 사회적경제 활동의 양을 늘려 시민들의 성공 경험을 확장하는 방법 뿐이다.

사회적 경험을 시민들이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시민이 살고있는 지역이고, 또 이를 잘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지역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다. 2021년은 자치구 센터와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을 만나고, 사회적경제 활동을 늘리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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