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공헌 방향도 과거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시혜적이고 자선적인 형태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기업 수익을 사회적 목적으로 재투자하거나 사회적경제와 함께 상생 및 협력하기 위한 방향으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관련해서는 20세기 중반부터 다양한 학문적 논쟁이 제기되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은 1953년 ‘경영인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이라는 저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의 목적과 가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정책이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하며, 그에 따르는 행동을 하는 것이 기업인의 의무라고 정의하였다. 이렇듯 의무(obligation)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CSR에 대한 정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1954년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라는 저서를 통해, 기업은 지역사회에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적 단위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후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접어들며 밀튼 프리드만 등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자들은 기업이 이윤 극대화라는 고유의 목적에 충실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하거나 국가재정을 증대시키는 것 등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하였다. 하지만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만족도 추구해야 하며 기업도 사회 속의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ship)으로서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반론 역시 제기되었다.

한편 CSR의 대표적인 학자인 아치 캐롤은 1979년과 1990년에 걸쳐, CSR 피라미드를 통해 1단계 경제적인 책임에서 → 2단계 법률적 책임 → 3단계 윤리적 책임 → 4단계 자선적 책임으로 경제적 이익 추구 외의 다양한 기업의 책임들을 정리하였다. 그러던 중 2011년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업 사회공헌 분야에 엄청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 CSV(Creating 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비즈니스와의 연계에 있어 CSV는 경쟁이 심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치 사슬 생산성에 대해 재정의 하고, 제품과 시장에 대해 새로운 구상을 도입하며 지역의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이 앞으로 살아남을 길을 제시한 셈이다.

​CSV에 좋은 사례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기업들이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Ecomagination’이라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전향하여 생태계 전략과 연료비 절감,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환경 분야 컨설팅기업 그린오더(GreenOrder)의 도움을 받아, 친환경적이면서도 에너지 절감형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매출액도 증가하였다. 네슬레는 아프리카와 남미 커피 농가를 지원하여 커피의 품질향상과 생산성을 제고하는 등 밸류 체인에서 사회적 이슈를 찾아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코카콜라는 인도에서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수인성 질병을 야기했다는 비난으로 공장 폐쇄의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물에 대한 리스크를 면밀히 조사한 끝에 현지의 보틀링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 및 유통,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식수 및 위생 접근성 개선, 생산적 물 사용 등 지역 맞춤형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혜택을 극대화하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부터 ISO 26000, CSV,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지속가능경영,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만들어내는 임팩트를 측정하기 위해, 혹은 기업의 사회공헌과 관련하여 다양한 개념들이 나타나고 또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8월 애플, 아마존 등 미국의 200대 주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주주의 이익에 우선해야 한다는 선언이 발표된 바 있다. 주주가 아닌 이해관계자의 가치 극대화가 기업의 중요한 목표로 고려되어야 하며, 기업의 직원, 공급업체, 정부와 시민사회, 대중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경영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총 규모는 1조 7145억 원에 이른다. 100대 기업 기준 한 기업이 지출한 평균 사회공헌액은 306억 원이며, 100대 기업 임직원의 자원봉사 참여자수는 38만 7천여 명으로 그들의 자원봉사 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501억이 넘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다양한 개념과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아직 사회적 혁신을 이루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를 위해 얼마나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얼마를 기부했는지, 몇 명의 봉사자들이 참여했는지 혹은 몇 명의 수혜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는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사회공헌에 활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그 역량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버드의 케네디스쿨 CSR 연구소에서는 사회문제가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다자간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제시했다. 파트너십을 맺는 협력의 범위는 단순히 NGO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소비자, 공급자, 경쟁자, 그리고 최근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경제로도 확대되어야 한다. 기업 사회공헌사업의 기획과 의사결정, 액션, 그리고 평가의 과정에 기업의 내‧외부 이해관계자 및 파트너들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주는 것도 사회공헌의 혁신이 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온라인쇼핑몰 입점을 통한 판로 마케팅 지원을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쇼핑몰에서 사회적경제 기업과 관련된 기획전으로 소비자들에게 사회적경제 기업을 알리고 신뢰도를 제고하기도 한다. 삼성카드는 앞서 열린나눔 소셜굿즈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 소외계층, 재난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하여 출시하기 위해 삼성카드의 디자인센터, 사회공헌파트가 함께 서포트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중 스마트스쿨을 통해 H2K(Happiness to Kids)라는 사회적기업이 개발한 앱 ‘소중한글’을 활용하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에 스마트기기를 보급하고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족, 저소득층의 아동들에게 한글 교육을 시행하였다.

​이렇듯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점차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2018년 딜로이트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CSR을 기업의 이윤추구와 함께 필수적인 요소로 여기며 비즈니스 리더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사회 혁신을 위해, 그리고 사회에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협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협력의 대상에는 한계를 두지 말고, 다양한 섹터의 파트너들과 긴밀한 유대관계와 상호작용을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체계를 구축해야 시너지를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수민 유한대학교 보건복지학과 조교수
                              신수민 유한대학교 보건복지학과 조교수

 

 

※이 글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경제연구유닛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릿지(Issue Bridge)'에 게재되는 글입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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