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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기술②] 가상·증강현실 기술로 교육격차 해소하는 ‘마블러스’

[편집자 주] 기술에는 두 얼굴이 존재한다. 전쟁과 실업·불평등을 낳는 어두운 얼굴과 불편함과 질병·장애를 이겨내는 고마운 얼굴이다. 고마운 얼굴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사람을 향한 이로운 기술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사회혁신기업들의 이야기를 이로운넷이 전한다.

 

박람회장에 구경나온 아이들이 마블러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 초등학생 하윤이는 서울 나들이조차 쉽지 않은 산골마을에 산다. 하루는 학교 도서관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선생님이 건네준 기이한 헤드셋을 썼더니 요정과 함께 북극을 탐험하며 위기에 빠진 북극곰을 구해주고 나무 위로 올라가 번지 점프도 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돼 직업 체험도 해봤다. 하윤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하윤이가 경험한 놀라운 세계는 4차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이 빚어낸 마술이다. 마블러스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
 

임세라 마블러스대표

“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은 경제적 형편이나 신체적 장애 혹은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야말로 장벽을 허무는 것이죠.”                                                                                            -- (임세라 마블러스 대표)

마블러스가 내놓은 교육 플랫폼 ‘어니언(onion)’은 어린이를 위한 에듀테인먼트(교육과 오락)서비스이다. 모바일 앱과 책·헤드셋을 구비하면 언제 어디서든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속에 빠진 어린이

 

 

# 민지는 학교에 원어민 선생님이 없지만 방과 후 수업 때면 ‘어니언’을 통해 호주에 있는 해변과 식당, 도서관, 쇼핑몰을 드나들며 10대 외국인 친구를 만난다. 처음에는 식은땀도 나고 당황스러웠지만 반복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훌쩍 늘었다. 이제는 학교 영어 회화 수업이 두렵지 않다.

 

 

기존의 교육방식이 일방적으로 듣고 말하기였다면 어니온은 상호작용이 원칙이다. 학습자가 주인공이 돼 모바일 마이크에 대고 직접 말하고 끊임없이 손을 움직여야 한다. 지루할 틈이 없는 상황이다. 360도 실사 VR은 실제 그 현장에 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VR에 쓰일 실사 화면 촬영 현장

음성인식기술은 다양한 영어식 기본 표현을 소리 내 따라 말하고 연습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문장을 익히면 현장으로 들어가 원어민과 대화를 나눈다. 결과는 자동 채점되고 반복학습이 가능하다. 수준별로 12단계로 나뉘는데 어니언이 보유한 실사 VR 영어 콘텐츠는 100편 이상이다. 디즈니 캐릭터를 만나 볼 수 있는 시리즈도 곧 출시된다.
 

임세라 마블러스 대표는 “해외 연구결과를 보면 VR로 학습했을 때 기존 방식에 비해 학습 효과성은 2.7배, 몰입도는 5배가 향상됐다”며 “그냥 멍 때리며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직접 참여하는 수업형태라 집중력은 100%에 달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실제 국내 연구에서도 VR을 활용해 대중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실시한 결과 두려움과 불안감이 90% 감소됐다는 보고도 있다. (public speaking, 연세대&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

 

영어뿐 아니라 생활안전·진로체험·문화체험 등 다양한 코너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손 씻기(wash) 콘텐츠로 여기엔 AR 기술이 접목됐다. 손바닥에 대고 앱을 작동시키면 손에서 세균이 마구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누로 세균을 물리치는 게임도 하면서 손 씻기의 중요성과 올바른 방법을 알려준다.
 

문화체험코너에서는 국가별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를 담았고 캐릭터와 함께 여행하며 체험할 수 있다. 직업체험코너에서는 요리사가 돼 실전처럼 요리도 만들어본다.
 

직업체험이나 해외여행을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지방의 소도시 아이들은 더욱 그럴 기회가 적고요. 저희들은 신기술을 사용하지만 최대한 보급형으로 제작합니다. 엄청 비싸다거나 사용법이 어려워 잘 아는 엄마들 몇몇만 활용할 수 있다면 소외된 아이들은 여전히 기회를 잃는 것이니까요. ” (임세라 대표)

 

어니언은 앱을 다운로드한 후 사용 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교재는 웹툰과 실사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형식으로 꾸며 흥미를 돋우었다.
 

외국어 콘텐츠 예시 화면

콘텐츠 하나(한 달분)의 가격은 1만 5000원 수준(앱 기준)이다. 교재와 VR 헤드셋으로 구성된 패키지를 구입해도 평균 8만 원을 넘지 않는다. 매달 신규 콘텐츠를 꾸준히 구독하더라도 월 5만 원 수준이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고품질 VR 기기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기기와 모바일 대여 서비스도 제공한다. 취약계층 어린이에게는 지자체와 함께 모바일 무료 대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장점으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올해 초 3000명을 넘어섰다. 시연회를 통한 체험 인원을 포함하면 1만 명이 넘는다. 일부 콘텐츠는 방과 후 학교 정식 과목으로 채택돼 2년 연속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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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라 대표는 “어니언 서비스가 기존 교육법에 비해 효과가 높은 동시에 비용 절감의 효과가 크다”며 “한 달 기준 서비스로 볼 때 외국어의 경우 해외연수 대비 2.5%, 전화영어 대비 40%, 원어민 학원 대비 16% 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마블러스는 기업들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과 연계해 지역아동센터와 방과 후 학교,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지자체 교육 프로그램 등에 콘텐츠를 판매했다. 저개발국 보급에도 힘써 캄보디아 초등학생 162명, 몽골의 고아원 어린이 20명 그리고 다문화 어린이 8명에게 콘텐츠를 무상으로 보급했다.
 

캄보디아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마블러스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마블러스는 12명의 임직원이 함께 하고 있다. 개발자·영상·3D 모델러·애니메이터·삽화가·웹툰작가·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다.
 

소셜벤처 마블러스는 개포디지털혁신파크 마루관 4층에 자리잡았다.

콘텐츠 품질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풀어간다. 외국어의 경우 한국외국어대를 비롯해 원어민들과 협업 및 감수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 예술 등 콘텐츠 분야별로 석·박사 및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동참했다.

콘텐츠의 우수성은 마블러스가 수상한 화려한 경력이 입증한다. 2017년 ‘제13회 이 러닝 우수기업 콘테스트’에서 교육부로부터 교육 부총리,장관상인 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소셜벤처 대회에서 글로벌 부문 최우수상, 한국국제협력단(KOICA)로부터 개발벤처상을 수상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제품박람회(CES)와 영국의 교육박람회 (BETT) 등 해외 유명한 박람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블러스는 2017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혼합 기술(Mixed Reality/MR) 플랫폼 출시 계약을 맺었고 올해 3월부터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R 시연회

 

임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체인지 메이커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는 “사회에 선한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교 때 교육봉사동아리를 결성하고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작지만 실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임팩트가 더 강하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성장하기 위해 소셜벤처에 입문했다.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영어강사를 하면서 경기도 연천의 한 초중등학교를 갔다가 교육격차의 심각성을 보고 놀랐다.

“그곳엔 변변한 학원도 없더군요. 저에게 다가와 ‘선생님 어떻게 영어를 잘 할 수 있어요’ 라고 묻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그때 착안했어요. VR 기술을 접목하면 이 아이들에게도 신세계를 펼쳐줄 수 있으리란 걸요. ”

임 대표는 교육격차 해소는 너무나 큰 미션이라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가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교육박람회 (BETT) 의 마블러스 시연장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소리 지르고 공중을 향해 손을 휘젓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덩달아 즐겁습니다. 제 꿈이요? 디즈니처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콘텐츠로 많이 만들고 싶어요. 기술은 불가능을 넘어서게 하는 마법 같은 존재입니다. 예전엔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죠.“

마블러스: marvrus.com

어니온: onionfriends.com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제공. 마블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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