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버려지는 컴퓨터를 수리해 개발도상국에 판매하는 사업을 펼치는 ㈜리맨은 지난해 현지 법인 설립 준비 차 방문한 방글라데시에서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방글라데시로 출장을 간 한국 직원이 풍토병으로 2주를 꼼짝없이 앓아누워 있어야 한 것. 결국 출장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기면서 기업 측은 현지 법인 설립이 아닌, 현지 파트너에게 기술을 이전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구자덕 리맨 대표는 “한국에서 아무리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고 가도, 현지에 가면 다른 문화와 생활습관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현지인 중심의 운영이 비용, 생산성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우간다 아동들의 위험한 물 운반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에 나선 ㈜제리백은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졌던 제리백의 사회적 가치와 스토리가 미국 시장에서는 판매 전략으로 유효하다는 점이다.

박중열 제리백 대표는 “미국 시장의 판매 관리자들을 만났을 때 제리백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스토리에 대한 관심이나 만족감이 상당히 컸다”며 “국내에서 조사하는 내용과 막상 현지 시장에 갔을 때는 많이 다를 수 있기에 현장 발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이 겪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경험 및 정보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해외 진출을 시도한 한 사회적기업가는 “사회가치를 실현하는 분야에서 해외 진출한 사례가 아직 많지 않아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어도 도움 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KOTRA측에 따르면 사회적경제기업 1,877개 중 수출 기업은 24곳으로 전체의 1.27%(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사회연대은행 이무열 대리는 “KOTRA나 중소기업지원기관 등에 해외 판로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에 특화된 지원은 거의 없다”며 “지자체도 자기 지역의 기업이 박람회 참여 시 부스 홍보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업들에 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한국전력과 사회연대은행은 ‘2017년 사회적경제조직 해외 판로 지원사업’ 성과 공유회를 갖고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돕기 위해 최근 선배 기업들이 나섰다. 지난 14일 한국전력과 사회연대은행은 ‘2017년 사회적경제조직 해외 판로 지원사업’ 성과 공유회를 갖고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이날 성과공유회에는 ㈜리맨, ㈜제리백 외에도 '르 캐시미어'라는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며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창출을 고민하는 ‘㈜케이오에이’, 다양한 인형들을 무대 위에서 생명을 가진 인물로 재창조해 해외 무대 진출에 나선 ‘예술무대 산’, 차에서 나온 가죽을 업사이클링해 가방 및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모어댄’ 등 5개 기업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하나. 해외 진출 목적을 명확하게

“해외 시장으로 나갈 때 자기 기업의 진출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목적인지, 판매 증가가 목적인지에 따라 사전 조사의 방향, 방문지 등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케이오에이’는 매출 증대가 주목적이었기에 미국에서 OEM 협의가 가능한 백화점을 중심으로 방문했고 실제 성과가 있었다.”(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

. 사업계획은 현장 발품 토대로

“해외 현장에 답이 있다. 한국에서 수집한 정보를 너무 믿지 말고 현장에 매니저나 판매자가 추천하는 판매처와 미팅을 잡고 현장을 직접 보는 걸 추천한다. 또, 해외에 나가면 다양하고 많은 국제단체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경쟁자가 아닌 협력사일 수도 있다. 실제 만나 본 많은 국제단체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 각자의 상품을 서로 자국에 홍보해주고 판로를 소개해준다면 분명 윈-윈 효과가 있다.”(박중열 ㈜제리백 대표)

박중열 (주)제리백 대표

. 박람회를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국내에 해외 진출을 돕는 박람회가 생각보다 많다. 특히 해외 박람회는 초기 단계 기업들에 유효하다. 가능하면 3년 정도는 꾸준히 참여하길 권한다. 단독 참여가 힘들다면, 참여가 확정된 업체와 협력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전에 바이어 리스트를 확보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준비 정도에 따라 박람회에서 얻는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간단한 기념품을 넉넉히 준비해 참여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

. 해외 유학생 적극 활용

“해외 진출 시 문화적 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이 생긴다. 현지인 중심의 운영이 비용 절감 등에서도 효과적이다. ‘(주)리맨’은 한국으로 유학 온 유학생들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취업지원박람회에 가면 이런 유학생을 많이 만날 수 있다.”(구자덕 ㈜리맨 대표)

구자덕 (주)리맨 대표

다섯. 긴 안목으로 준비하고 인내

“해외 진출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멀리 보는 안목의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하는 사람도 인내와 여유가 필요하다.”(조현산 예술무대 산 대표)

조현산 예술무대 산 대표

여섯. 사회적기업 경쟁력은 역시 진정성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우리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일반 시장과 다른 우리의 차별성이자 경쟁력은 ‘진정성’이라는 답을 얻었다. 상품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사회적 가치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로 다시 돌아왔다.”(박중열 ㈜제리백 대표)

 

 

사진제공. 사회연대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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