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지난해 제2차 강원도 사회적경제 발전 계획에서 제시한 사회적경제 핵심 키워드, 생태·활력·건강(웰니스)·평화를 새해부터 공식화하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대응과 맞물려 산림·환경 분야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사회적 기업 그린화 모델(Green 化)’을 만들어 전파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중간지원 조직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새해에는 당사자 연대 조직과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Q. 2020년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센터의 사업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시사점은?
▶산업통상자원부 사회적경제 혁신성장 사업으로 진행한 관광 분야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 사업이 가장 큰 성과다. 강원도내 관광산업이 대규모 위락단지 중심으로 형성되다 보니,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관광 관련 사회적경제 기업을 묶어 지역별 거점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을 중심으로 관계망 형성과 지역에 맞는 통합 상품 개발 등을 추진했다.
대표적 사례가 화천·양구·인제·고성을 잇는 평화관광 개발이다. 창업팀 출신 예비 사회적기업인 ‘강원피스투어’에서 접경지역 관광 주제를 ‘안보’에서 ‘평화’로 바꿔 관광코스를 개발했다. 코스 투어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경제 기업은 사회적가치를 담은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 관광객을 맞았다.
또 참여 기업이 협력해 플리마켓(flea market) 등 공동 상품을 만들어 냈다. 폐광지역 활로를 모색하고자 태백·정선·영월의 마을 단위 사회적경제 기업을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많이 위축된 게 현실인데, 이번 사업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이 중심이 돼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관광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Q. 2020년 가장 아쉬웠던 센터의 사업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보완점은?
▶신중년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농촌 지역 마을기업 발전을 위한 인력확충을 위해서다. 센터에서 올해 청년 잡스(JOBs) 등 청년 일자리 사업을 통해 도시에 있는 기업에는 도움을 줬으나, 이 사업으로도 마을 단위, 특히 농촌에서 청년을 구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신중년 일자리 사업으로 마을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행정에도 요청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했는데, 자원 확보에 실패했다.
너무나 빠른 고령화 속도에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마을기업은 이장이나 사무장이 마케팅과 생산관리 등 모든 사업을 도맡아 하는 구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을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가 없다.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원을 확보해 신중년 일자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마케팅 등 마을기업에서 필요한 전문가가 마을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것이 마을기업 안정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센터의 전문분야 교육시스템과 유통 시스템인 ‘강원곳간’과 연계할 계획이다. 지역 활력을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 들어와야 하고,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지방소멸을 지연시키는 방법의 하나다.
Q. 2021년 계획 중인 센터의 주요·핵심 사업은 무엇이고, 이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제2차 강원도 사회적경제 발전계획이 마무리됐다. 생태와 활력, 건강(웰니스), 평화라는 4가지 사회적경제 핵심 주제가 제시됐는데, 새해에는 이를 공식 선언하고 풀어가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특히 건강 분야는 사회적경제가 추진하는 ‘강원 돌봄(G-Care)’ 사업으로 대변된다. 올해까지 원주, 횡성, 영월 지역 중심으로 추진해 오던 사업이 내년에는 고성과 속초까지 영역을 넓힌다.
마을 기반의 통합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건강 반장 활동 등을 통해 돌봄 공급 주체를 마을에서부터 만드는 게 기본이다. 여기를 방문진료, 방문간호, 방문요양, 생활지원, 시설요양을 포괄하는 시·군 단위 통합돌봄 시스템이 지원하는 구조이다. 이것이 사회적경제 조직이 중심이 돼 만들어가는 ‘강원 돌봄(G-Care)’의 모습이다.
공공시장에 대한 전략적 진출 역시 새해 사업 주요 주제다. 원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사회적경제 조직 제품 구매는 지속해서 확장됐으나 지역 내 구매보다 다른 지역 구매가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공급과 수요를 세밀하게 분석·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하겠다. 또한, 단순한 공공구매를 넘어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업모델을 만들어 가겠다.
Q. 정부의 핵심 사업(K뉴딜, 기후변화 대응 등)과 맞물려 센터에서 준비하는 사업이 있다면?
▶산림·환경 분야 사회적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 기업의 개수를 늘리는 데 중심을 두는 게 아니라 규모가 작아도 사업 기획에서부터 생산, 유통, 소비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친환경 구조로 바꾸는 ‘그린화(Green 化) 모델’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것이다.
전문기관에서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연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는 꼭 산림·환경 분야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기업 등을 그린화하는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Q. 코로나로 사회 전체가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 이에 맞춰 2021년 센터에서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코로나19 위기 문제를 중간지원 조직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당사자인 사회적경제 연대조직이 정책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강원도와 협력을 통해 큰 틀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정확한 실태조사와 정책 요구 안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올해 코로나19로 취소하거나 순연해 놓은 사업에 다시 사회적경제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자금을 푸는 문제에도 소상공인 지원 틀을 넘어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지원 조건 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기획해 강원도와 논의해야 한다.
기초단위는 기초단위 연대조직이, 광역단위는 도 단위 연대조직이 풀어야 한다. 센터에서는 코로나19 위기로 발생한 교육격차 문제를 사회적경제 기업이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의하거나, 기초단위 사회적경제 연대 조직이 없는 곳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세밀하게 진행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혁신도시 공공기관 연계 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변화에 대응하고자 기술혁신 연계 조직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연구개발(R&D)이나 기술혁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을 쓸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이나 기술혁신 수요를 파악해 수요에 따른 전문가 연계가 가능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비대면 수요에 적응하는 디지털 전문가, 농식품 기술 전문가, 산림·환경 전문가 등과 연계가 가능할 것이다. 2021년 농식품 분야부터 시작해 3년 동안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Q. 2020년 강원사회적경제연대가 출범했다. 강원도 사회적경제를 대표하는 민간조직이다. 현장의 요구가 강원도와 지원센터의 사업으로 반영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한 지원센터의 역할과 복안은?
▶우선 지난 10월에 출범한 강원사회적경제연대 안에 사회적기업협의회와 마을기업협의회가 들어와 있지 않다. 빨리 함께해야 힘 있게 안정화 될 수 있다. 연대조직의 최대 과제는 강원도와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정책발굴이라 판단한다.
지원센터는 거버넌스 조직의 명령을 받는 조직이다. 연대조직이 앞장서 강원도사회적경제위원회가 실질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여기에서 중간지원 조직의 역할을 부여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이 과정에서 지원센터는 실무를 지원하고 공제사업 등 신규 사업 개발을 위한 포럼 개최 등을 지원할 것이다.
Q. 사회적경제가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현장에서 개별조직이 사회적경제 조직다움을 유지하면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법과 행정의 언어로 우리를 나타내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사회적경제다운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사회적경제 조직다움을 유지하지 못하는 원인은 현장이 바르게 갈 수 있는 지원 구조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중간지원 조직은 컨설팅을 통해 최대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 한 축으로는 연대조직 차원에서 실천 또는 윤리 강령 등을 마련해 사회적경제 조직이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 등을 정하고 전파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중간지원 조직 실무자들은 실무 지침을 익히는데도 과부하가 걸려 현장을 건강하게 이끌 역량이나 사회적경제 기업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야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현재의 컨설팅 구조를 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외국 사례를 보면 컨설팅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경험 있는 이들이 채운다. 역량이 검증되고 사업부터 시작해 전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러한 현장 전문가를 발굴해 컨설팅 그룹을 만들고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컨설팅 그룹을 연대조직 소속으로 두고 지원센터에서 이를 지원하는 모델도 생각해 봐야 한다.
Q. 지원 사업이 잘 이뤄지려면 지원 사업을 하는 당사자인 직원 역시 그 안에서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의 비전 수립과 역량 강화, 현장과의 소통 활성화 전략은?
▶직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잘 해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 사실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다. 박봉인 데다 행정으로부터는 하도급 업체 직원으로 평가받고 현장으로부터도 매일 치이는 게 현실이다. 그러함에도 직원들이 좋은 기업가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성취감을 얻었으면 한다. 이래야만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자부심을 품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에서는 교육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에 준하는 정신으로 현장을 바라보며 컨설팅 할 수 있도록 돕겠다. 업무 처리하는 직원을 넘어 이들도 사회적경제인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지도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Q. 2020년을 돌아보고, 2021년을 시작하는 현시점에서 각 지역 사회적경제 분야 종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 있는 분들이 매우 어렵다. 버틴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폐업하는 기업이 별로 없다. 어렵지만 버티는 힘이 매우 값지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리며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많이 펼쳐질 텐데 늘 같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희망적인 것은 어려울수록 대응 능력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함께 풀면서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연대조직과 중간지원 조직이 함께 고민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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