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장애아동 재활전문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재활병원’ 운영

 

 

 

 

# 종로구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1층에 있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커피를 사러가면 직원들이 밝게 웃으며 "어떤 음료를 마시겠어요?"라고 묻는다. 친절하게 시즌 메뉴 추천까지 해준다. 이 직원들은 지적장애인이다. SPC그룹이 푸르메재단이 선발한 지적장애인에게 바리스타교육을 했다. 이들이 직접 커피를 제조해서 판매하면 원재료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급여로 받는다.

푸르메재단(이사장 강지원)은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비영리재단이다. 2004년 백경학 상임이사가 중심이 돼 설립했다.

2016년에 ‘푸르메재단 넥슨재활병원’을 세웠다. 한국 최초로 어린이만을 위해 만들어진 재활병원이다. 왜 그전에는 없었을까? 왕기덕 푸르메재단 배분사업 팀장은 “재활전문병원은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치료보조기구들이 필요하고 치료사가 오랫동안 환자와 함께 있어야 하므로 다른 치료에 비해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재활병원은 주로 대형 병원의 부서 형태로 존재한다.

푸르메재단 역시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 수입은 대부분 정부 보조금과 기업 기금으로 이루어지고 병원 운영과 장애아동 지원사업에 쓰인다. 2016 푸르메재단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수입은 약 100억 원인데 지출은 130억 원이다. 왕 팀장은 이를 “건강한 적자”라고 표현한다. 그는 푸르메 재단이 장애아동들에게 ‘잔여적 지원’이 아닌 ‘집중 지원’을 하기 때문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왕기덕 푸르메재단 배분사업팀 팀장

푸르메재단은 장애아동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외부 단체들과 협력해 문화·여가생활의 기회를 제공한다. 2012년부터 SPC그룹의 후원으로 장애어린이 10가족을 매년 선정해 여행을 보내준다.

준혁이·준민이네 가족은 지난여름 선발돼 제주도에 다녀왔다. 준혁이는 푸르메 재단으로부터 1년간 치료비를 지원받았고, 준민이는 3년째 지원을 받는 중이다. 어머니 김영란 씨는 “덕분에 제주도 여행을 처음 가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예감(예술적 감성)의 후원으로 약 30명 정도에게 뮤지컬 공연 티켓을 제공한다. 올해 4월에는 뮤지컬 ‘JUMP’에 장애인과 그 가족을 초대한다. 왕 팀장은 “치료, 교육, 경제 활동에 치이다 보니 그들에게는 여가 문화의 기회가 적다”며 문화·여가 생활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푸르메재단을 통해 선정된 장애아동 가족이 제8회 'SPC 행복한 가족 제주여행'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벌어진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동네에 좋은 문화시설이 들어온다는 생각보다는 혐오 시설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당시에도 주민들이 항의하며 재단 상임이사의 멱살을 잡는 등 병원을 혐오 시설로 취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1층에 어린이 도서관을, 지하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센터를 만들어 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 병원이 지역 문화 공간이 됐다. 왕 팀장은 장애인 복지 시설을 지을 때 장애인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동복지시설로 만들면 주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에서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지만, 올림픽에 비해 관심이 적다. 왕 팀장은 “장애인 체육 분야 관계자에게 우리나라가 장애인 체육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전해 들었다”며 장애인들이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푸르메 재단은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 공동체 마을’을 구상 중이다. 경치 좋은 부지에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카페, 맥주 전문점, 문학관 등의 시설을 만들어 누구나 여가 생활을 즐기러 갈 수 있게 하려 한다. 이전까지는 재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장애인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왕 팀장은 “많은 기업이 보여주기식 후원을 하려고 장애 어린이에 대한 지원에 중점을 두는데, 장애를 가진 성인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며 장애인 전반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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