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는 마곡, DMC, G밸리 등에 서울시의 산업거점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거점별로 유망산업을 육성하고, 기업 간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서울의 기업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마곡에서는 마곡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R&D 생태계 활성화 및 시민-전문가-기업이 함께 하는 ‘리빙랩’ 방식을 도입해 미래지향적인 혁신지구를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이로운넷>은 마곡 지구의 특화 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사업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지 취재하고, 미래 마곡의 발전 가능성을 알아본다.

강서구 마곡지구. 서울시가 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시티’로 만들려는 곳이다.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리빙랩, 기술교류 등 각종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마곡에는 왜 이런 새로운 시도가 이어질까.

마곡지구에는 전체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는 ‘마곡산업단지’가 있다. 여기서 최첨단 기술과 기업이 만나 시너지를 낸다. 과거에 산업단지란 공장이 많고 공업용으로 개발돼 관련 시설이 집적된 지역이었지만, 요즘은 공장뿐 아니라 연구시설, 교육·문화·유통·지원 시설이 복합적으로 들어선다.

마곡산업단지는 그중에서도 시에서 전략적으로 조성한 연구개발(R&D) 중심 산업단지다. 생산 및 제조 시설은 들어오지 못하며, 연구·개발이 주로 이뤄지는 환경이다.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밀고 있어 새로운 실험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마곡지구 위치./이미지=서울시
마곡지구 위치./이미지=서울시

서울시 최초 R&D 중심 산업단지→미래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서울시가 면적 100만㎡가 넘는 마곡산업단지를 지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산업단지 하나를 키우는 게 아니라, 서울시의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을 위한 거점 조성이 목표다.

서울에 조성된 산업단지는 총 3개.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 서울온수산업단지, 마곡산업단지다. 마곡을 제외하고는 구로구 일대로, 박정희 정부 시절 지정됐다. 두 단지와 달리, 마곡산업단지는 시에서 전략적으로 R&D를 추진하려는 목표를 둔다.

R&D란 ‘Research&Development’의 약자로, 우리말로 ‘연구개발’이다. 여기에서 ‘연구’는 기초연구와 그 응용화 연구, ‘개발’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기초로 제품화까지 진행하는 업무를 가리킨다.

왜 마곡일까? 마곡지구는 1994년 ‘서울의 국제화를 위한 도시구조개편과 전략지역 개발 구상’에서 공식화된 5개 전략지역 중 하나로 등장했다가, 1996년 조순 시장 취임 이후 개발이 보류됐다. 그러다 2005년 서울시가 마곡을 첨단 연구개발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마곡 연구개발(R&D)시티(MRC)’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당시 마곡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지가가 낮은 지역 중 하나라 비교적 넓은 면적이 필요한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쉬웠고, 생산과 제조를 담당하는 서울 서남부 제조업 공업지대(구로공단 등)와 가까우며, 수도권 서남부 산업벨트의 중심축에 있었기 때문이다. 공항과 항만이 가까워 국제정보·인적 교류가 필수인 IT산업 유치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마곡산업단지는 권역별 기술특성에 따라 ▲Core(선도 및 공공지원시설 등 핵심시설) ▲InT(정보통신, 나노기술 중심 산업) ▲BmT(바이오의료, 의약 중심 산업) ▲BiT(바이오, 정보 중심 산업) ▲GeT(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 산업) 등 5개 클러스터로 조성됐다./이미지=서울시
마곡산업단지는 권역별 기술특성에 따라 ▲Core(선도 및 공공지원시설 등 핵심시설) ▲InT(정보통신, 나노기술 중심 산업) ▲BmT(바이오의료, 의약 중심 산업) ▲BiT(바이오, 정보 중심 산업) ▲GeT(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 산업) 등 5개 클러스터로 조성됐다./이미지=서울시

단지에는 연구개발업을 취급하는 기업만 들어올 수 있어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GT(녹색기술), NT(나노기술) 등 첨단업종만 유치한다. 입주 시 연구면적비율도 정해져 있다. 대기업은 50% 이상, 중소기업은 40% 이상을 연구실이나 실험실 등 연구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2020년 12월 기준 입주 완료 기업은 93개. 입주 예정 기업까지 합하면 165개다. LG·코오롱 등 대기업을 선도적으로 유치하면서 중소기업도 경쟁적으로 따라 들어왔다.

현재 산업단지는 ‘마곡산업단지관리단’이 관리하고 있는데, 관리단은 기획운영부와 기업지원부로 구성된다. 기획운영부에는 SH 직원들이 소속돼 단지 인프라를 관리하고, 기업지원부는 SBA 산업거점기획팀 직원들로 이뤄져 기업을 육성하고 R&D와 기술사업화를 돕는다.

대기업·의료원과 협업으로 시너지·상생 효과

단지 주변에는 지난해 마곡에 새로 둥지를 튼 이화의료원이 있어 BT 기업이 들어서기에 좋은 입지다. SBA 거점지원본부 문구선 본부장은 “마곡산업단지 내 BT 기업이 단지 내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화여대 의과대학 마곡캠퍼스가 바로 옆에 있어 협업하기에 좋다”며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처럼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본부장은 이화의료원과 기업이 SBA를 통해 시너지를 낸 사례를 소개했다. SBA는 지난해 마곡에서 기술교류회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3개 기업이 실제로 이화의료원과 공동연구 협약(MOU)을 체결했다. SBA는 ‘성과형 기술사업화 지원 사업’을 통해 이들의 공동연구 기반 제품 상용화를 지원했다. MOU를 맺은 데서 끝나지 않고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게 연결고리가 돼준 것.

지난해 7월 열린 ‘마곡 M-밸리 이화 메디테크 비즈 교류회.’ 의약 및 바이오분야 기술교류회로 공공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의 R&D 연구 성과 제고에 기여하고 최신 기술 동향과 사업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개최됐다./사진=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지난해 7월 열린 ‘마곡 M-밸리 이화 메디테크 비즈 교류회.’ 의약 및 바이오분야 기술교류회로 공공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의 R&D 연구 성과 제고에 기여하고 최신 기술 동향과 사업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개최됐다./사진=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그 결과 ‘㈜팜스빌’과 ‘웰스바이오㈜’는 이화의료원과 지속해서 만나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공동으로 연구해 제품까지 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팜스빌은 특허받은 "와이셀라 컨퓨사" 균주가 함유된 제품인 "PS 초유유산균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지난 10월 출시했다. 이화의료원은 특허 받은 균주의 인체 효능 평가를 실시 하였다. 웰스바이오는 헤모글로빈 및 총빌리루빈의 체외 진단 의료기기를 개발해 내년 초 출시 예정이다. 이화의료원은 기기의 정확도를 평가하고 임상 승인까지 마쳤다. 지리적 접근성과 SBA의 지원을 동력으로 한 긴밀한 협력이 만든 결과다.

SBA는 이런 구조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도 7월 기술교류회를 개최했다. “바이오·메디컬을 시작으로 향후 자율주행·AI, 신재생·에너지 등 점차 산업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한 사업도 있다. 지난해 SBA는 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한 대기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공동R&D 등 협력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9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스타트업 테크페어’에는 SBA가 협력해 신산업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함께 발굴했다. 이 행사에서 선정된 40개사 중 SBA가 추천한 기업은 6개사. LG는 이들 기업에 지분투자, 공동R&D, 개방형 연구공간, 판로지원 등 후속 지원을 진행했다.

지난해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 40개사가 참여하는 ‘스타트업 테크페어.’/사진=LG
지난해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 40개사가 참여하는 ‘스타트업 테크페어.’/사진=LG

올해는 마곡산업단지 입주 대·중견기업과 유망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2020 마곡 위코노미 스타트업 챌린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스타트업 5개사가 발굴돼 각 2000만원씩 자금 지원을 받았고, 후속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SBA는 “마곡산업단지의 중장기 비전이 ‘대기업과 강소기업‧스타트업이 상생하는 연구개발(R&D) 중심의 첨단 산업단지 육성'”이라며 “앞으로 ▲산학연병 등 혁신 주체 간 오픈이노베이션에 기반한 마곡 혁신지구 대표산업 육성 ▲마곡의 대기업 역량을 활용한 대기업 주도 네트워킹 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 ▲전문인력 채용 지원 및 인재 양성 프로그램 지원 ▲마곡 구성원 간 상호작용 환경을 위한 네트워킹 강화 등의 전략을 갖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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