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북한 예술단 ‘평양민속예술단’

 

(왼쪽부터)이삼수 사무처장과 김옥인 단장

‘평화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무려 11년 만에 남북 선수단이 국제대회 개회식에 공동 입장했고, 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이 결성되기도 했다.

평화올림픽의 바통을 받은 듯,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는 4월 말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것. 이번 회담은 지난 2000년과 2007년에 이은 세 번째로 분단 이후 처음,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평화의 기운을 남다르게 느끼는 이들이 있다. 북한을 떠나왔지만, 두고 온 고향과 이웃이 그립기만 한 북한 탈북 주민들이다.

‘평양민속예술단’ 김옥인 단장과 이삼수 사무처장은 더할 나위 없이 들뜬 마음이지만 “현재에 취하지 말고 한발 더 나아가자”고 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꼭 좋은 성과를 이루어 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클 수록 냉정하게 일을 풀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평양민속예술단은 탈북자(새터민)로 이루어진 사회적기업이다. 탈북 예술인 단체로는 2002년 최초 창립한 단체이기도 하다.
 

평양민속예술단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올림픽 문화공연에 참여를 신청했지만, 현송월을 주축으로 한 북한 예술단의 직접 참여가 성사되면서 아쉽게 불발됐다.

북한 음대 교수 출신 정팔용 대표부터 9살 때부터 무용을 했던 김옥인 단장과 20여 명의 단원 모두 탈북주민이다. 업무를 총괄하는 이 사무처장만이 남한 사람이다. 평양민속예술단은 북한의 예술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자들로 구성, 무용, 성악, 가요,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한다.

이들의 공연은 입소문을 통해 각종 기업 행사, 지역 행사 무대에 올랐고 KBS 가요무대, SBS 스타킹 등 다양한 방송에도 출연했다.

김 단장은 “최근 인기를 끄는 공연은 ‘옷 변신 쇼’인데, 이 공연으로 우리를 찾는 단체가 많아졌다”고 자랑한다. 이 쇼를 할 때는 1년 중 12달을 의미하기 위해 12명이 무대에 오르고, 4계절을 의미는 4가지 색이 표현된다.

2월 설 특집으로 방영한 ‘TV조선 매직컨트롤’에서도 선미의 가시나 음악에 맞춰 AOA 찬미와 함께 옷 변신 쇼를 선보였다. 김 단장은 “방송 출연을 할 때는 제작진과 협의해 음악을 바꾸기도 한다”며 “이러한 공연은 북한의 현대무용으로써 상류층이 아니면 볼 수 없던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영상: TV조선 매직컨트롤에 출연한 평양민속예술단과 AOA 찬미의 공연

https://youtu.be/ViJ2bz8vtcM

평양민속예술단 인원은 20명이 조금 넘지만, 이 중 상시 출근자는 6명이다. 공연 업 특성상 정기 수입이 발생하지 않아 단원 중 2/3 이상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지난 8일 오후, 연습실은 한산했다. 단원들이 오전 연습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위해 노동 현장으로 간 후였다.

예술단 공연은 연 120~150회 정도로 적은 편은 아니나, 봄, 가을에 몰려 있어 비수기는 수입이 없다. 김 단장은 “연습하는 인원이 적으면 실제 공연에서 기대했던 군무가 안 나온다”며 “비수기 때는 새 공연을 만드니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월급을 못 받는 단원에게 매일 연습에 참여하라는 것은 무리니 풀리지 않는 숙제”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금을 받을 수 없는 공연 비수기임에도 예술단원들은 연습장에 모여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고향에 남은 가족들도 있기에 이들의 가장 큰 소원은 통일이다. 이 사무처장은 “남과 북이 70년 가까이 떨어져 있다 보니까 당연히 이질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북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예술단의 활동이) 남과 북의 화해와 더불어 평화 통일을 위한 사업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남한에 북한 문화를 알리는 거 외에도 자립하기 위한 학교도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2013년 1월 예술단 부설 대안학교 ‘금강대안학교’를 개교했다. 30명의 학생은 물론이고 선생님도 모두 탈북자다. 탈북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학교다.

이들에겐 작은 꿈이 있다. 북한 공연 전용극장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사무처장은 “우리가 (북한 공연 전용극장을) 만들면 좋겠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하니 정부나 기업에서 투자해줬으면 한다”며 “한국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중국에서 북한 공연이라 하면 가격이 높고 흔치 않아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 극장이 생긴다면 영업마케팅을 강화해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 이화형 이로운넷 기자
사진. 평양민속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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