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팟,' '루티' 등 이주민 통번역 지원 앱 개발
소상공인 재고관리, 불법도촬 문제 등 '이유있는 프로젝트'도 추진

라임프렌즈 로고
# 국제회의에 가면 무전기처럼 생긴 동시 통역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기기가 비싸서 소규모 강연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앱이 바로 ‘와이팟’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앱을 통해 동시통역사의 통역을 들을 수 있다. 와이팟의 장점은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내의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이 기능은 블루투스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블루투스는 스마트폰 2대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만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일정 공간 안에서 여러 스마트폰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 동시통역사가 앱을 켜고 통역하면 그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다이렉트로 연결된 다른 스마트폰으로 통역을 들을 수 있다.

(왼쪽부터) 박준성 PM, 이프2기 이기정 씨, 정영찬 대표
와이팟처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을 ‘리빙랩’이라고 한다. 우리가 사는(living) 공간을 실험실(lab)로 삼아 그 안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연구하고 해결한다는 의미다. 와이팟은 청년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사회적 기업 라임프렌즈(대표 정영찬)가 만들었다. 직원은 5명. 주요 사업모델은 리빙랩의 가치를 실현하는 앱 개발이다.

(왼쪽부터) '와이팟' 로고, '루티' 로고
라임프렌즈는 2016년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을 신청해 다음 해 12월에 예비사회적기업 인가를 받았다. IT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목적을 이루고 싶지만, 능력이 부족한 단체들과 협업한다. 정영찬 대표는 "라임프렌즈는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기술이 필요한 사람과 전문 개발자의 가교 역할을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와이팟 다음으로 실행한 프로젝트는 이주민을 위한 앱 ‘루티’다. 박준성 PM(Product Manager)은 “우리가 아니면 해결하기 힘들 것 같은 문제를 우선으로 정했다”며 “이주민과 관련된 문제는 해결 우선순위에서 다른 사회 문제에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루티는 한국의 이주민 관련 법안을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는 플랫폼으로 현재 개발 단계에 있다. 이주민 언어에 능통한 번역가들이 웹으로 법을 번역하면 이주민들이 앱으로 번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주민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유용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가 선정하는 2017년 하반기 서울시 사회혁신 프로젝트에 루티가 선정됐다. 현재까지 네팔어와 방글라데시어 번역이 끝났다.

루티를 통해 이주민을 위한 생활정보나 의료정보도 번역할 예정이다. 박 PM은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한국인들은 매체를 많이 접하니까 마스크를 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많은 이주민은 한 달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다”며 “이주민 인권을 위해 공공정보 번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와이팟 서비스는 2.0 버전까지 나왔다. 박 PM에게 와이팟 앱이 가장 먼저 활성화될만한 곳을 물으니 “대학교”라고 답한다. 그는 “일부 대학교에는 유학생과 함께 강의를 들으며 직접 귀에다 대고 통역을 하는 봉사단이 있다”며 “와이팟을 사용한다면 강의실에 통역가가 1명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와이팟은 구글 앱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주민번역가와 공익변호사가 함께 법안을 번역하는 모습
라임프렌즈와 이프가 함께하는 이유있는 프로젝트

라임프렌즈는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와 디자이너 팀인 ‘이프(이유있는 프로젝트)’를 모아 교육하고 함께 앱을 개발한다. 최근 ‘이프’ 2기를 모집했다. 약 20명을 뽑는데 82명이 지원했다. 박 PM은 “취약계층을 돕고 싶은 의지가 충분하고 이를 실행할 방안을 찾는 친구들을 뽑았다”고 말했다. 구성원은 IT 국비지원 교육기관 학생, 취업준비생, 대학생, 고등학생 등 다양하다. 라임프렌즈는 이들과 함께 와이팟, 루티를 발전시키고 다른 사회문제 해결에도 힘쓸 예정이다.

라임프렌즈는 이프 구성원을 대상으로 망원동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코딩 교육을 진행한다. 라임프렌즈와 IT교육지원기관인 SK T 아카데미의 강사들이 재능기부를 한다. 코딩에 대한 이프 2기의 열정은 대단하다. 박 PM은 “교육 공간을 24시간 열어두는데 팀원들이 정기 교육 시간이 아닌 때도 찾아와서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프 2기 팀원인 이기정 씨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청소년 편에 출연한 인재다. 중학생 때부터 앱 개발을 했고 고등학생 때는 창업으로 약 5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평소에 취약계층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는 “IT 개발자는 대부분 비즈니스에만 신경 쓰는 줄 알았는데 라임프렌즈는 사회공헌에 관심을 둬서 함께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프 2기
이프 2기가 주목한 주제는 ‘소상공인 재고 관리 문제’와 ‘여성 불법도촬 문제’다.

소상공인 재고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이프는 물류 대행 사회적 기업인 ‘두손컴퍼니’와 협업한다. 두손컴퍼니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 재고 관리 앱을 제공하고 두손컴퍼니가 앞으로 모바일 시스템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프는 두손컴퍼니와 일하며 앱 개발 능력을 기른다.

여성 불법도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불법도촬 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모아 경찰청에 넘기는 앱을 개발한다. 이용자가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하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앱에 등록한다. 나중에는 불법도촬 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앱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이프가 개발자 문화에 기여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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