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지역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네트워킹·협업 모델을 발굴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술로 발돋움하며 전국으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3대 축 중 하나로 혁신성장을 꼽았다.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0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자원과 연계한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 최종 우수사례로 선정된 사업은 11개(작년 3개, 올해 8개)다. 이 사업은 약 21개월간 진행된다. <이로운넷>은 우수사례 중 9곳을 찾아 기사로 소개한다.

부산지역산업 혁신 거점 기관 부산테크노파크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만도시이자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 부산. 부산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 특성에 더해 대도시라면 어디나 안고 있는 지역재생의 문제를 푸는데 앞장선 기관이 (재)부산테크노파크(이하 부산테크노파크)다.

부산테크노파크는 부산지역 산·학·연·관을 비롯한 지역 혁신기관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부산 지역산업 발전전략 및 정책 수립, 지역산업의 기술고도화와 강소기술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지역산업 혁신 거점기관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부산광역시가 공동으로 출자해 1995년에 도입 계획이 수립된 뒤, 1999년에 설립 인가를 받았다.

부산테크노파크 사업 개념도. /출처=부산테크노파크
부산테크노파크 사업 개념도. /출처=부산테크노파크

도시재생사업의 열쇠 ‘스마트팜’

적지 않은 역사를 가진 기술기반 중소기업 육성의 핵심기관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일구는 사업의 주체가 된 것은 이례적인 사례이다. 조력자의 역할에서 직접 ‘선수’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역재생’이라는 분야와 그간 기술 기반의 정책지원 기관이 수행해온 사업과 대비하면 더욱 생소하다.

그러나 사업의 열쇠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의문은 쉽게 풀린다. 부산테크노파크는 그 열쇠로 스마트팜을 택했다. 

부산테크노파크가 만든 컨테이너 스마트팜 전경. 
부산테크노파크가 만든 컨테이너 스마트팜 전경. 

스파트팜은 ICT 기술을 활용해 환경 정보 및 생육 정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육 단계별 정밀한 관리와 예측 등이 가능하여 수확량, 품질 등을 향상시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일례로 기존에는 작물에 관수할 때 직접 밸브를 열고 모터를 작동해야 했다면, 스마트 팜에서는 전자밸브가 설정값에 맞춰 자동으로 관수를 하여 노동력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농산물의 상세한 생산 정보 이력을 관리할 수 있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스마트팜 기술은 농업 인구감소와 도시인구의 증가라는 배경속에 도시공동체 활성화, 농업신산업, 비즈니스식 가치농업 등의 발전 전망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에는 소비자의 편의에 한 걸음 다가선 스마트팜 수익모델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바로 이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재생과 사회적경제조직 활성화사업을 시작하였다. 부산테크노파크가 생산공정에 필요한 알앤디개발을 맡고 신라대학교에서 활용부분에 필요한 알앤디개발을 연구지원했다.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도시재생의 기초를 탄탄히 하는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도시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이익의 분배가 가능한 도시농업 방식을 채택,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확실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부산형스마트팜 방식을 만들어 냈다.

전문가 양성에 발벗고 나선 대학과 지방정부

컨테이너 스마트팜 내부 모습. 
컨테이너 스마트팜 내부 모습. 

부산의 스마트팜은 이제 시작 단계다. 사업의 기초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 전문가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부산테크노파크의 사업이 괘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산 경상대학교에 ‘스마트팜 도시농업과’가 신설되어 올해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생소한 분야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학생모집이 이루어졌다. 이 학과에서 종자, 유기농산업, 농산물품질판촉, 버섯종균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후 이 분야에서 파생될 연구, 가공 유통 설비등의 다양한 직군에 도움을 줄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창업자본을 통해 국내 스마트팜의 보급이 더욱 확산할 계기를 만들고, 농업을 기반으로 한 농업관련 연구 및 기술연구등 여러 기관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앞으로도 농업과 기술의 융복합사업 계획을 앞서서 제시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다는 목표다.

부산경상대에 이어 부산 동구도 ‘도시농업관리사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농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현재 40명을 주말반과 평일반을 나눠 교육하고 있으며,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기술과 만난 사회적경제

부산 화신사이버대학 부지내 컨테이너 스마트팜 전경.
부산 화신사이버대학 부지내 컨테이너 스마트팜 전경.

기술이 사회적경제와 만나면서 많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발달장애학생들을 돕는 협동조합이 스마트팜과 교육사업을 결합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자리까지 만드는 취업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참여업체중 케이큐브팜 협동조합은 일반업체로 참여했다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사례가 되고 있다. 재래시장이었던 성북재래시장은 마을기업으로 전환했다.

부산테크노파크의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매일매일즐거워’는 소규모 도시 속 수직농장에서 적은 움직임으로 작물재배가 가능한 스마트팜이 느린 학습자들의 자활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느린학습자 뿐 아니라 소외계층이나 고령층이 간단한 움직임과 조작만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해진 생산량은 곧 수익으로 이어져 경제활동을 도움이 된다.

‘매일매일즐거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생산시설을 직접 시공하는 분야로 까지 한걸음 더 나가고 있다. (‘느린학습자’는 지적장애인은 아니지만, 지능이 다소 낮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특히, 아동기에 있는 ‘느린학습자’들은 특별한 교육없이 방치될 경우 지적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향이 높다)

바로 이런 점들이 도시재생의 실마리가 되었다. 부산 사하구 ‘천마마을’은 지역재생을 위한 한 방법으로 스마트팜을 채택한 450㎡ 규모에 버터 헤드, 로메인과 같은 고부가가치 엽채류를 수직농장 형태로 밀폐된 공간에 스마트기술을 이용해 계절이나 기온 등의 변화에 상관없이 높은 품질의 작물을 일정하게 생산할 예정이다. 스마트팜은 천마마을 주민들의 소득 증대 및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고 향후 마을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테크노파크가 부산시 사하구와 협약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다.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사업 모델 확대

부산테크노파크는 2018년부터 1단계사업을 시작해 내년까지 3단계사업을 마치게된다. 그간 총 15개기업이 사업에 참여하여 다양한 사업적 성과를 이루었다. 1,2단계의 작물을 버섯에서 출발하여 3단계부터는 다양한 작물로 생산품을 확대할 예정이고 천마마을 식물공장등 생산시설도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또한 부산 사회적기업연구원이 ‘비알앤디 분야’를 맡아서 생태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많은 힘이 되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농업의 산업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수집,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거점을 활용한 데이터 관제계획을 국비기획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지역에 한정된 사업이 아닌 전국화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다. 

[미니 인터뷰] 부산테크노파크 이채윤 차장

부산테크노파크 이채윤 차장. 
부산테크노파크 이채윤 차장. 

Q. 기관의 고유사업이 아닌 사회적경제 사업을 하게된 계기는

- 20년이 넘는 연혁의 중소기업 핵심 지원조직에서 일하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지원조직의 자부심이 있었어요. 기업에 필요한 기술과 연구, 노하우를 지원하면서 지역 산업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다는.. (웃음) 그런 생각이요. 그러던 중에 기업지원단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려던 중 스마트팜 기술과 지역재생사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고, 사회적경제 분야의 사업까지  흐름상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Q. 새롭게 경험한 사회적경제 어떻게 생각하나 

- 스마트팜 분야를 통해 높아진 관심을 피부로 느낍니다. 구단위 사업에서 전국단위 사업으로 사업확대되는걸 생각하면 사업적 성과에 또 다른 자부심도 갖게 되구요. 사실 그동안 잘 모르던 분야였거든요. 하지만, 사업을 진행할수록 없어서는 안되는 분야이고 기업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사업분야와 함께가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