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들이 직장에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배우는 시간이 중요하죠. 지금 우리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 안에서 기본적인 직장 예절 등을 알려주고 있고요. 발달장애인을 낯설게 느꼈던 사회적경제기업도 이들에 대해 알아가는 거죠. 서로 배우는 것 같아요”

-이은자 (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강서퍼스트잡 사업팀장

강서구에서는 진행 중인 ‘강서퍼스트잡(JOB)’은 지역 내 기업과 연계해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에 맞는 현장 중심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드락공작소, 도시마을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강서나눔돌봄센터, 케이두레 등 4개 사회적경제기업이 직업훈련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업은 발달장애인 1명과 직무지원인(이하 잡코치) 1명을 매칭해 (사회적경제)기업에서 향후 취업을 위해 훈련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잡코치는 훈련받는 발달장애인들을 관리하며, 다른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업무지원을 돕는다. 훈련수당 및 잡코치에 대한 인건비는 공공(강서구)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사업주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이은자 팀장은 “보통 기업에서 발달장애인을 채용한다 해도 검증된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안정적으로 훈련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장은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지역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 지역, 가까운 곳에 사회적경제기업이 있어서 협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업훈련은 다양한 관점으로 이뤄진다. 이 팀장은 “A훈련생이 도시마을협동조합에서 훈련을 받는다고 하면, 잡코치는 A훈련생을 관리하면서 방역(소독)업무 외에도 환경미화, 사무보조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재능을 살핀다. 기업 대표들도 장애인들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한다. 이후 일자리가 생겼을 때 기업에서는 훈련받던 발달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연계한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지역 내 기업과 연계해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에맞는 현장 중심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강서퍼스트잡(JOB) 사업을 진행중이다./사진=(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강서퍼스트잡 사업팀
강서구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지역 내 기업과 연계해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에맞는 현장 중심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강서퍼스트잡(JOB) 사업을 진행중이다./사진=(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강서퍼스트잡 사업팀

“사업에 참여 해보니 갈등 있었죠. 점차 방법을 찾게되더라고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업에 참여하는 사회적경제기업 대표들에게 "참여해 보니 어떤가”라고 질문하자 “예상보다 갈등이 많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훈련생(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를 줘도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았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잡코치와 담당직원이 안맞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한복남 사회적협동조합 강서나눔돌봄센터장은 “대표자는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실무를 하는 직원들의 입장은 또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사회적경제기업이라 해도 모든 직원들이 다 같은 마음은 아니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노정은 도시마을협동조합 이사장 역시 초반에는 어려운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특히 도시마을에서 훈련생을 받은 때가 여름이었는데, 방역업체다 보니 일이 많은 시기였다. 일이 많은 상황에서 교육까지 해야하다 보니 힘들 수 밖에 없었다. 

노 이사장은 “사전에 직원들에게 공지를 했고, 직원들도 동의했지만 막상 해 보니 갈등이 발생했다. 더구나 나 역시 (발달)장애인들을 잘 몰라서 정말 많이 부딪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 일의 특성 상 방역을 위해 고글, 마스크 등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훈련생(발달장애인)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은 강서퍼스트잡 사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꾸준히 참여할 생각이다. 한복남 센터장은 “사업에 참여하고 보니 장애인들의 일자리가 지역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사업에 참여 하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보도 얻게 됐다”고 전했다.

한 센터장은 “사회적경제기업은 기본적으로 지역 연대에 대한 마음이 있어서 이런 사업을 더 용이하게 받아들이고,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정은 이사장은 “지금까지 소비의 주체로만 생각돼 왔던 (발달)장애인들이 생산의 주체가 되면서 소비와 생산의 간극이 좁아지면 사회비용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회비용을 줄이는데 사회적경제기업도 일조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 정은진씨가 직업훈련을 받는 모습./사진=(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강서퍼스트잡 사업팀
발달장애인 정은진씨가 직업훈련을 받는 모습./사진=(사)서울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강서퍼스트잡 사업팀

사회적경제기업에서 훈련받은 발달장애인,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현재 강서퍼스트잡 사업을 통해 25명이 취업에 성공했고, 23명이 직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 자체보다는 그 이후가 문제다. 이은자 팀장은 “훈련생들이 취업에 성공한 이후부터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위해 기업과 잡코치, 발달장애인 당사자, 부모 등과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들이 해고 당하지 않고 직무에 재미를 느끼며 계속 일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한복남 센터장은 “같이 일하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게 됐다. 우리의 목표는 모두가 지역사회 안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은 이사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문제가 강서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의 모델이 좋은 선례가 돼서 다른 기업으로 확장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반응이요? 꿈을 이뤘다고 좋아하죠”

강서퍼스트잡 사업으로 취업에 성공한 훈련생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수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원증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발달장애인 A씨는 취업에 성공해 그동안 꿈꿔왔던 자신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었다. A씨는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었지만, 취업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은자 팀장은 “훈련생으로 참여하는 친구들은 모두 복지관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복지관에 있을때는 편안하고 익숙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래서 긴장했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직업훈련을 통해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  

간혹 ‘훈련을 마치고 취업이 안되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느끼는 실패나 좌절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게 이은자 팀장의 설명이다. 오히려 ‘다음에 더 잘하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다는 것.  그는 “많은 비장애인들이 실패와 좌절을 겪듯이 발달장애인들도 그런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숙해지고,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전했다.

이은자 팀장은 “어쩌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은 낯선 사람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섦' 보다 '서로 도와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 크게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공공에서 지원하는 것이지만, 발달장애인 직업연계에 대한 인프라가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다. 사업에 공감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참여로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미니 인터뷰] 발달장애인 당사자 정은진(32세)

강서퍼스트잡 사업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정은진 씨. 인터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됐고, 사진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강서퍼스트잡 사업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정은진 씨. 인터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됐고, 사진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정은진 씨는 강서퍼스트잡 사업을 통해 강서구 사회적경제기업 ‘우드락공작소’와 ‘강서나눔돌봄’에서 직업훈련을 받았다. 이후 사회적기업 케이두레에 취업에 성공해 근무하고 있다.

Q. 우드락공작소, 강서나눔돌봄에서 일한 것이 지금 일을 하는데 어떤 도움이 됐나요?

▶우드락공작소에서는 목공조립과 사포질을 배웠습니다. 강서나눔돌봄에서는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서작성, 서류정리를 배웠고요. 두 곳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직장예절과 일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Q. 현재 케이두레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직원들이랑 같이 일하는게 즐겁습니다. 월급을 받아 부모님 선물을 사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Q. 첫 월급으로는 무엇을 하셨나요?

▶친구들을 만나 저녁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일을 열심히 해서 집을 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는 방송댄스도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은진 씨는 현재 아이돌 가수의 곡으로 방송댄스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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