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대본에 무대 오른 미혼모들...'명랑캠페인'이 함께 나섰다

- 전석매진 시즌2로 이어져...'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 등 국회 통과 이끌어

 

연극 '미모되니깐'을 제작한 오호진 명랑캠페인 대표는 "앞으로도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을 제작해 소외 계층 문제 해결에 압장서겠다"고 밝혔다.

# “일 안 하면 세금으로 아이 키운다고 욕하고, 일을 하겠다고 이력서내면 아이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되고…어떻게 하라는 건지” _연극 ‘미모되니깐 대사 中

연극 ‘미모되니깐’은 미혼모들이 배우다. 연극이지만 연극 아닌 사실이고, 배우지만 배우 아닌 실제 인물이다.

연극은 지난 2015년 미혼모가 받는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차별을 치유해보자는 취지의 ‘이벤트’로 시작됐지만 관객의 호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장기 공연으로 이어진 것은 물론 전석 매진됐다. 추가 공연이 결정되자 국내 최초 '입법연극'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었다. 정치인들의 관심이 이어진 이유다.

# 2017년 1월. 권미혁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 41명이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그해 9월 법안 상정을 거쳐 12월 29일과 올해 2월 28일에 차례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두 법안은 오는 6월과 8월에 각각 발효될 예정이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부모가족의 권익과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할 의무가 있고,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기간도 최대 9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된다. 미혼모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종전보다는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모인다.

 

 

 

 

연극 ‘미모되니깐’의 주인공들은 미혼 엄마들이다.

미혼모의 사회적, 경제적 차별을 줄일 수 있는 이번 법안 탄생에 '의외의 공로자'가 거론된다. 연극 미모되니깐을 통해 미혼모 문제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대중에 알린 기획사 ‘명랑캠페인’과 대표 오호진이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 입주해 있는 명랑캠페인은 취약 계층 문제를 연극 등 문화예술로 승화해 사회변화 캠페인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오호진 명랑캠페인 대표는 “2016년에 만든 시즌2는 공모를 통해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대본을 만들고 미혼모들이 무대에 직접 올랐다”며 “이때부터 취지에 공감하는 정치인들이 격려하면서 입법에 적극 나섰다”고 설명했다.

 

 

 

 

 

 

미혼모들의 경험담을 연극으로 구성한 '미모되니깐'은 본 공연이 끝난 후 관객 참여형으로도 진행했다.

과정이 쉬었던 건 아니다. 입법이 구체화되면서 힘을 더 모아야할 때인데 편견을 깨고 사회적 장치를 만들자고 주장을 하면서도 미혼모 자신을 드러낸다는 일은 여전히 개인이 져야할 부담이었다.

“약속 시간에 배우들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다 보니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걸 어려워하시는 거죠.”

배우 섭외부터 쉽지 않았는데, 당일 날 공연을 펑크내는 등 시련의 연속이었다. 오 대표는 미혼모를 찾아갔다. 공연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기를 반복했다. 마음을 열고 용기를 내는 미혼모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명랑캠페인을 찾아와 격려했다.

오 대표는 2013년 명랑캠페인을 설립하기 전 시네라인2라는 영화사에 근무했다. 그가 당시 참여한 영화는 발달 장애인의 마라톤 완주를 그려낸 영화 <말아톤>, 서울의 판자촌 이야기 <특별시사람들>, 입양아를 다룬<마이파더> 등이다. 시네라인2는 사회 소외계층 문제를 적극 다뤘다.

오 대표는 "당시 석명홍 시네라인2 대표는 사회 문제를 가시화하고 조명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은 일명 ‘휴머니스트’로 통했다"며 “돌이켜보면 시네라인2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소외계층 문제를 다룬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문화예술 콘텐츠로 사회변화를 위한 작은 날갯짓을 시작한 명랑캠페인. 오 대표는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법 두 건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성과를 이뤘지만 미혼모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공연을 통해 사람들의 선입견을 없애고, 소외계층의 현실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공감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오 대표는 "미모되니깐처럼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을 제작해 사회적기업으로 한발짝 더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김선화 비서관, 권미혁 국회의원, 오호진 대표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주요 내용
▲한부모가족의 권익과 자립지원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강화와 시책수립 의무화
▲이혼 또는 사별에 따른 임신부의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 이용 가능
▲5월 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지정
▲한부모가족 상담전화 설치 운영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주요 내용
▲한시적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 비양육부·모의 동의 없이 관계 기관의 장에게 소득ㆍ재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 가능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기간 최대 9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
▲양육비 이행 청구서 통지 절차를 ‘송달’에서 ‘서면 통지’로 변경

글. 이화형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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