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적경제계가 기술혁신을 통한 지역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네트워킹·협업 모델을 발굴해낸다. 지역 내 대표기술로 발돋움과 전국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꿈꾼다.

정부는 경제 정책의 3대 축 중 하나로 혁신성장을 꼽았다.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자는 공급 중심 경제정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혁신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0 사회적경제 혁신성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자원과 연계한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 최종 우수사례로 선정된 사업은 11개(작년 3개, 올해 8개)다. 사업은 약 21개월간 진행된다. <이로운넷>은 우수사례 중 지난해 3곳, 올해 6곳울 찾아 성과를 취재했다.

 

# P씨가 사는 아파트의 쓰레기 분리수거 날짜는 1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이다. 이에 비해 음식물 쓰레기 수거는 매일 이루어진다. 명절 휴일 때 하루라도 수거가 밀리면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 주변이 아수라장이 된다.

환경부가 발표하는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 해 우리나라 전체에서 581만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했다. 매일 약 1만 6천t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청주 지역의 음식쓰레기 처리가 비순환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점에 주목했다. 순환적 방식의 해법을 고민했고, 환경정화 곤충인 ‘등애등에(Black Soldier Flies)’를 이용한 해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누에가 뽕잎을 먹고 실크를 생산하듯, 동애등에가 유기성 폐기물을 먹고 사료와 퇴비를 생산하는 개념이다.

이처럼 환경을 생각한 산업 발전인 ‘그린뉴딜’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올해 초 발간한 저서 ‘글로벌 그린뉴딜’에서 “정부 당국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순환성 프로세스를 구축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환성 프로세스가 구축되면 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경제·시민사회·거버넌스 등 여러 측면에서 기후 회복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환경정화 곤충인 '동애등에'를 활용한 유기성 음식물 폐기물 원점처리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 이미지제공=충북대학교
환경정화 곤충인 '동애등에'를 활용한 유기성 음식물 폐기물 원점처리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 / 제공=충북대학교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과 BM모델 개발

충북대가 위치한 청주시는 각 가정이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음식 폐기물을 청주 종합처리장에서 일괄 처리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음식물 쓰레기 일부는 퇴비나 사료로 만들고, 상당 부분은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 안에는 수분이 많아서 자원화 시설로 반입된 이후 80%는 폐수로 배출돼 처리된다. 나머지 고형물 중 사료나 퇴비에 쓰이는 양은 많지 않아 실질적인 재활용률은 높지 않다.

게다가 ‘수거-운반-처리’ 과정에서 매년 3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지역에서 음식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를 할 수 있으면, 비용도 줄이고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

충북대 산학협력단과 도시공학과 반영운 교수팀은 해당 분야의 노하우를 가진 사회적기업 ‘㈜엔토모’와 2019년부터 2년간 지역 커뮤니티 기반 폐기물 순환바이오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 기반’이란 기술적으로는 유기성 폐기물을 운반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원점처리가 가능한 장치의 개발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포함한다.

음식물 쓰레기 분해에 활용하는 동애등에는 생존력·번식력·소화력이 강한 환경정화 곤충으로, 하루에많은 양의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동애등애 유충은 양계농가나 반려동물을 위한 기능성 사료로 활용돼 자원순환과 더불어 부가가치까지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이동형 원점처리 시험 플랜트는 충북대 교내에 설치되었으며, 21년 상반기중 시험가동을 준비중이다 / 이미지 제공=충북대학교
이동형 원점처리 시험 플랜트는 충북대 교내에 설치되었으며, 21년 상반기중 시험가동을 준비중이다 / 제공=충북대학교

반영운 교수팀은 현재 충북대 안에 동애등에 유충 사육 설비 2기가 포함된 이동형 원점처리 장치를 설치하고 21년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일종의 시험 플랜트와 같은 장치를 먼저 가동해보려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업의 핵심개념인 ‘지역기반의 원점처리’ 비즈니스 모델(BM)을 현장에 구현해 보기 위해 현재 청주에서 시범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반교수팀은 지난 7월 청주시 외곽의 음식물 분리배출 외 지역인 오송읍  궁평리 주민들을 ㈜엔토모가 운영하는 시설로 초청해 직접 돌아볼 수 있도록 설명회를 개최했다. 

1차 년도 (2019년) 2차년도 (2020년)
동애등에 커뮤니티 BM 개발  동애등에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화
생육설비 플랜트 개발 중저가 유기동물 기능성 사료 개발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경제와 접목

반 교수팀은 사업이 시행되면 마을당 2~3명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마을 단위의 음식 폐기물 수집과 동애등에 유충 관리에 필요한 인력들이다. 이러한 일자리는 현재 골목에서 폐지를 주워서 생활하는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맡겨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사업 BM의 실증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사료와 퇴비 제품의 제조·판매를 통해 규모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이 참여해 주민소득 창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애등애'는 음식물 폐기물을 처리하고 사료용 곤충으로 활용된다. /사진=(주)엔토모 홈페이지
'동애등애'는 음식물 폐기물을 처리하고 사료용 곤충으로 활용된다. /사진=(주)엔토모

나아가 동애등에 분변토의 토양개선 활용과 유충을 활용한 반려동물용 기능성 사료 개발방안도 검토 중이다. 분변토 비료는 유기비료의 사용 증가로 산성화한 토양의 질 개선에 효과가 있고, 당귀·작약 등 한약재를 먹인 유충으로 만든 반려동물 사료는 항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한약재 폐기물을 사료로 생산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한국생산기술원이 주최한 2019년도 산학프로젝트 경진대회 2019년도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사진제공=충북대학교
한국생산기술원이 주최한 2019년도 산학프로젝트 경진대회 2019년도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사진제공=충북대학교

충북대가 5년전 개설해 운영중인 ‘스마트생태산업융합학 학과간 협동과정’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스마트 생태산업의 현장실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사업이 활용되고 있다. 동애등에 사업이 19년도 협동과정 산학프로젝트로 진행되었고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밖에도, 학내의 창업동아리와도 연계해 학생들이 새로운 혁신 창업에 도전해보는 아이템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미니 인터뷰> 반영운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겸 충청생태산업개발센터장

반영운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사진=박창호 기자
반영운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사진=박창호 기자

Q. 이번 사회적경제 혁신사업 성장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 기존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많은 경제적 비용이 소요되는 데 반해 선형적이다. 순환이 되지 않는 것이다. 곤충은 부작용이 없다. 오염물질이 없고 바로 자연과 일치될 수 있어 좋다. 사회적경제와 접목한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토양의 산성화를 완화하는 비료와 기능성 사료를 제조·판매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혁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Q. 향후 해당 사업 개발과 활용에 대한 계획은

- 음식 폐기물과 이를 처리하기 위해 활용하는 곤충 사육에 관한 법률 및 제도상의 규제로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에 제약이 많다. 실증을 통해 실효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 주민들과 더욱 긴밀하게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사업의 규모화 추진을 위해 OBT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을 신설하고, 전북 익산시 산업단지에 입주도 추진하고 있다. 

Q. 소감은

-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었고, 문제해결이 시작점이었다.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생태적으로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솔루션 개발에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했고, 사회적·경제적으로 비용이 절감돼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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