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된장소스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주민들
건강한 된장소스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주민들.

우리말에는 유독 식사와 관련된 표현이 많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을 때 “밥 한번 먹자!”라고 하며, 누군가가 싫을 때 “밥맛 없다”라고 한다. 화가 났을 때 “넌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고, 고마움을 표현할 때 “나중에 밥 한 끼 살게”라고 한다. 한국어의 다양한 음식 관련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인은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울 방학신동아1단지 아파트에서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식생활 배움터 – 슬기로운 먹거리 생활’을 진행하고 있다.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공동주택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하여 해결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사업이다.

‘슬기로운 먹거리 생활’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요리강습을 통해 주민들의 바른 식생활 공동체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친환경 유기농산물과 친환경 가공식품, 친환경 생활용품 등을 공급하는 사회적경제 조직 ‘행복중심생협’과 함께했다.

고령층 건강, 건강한 끼니로 지킨다

방학신동아1단지 아파트는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이 거주한다. 사업을 제안한 주민그룹은 ‘고령층이 스스로 건강하게 끼니를 챙겨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주요 의제로 생각해 ‘슬기로운 먹거리 생활’을 기획했다.

김영동 코디네이터는 ‘슬기로운 먹거리 생활’을 함께하는 기업으로 행복중심생협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행복중심생협이 ‘건강한 먹거리’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활동했고, 방학신동아1단지아파트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내가 사는 마을에서 더불어 살아가기’라는 목표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행복중심생협의 강사님이 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행복중심생협의 강사님이 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서울 창동 하나로마트 2층에 위치한 도봉 바른밥상 식생활배움터에서 ‘슬기로운 먹거리 생활’ 3회차 강좌가 ‘양념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수업은 올바른 식재료에 대해 먼저 강의하고, 이후 요리강좌를 진행했다. 이날 주제는 ‘건강한 양념’으로, 시판되고 있는 양념장에 들어가는 재료의 위험성과 건강한 재료로 양념장을 만드는 방법 등을 다루었다.

수업이라 하면 다소 지루할 법도 한데, 주민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동안 양념장을 만들어 보았던 경험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후 요리강습이 시작됐다. 이날의 요리는 건강한 된장을 주재료로 한 ‘된장소스덮밥’이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방식이었다. 손이 느린 사람도 있고, 손이 빠른 사람도 있었지만 서로 조금씩 도와가면서 요리를 완성해냈다.

된장소스와 된장소스 덮밥
된장소스와 된장소스 덮밥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1차 연도에 공동체 형성 및 가치 공유, 2차 연도에 경제공동체 조직 및 사회적 기업 설립, 3차 연도에는 선순환 경제 구축 및 안정화, 일자리 창출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방학신동아아파트 1단지는 올해 처음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프로젝트를 알리고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영동 코디네이터는 전체 3169세대의 모든 우편함에 직접 ‘슬기로운 먹거리 생활’ 홍보물을 넣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예정된 강좌들이 모두 정원을 채울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주민들이 모임 자체를 꺼려 하는 상황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신청했다. 강좌에 참가한 아파트 주민 임가영 씨는“우편함의 홍보물을 보고 신청했다”며 “몰랐던 잘못된 식생활 습관과, 건강한 식재료에 대해 알게돼 좋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요리에 열중하고 있다. 
주민들이 요리에 열중하고 있다. 

주민들이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같이살림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임 씨는 “평소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주민들의 문제는 실제로 주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직접 만나서 불편한 점들을 논의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답했다.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파트 주민 김현옥 씨는 “취지는 좋은데 코로나 때문에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으면서 친해지는 건데 거리두기 때문에 식사가 불가능하니 주민들끼리 얘기를 나눌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두 주민 모두 차후 같이살림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향을 밝혔다. 김 씨는 “빨리 코로나 사태가 해소돼 주민들끼리 나눠먹고 소통하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라고 말했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1단지 주민들.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는 방학동 신동아 아파트 1단지 주민들.

방학동 신동아아파트 1단지는 현재 ‘슬기로운 먹거리생활 시즌2’를 기획 중이다. 이외에 공동주택의 의제를 주민이 함께 도출하는 ‘같이살림 워크숍’과 다양한 강좌를 통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주민 배움터– 슬기로운 신동아 생활 시즌 2’ 등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일정이 연기되는 등 프로젝트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방학신동아1단지 아파트 주민의 호응도가 높은 편이어서 코로나19가 잦아들면 많은 주민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