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지역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네트워킹·협업 모델을 발굴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술로 발돋움하며 전국으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3대 축 중 하나로 혁신성장을 꼽았다.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0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자원과 연계한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 최종 우수사례로 선정된 사업은 11개(작년 3개, 올해 8개)다. 이 사업은 약 21개월간 진행된다. <이로운넷>은 우수사례 중 9곳을 찾아 기사로 소개한다.

산업구조가 바뀌면 도시도 바뀐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달라진 도시에서 허둥댈 수밖에 없다. 섬유, 신발. 교과서에 나오던 대구의 이런 대표 산업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업태도 이런 기존 산업구조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⑥

2020년 11월 기준, 대구의 식품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은 약 95개소로, 대구 전체 사회적경제기업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 내 카페와 도시락 산업이 성장 중이고, 진입도 어렵지 않아 취약계층 고용 창출에도 적합하다는 이유가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카페 소셜프랜차이즈 브랜드 ‘그린그루브’에서 판매하는 제품.

하지만 그 조건은 딱 그만큼의 난제를 동반한다. 개별 기업은 많으나 이미 서울 중심에서 확산한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기업이 영세해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한 지속성장을 꾀하기에도 역부족이다.

“대구시 인증 사회적기업의 경우 전체 상위 10개 기업의 매출액 비중이 65%를 넘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속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동현 팀장은 협업에 기반한 규모화 사업 ‘소셜프랜차이즈’ 사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사업은 ‘식품 분야 가치사슬 강화와 협업적 규모화(Scale-up)를 통한 소셜프랜차이즈 기반 조성’이 목표다. 커뮤니티와 경제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무한상사사회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앨리롤하우스·인플럭스·토브커피에이전시협동조합(이상 카페분야)·사회적협동조합 동행(R&D 주관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R&D분야는 2021년 3월 컨소시엄 참여기업을 공모할 예정이다. <표 참조>.

(사)커뮤니티와 경제가 주관하고 무한상사사회적협동조합이 중심인 소셜프랜차이즈’ 사업

이 사업은 산자부 사업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소셜프랜차이즈 시도는 전국적으로 나타난다. 대구의 어떤 점이 우수 사례로 연결됐을까.

“다른 지역도 좋은 성과를 내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대구는 지역의 민간네트워크가 공공자원과 연계해 공동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합니다. 2016년부터 도시락・급식・케이터링 분야 7개 기업은 ‘먹거리네트워크’를 자발적으로 구성하고, 공동의 성장을 위해 협업을 지속했습니다. 대규모 박람회를 함께 치르고, 원부재료의 공동구매와 레시피 교육 등의 사업을 통해 협업구조를 잘 안착시키면서 2018년 공동브랜드 ‘베리쿱(VERYCOOP)’을 시작했죠. 이런 기반 덕분에 안심팩토리 1, 2호점 사업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부 사업을 계기로 공동브랜드 수준의 사업이 협업에 기반한 규모화가 시작된 것이죠. 더욱이 기초지자체(대구 동구청, 남구청)의 유휴공간에 한국가스공사의 사업지원까지 연계되어 HACCP* 생산시설(안심팩토리)을 구축하게 된 덕분에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거든요.”

*HACCP

위해요소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영문 약자다. 해썹 또는 안전관리인증기준이라고 말한다. 식품이다 보니 위생이 중요하다. 생산-제조-유통 전 과정에서 식품의 위생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해요소를 분석하고, 이러한 위해 요소를 제거하거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계에 중요관리점을 설정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식품의 안전을 관리하는 제도다.
커뮤니티와 경제 성장지원단에서 활동 중인 이인만 연구원은 이런 설명에 덧붙여 “민관거버넌스를 통한 자원연계와 더불어 사회적경제기업의 업종별 네트워크가 다져온 협업의 결과가 빛을 발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협업’을 얘기하는 순간, 코로나 19를 빼놓을 수 없다. 2021년 대한민국, 아니 세계를 관통하는 단어는 ‘코로나19’로 수렴된다. 대구는 바이러스 확산 초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 상황에서 ‘매’를 먼저 맞은 곳이다. 마스크도 부족하고, 의료진도 부족하고, 이렇다 할 방역수칙도 없는 대혼란 속에서 대구는 어떻게 버텼을까. 놀랍게도 대구에선 농담처럼 말하는 위기극복 대한민국 DNA가 극대화됐으며, 그 중심에 사회적경제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페 소셜프랜차이즈 브랜드 ‘그린그루브’ 오픈식 사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여행업의 공감씨즈는 제일 먼저 게스트하우스를 의료인들에게 제공해 박수받았다. 마을 목수를 길러내는 다울건설협동조합과 동네밥집 우렁이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마을기업들은 무료급식소를 잃은 노숙인을 가장 먼저 챙겼다.

이런 사회적경제기업의 활동이 쌓여 올해 3월 31일 대구시 당사자 조직, 중간지원조직, 전문가 및 관련 공무원 등 민관 공동으로 ‘대구 사회적경제 코로나19 대책 TF팀’ 구성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공동 대응, 일종의 ‘위기관리 민관거버넌스’가 사회적경제의 힘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소셜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 먹거리네트워크 기업들 역시 가만있었을 리 없다. 대구에 내려온 의료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도시락과 반찬 지원에 나섰고, 카페 분야의 기업들 역시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의 의료인을 위한 기부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성 팀장은 “모두가 힘들 때 제일 먼저 나설 수 있었던 것이 사회적경제기업이었다”며 “많은 조직과 기관이 (뭐든 하려는)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제도와 행정에 묶여있던 상황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은 자발적으로 자기 주변을 적극적으로 챙겼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카페 소셜프랜차이즈 브랜드 ‘그린그루브’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관계자가 회의하는 모습.

사업은 1, 2차년도로 추진된다. 카페분야 소셜프랜차이즈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매뉴얼에 기반한 테스트 매장 운영을 시작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테스트 매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늦어지긴 했지만, 다행히 연내 문을 열게 됐다. 2차 년도는 도시락 분야의 소셜프랜차이즈를 R&D 연구성과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다. 관련 참여기업은 내년 3월에 추가 모집한다.

성 팀장은 “기존의 계획을 잘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식품 분야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시장 진출을 지원하려 한다”며 “이후 사업 방향에서 코로나19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올해는 갑작스럽게 코로나19를 겪어야 했지만, 바이러스 시대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된다 해도 언제고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의 규모화가 절실합니다. 개별 기업이 너무 영세하니까요.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도 발휘됐잖아요? 일상에서 전략적으로 협업을 추구하면 규모화도 가능하고, 지속 성장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미니 인터뷰] 성동현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팀장

성동현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팀장

 

Q. 코로나19도 그렇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텐데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코로나19 초기 대구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안심팩토리 2호점 조성 공사도 두 달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준공이 어려울 수 있었는데 대구 남구청 도시재생과의 적극적인 행정과 한국가스공사의 지원으로 12월 초 준공 예정입니다. 카페 소셜프랜차이즈 브랜드 ‘그린그루브’의 테스트 매장도 코로나19로 인해 연내 사업 개시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컨소시엄 기업의 협동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Q. 대구라는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가고 계시는지요. 

-양극화와 성장의 둔화는 모두가 겪는 문제지만, 대구는 섬유산업의 호황 이후 오랫동안 경제 하락기를 겪었습니다. 사회적경제가 작지만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과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 사회적경제 협업화·규모화·자산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확대, 성장의 마중물이 되어줄 사회적금융, 이러한 것들의 기반이 되는 풀뿌리(기초단위)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이 이뤄지면 기반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구요. 이런 변화는 사회적경제가 중심이 되는 민간의 연대와 협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자원을 연계하여 해결의 단초를 찾는 일이 (사)커뮤니티와경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페 소셜프랜차이즈 브랜드 ‘그린그루브’ 테스트 매장 외부.

이번 과제에 참여하는 기관은 크게 주관기관과 참여 기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관은 (사)커뮤니티와 경제, 참여 기관은 무한상사사회적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주관사인 (사)커뮤니티와 경제는 대구사회적기업지원센터·대구협동조합지원센터·대구시마을기업지원기관·대구・경북소상공인협업아카데미·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대구)·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운영하는 통합 중간지원조직으로 사회적경제기업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연계하여 함께 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업의 의미는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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