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는 ‘갑’과 ‘을’이어야만 할까.

본사의 배만 불리는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조합원이 가맹점주이며 가맹본부를 공동소유하는 수평적인 형태다.

경기도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2018년부터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묶어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변환을 유도한다.

<이로운넷>은 이를 소개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7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만난다.

“SW(코딩)교육은 2018년부터 전국 초·중·고 정규 교과로 지정됐습니다. 그러나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과정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추세지만 그나마도 서울에 편중됐습니다. 균등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입니다. 미래인재교육협동조합은 이 같은 교육 격차를 막기 위해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지원사업에 지원했습니다.”

지난 11월 3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미래인재교육협동조합(미래인재협) 본사에서 정재엽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가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지원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프랜차이즈로 사업 규모를 키워 누구나 코딩을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교육격차 심화...누구나 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IT업계에 종사하던 정 대표는 퇴사 후 방과후학교 교사로 일했다. 이후 코딩 교육이 공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목격했다. 코딩 교육 특성상 고가 장비·교보재가 필요한데 공교육 내 제한된 여건에서는 이를 구할 수 없었다. 교육과정은 단순화됐다. 

지난달 3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미래인재교육협동조합 본사에서 정재엽 대표를 만났다.

특수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에게는 교육 기회 자체가 부족했다. 정 대표는 “정부는 2025년부터 초·중·고 교육과정에 인공지능(AI) 과목을 신설하는 등 컴퓨터 교육 보편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며 “교육은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권리인데 발달장애인 학급은 이 ‘보편’을 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역·소득 간 교육격차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금 형성된 사교육 시장은 비싸고 수도권 위주다. 저소득층이 컴퓨터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도 통로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경기도 시흥에서 컴퓨터 교육을 배우려면 인천 송도까지 나가야 한다”며 “컴퓨터 교육이 대학입시와 본격적으로 연결되면 격차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 대표는 지난 2016년 미래인재협의 전신인 ㈜에프엔제이를 설립했다. 2018년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어디에서나 누구나 만나는 재미있는 SW(코딩)교육’을 구호로 교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일반 수업 방식 아닌 오감 동원한 프로그램 만들어

㈜에프엔제이는 우선 재미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다루는 내용이 어려워 일반적인 수업방식으로는 수강생이 흥미를 잃기 쉬웠다. ‘SDRM(Storytelling, Drone, Robot, Music)’과 ‘Let’s Code’ 교육 프로그램은 그 같은 노력의 결과였다.

SDRM은 오감을 활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강생이 음악을 듣고 교보재를 직접 손으로 제작하며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Let’s code’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코딩 관련 미션을 완성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코딩에 필요한 논리 지능과 정보처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일반인과 발달장애인용을 따로 만들었다. ‘누구나 재미있는 SW교육’이란 구호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루할 수 있는 코딩 수업을 놀이처럼 구성했더니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코딩교육 자체에 대한 수요도 많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은 없었다. 정 대표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지금 인공지능·로봇 분야로 나아가려면 SW(코딩) 기술을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며 “때문에 컴퓨터 교육에 대한 수요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협업을 요청하는 기관도 많았다.

올해 3월부터는 삼성SDS와 협업해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며 비대면 코딩교육을 제공하는 중이다. 인천시교육청과도 함께 오는 12월까지 인천시 내 일반 학급 대상 대면 코딩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는 경기도콘텐츠진흥원과 함께 경기도 내 지역아동센터·발달장애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코딩교육을 진행했다. 

미래인재교육협동조합이 개발한 코딩교육 교보재.
미래인재교육협동조합이 개발한 코딩교육 교보재.

타지역에까지 확장하는 방식 고민...프랜차이즈가 이룰 수 있어

다른지역에 교육을 제공할 때마다 협업기관과 함께할 수는 없었다. 정 대표는 기업이 가진 자원만으로도 타 지역에 교육을 공급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좀 더 규모를 키워야 했다. 그는 “모든 지역의 코딩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지원 사업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으로 운영구조를 바꾸면 돌봄 기관이나 방과후학교 교사 단체 등 다양한 주체와 함께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가능하고, 가맹사를 세우는 방식 역시 교육 대상을 확보하는 데 쉬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지난 6월부터 미래인재협의 출범을 추진하다가 10월에 협동조합 승인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지원사업 참여사로 선정됐다.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주체는 ▲(주)에프엔제이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사회적기업인 ‘참다솜교육’ ▲코딩·수학 교습학원 ‘매쓰랩’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사단법인 ‘행복한아이를만드는교육’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사회적협동조합 ‘어우리터’ 등 5곳이다. 미래인재협은 현재 가맹사를 모집 중이다.

정재엽 대표의 모습.
정재엽 대표의 모습.

미래인재협은 가맹사를 통한 교보재 대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코딩교육 교보재 대부분이 30만원에 육박한다. 수업은 보통 4-6개월 주기인데 그 기간이 지나면 버려진다. 강사 및 센터가 수업 때마다 일일이 교보재를 구입하기에도 부담스럽다. 정 대표는 “공교육 예산에서도 교보재를 살 수 있는 예산을 할당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교보재가 없으면 수업이 지루해지기 쉽고 학생들의 몰입도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역마다 센터를 세워 방과후학교 강사나 돌봄 기관·공부방에 교보재를 대여하는 방식이라면 교육제공자·대상자·센터 모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즉 교보재 비용 문제만 해결돼도 대도시 중심의 소프트웨어 교육 인프라를 지역 단위 보습학원, 교습소, 공부방에서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꾸준히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가맹사를 모집해 내년도까지 프랜차이즈 기반을 잡겠다”고 말했다. 가맹사 정착이 완료되는 때부터 경기도 내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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