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서울 망원시장에서는 색다른 화폐가 통용됩니다. 온누리상품권처럼 현금의 역할을 하는 지역화폐 ‘모아’입니다. 모아는 마포공동체경제네크워크가 발행한 지역화폐입니다.
 

마포지역 주민인 한선경 씨는 매월 50만 원의 모아를 구매합니다. 살 때 5%를 더 얹어 계산해주기 때문에 실제론 52만 5000원을 받습니다. 이 가운데 50만 원은 아내에게 건네고 본인은 덤으로 받은 2만 5000원을 용돈으로 가져갑니다.

공동체가게 이용권 '모아'는 마포지역에 등록된 공동체 가게에서 현금처럼 통용된다.?

일 년이면 30만 모아. 한 씨는 덤으로 받은 모아로 즐거운 소비를 하고 단골가게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즐거움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모아는 마포지역에서만 통용됩니다. 돈이 지역에서만 돌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지요.
 

한 소비자가 카페에서 현금 대신 ‘모아’를 내고 있다.

윤성일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 대표는 현재 모아 회원은 약 220명이고 이 가운데 100여 명은 모아를 월정액으로 구매하는 약정 회원이라고 합니다.

“모아는 공동체가게 이용권입니다. 마포에선 적어도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아가 통용되는 180군데 가게에서 우리끼리 지역화폐를 사용한다는 뜻이지요.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에 모아로 결제합니다.”

모아는 약정 없이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20여 개의 환전소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돈으로 바꿔갈 수도 있습니다. 망원시장 85개 점포 전체를 비롯해 다양한 업종들이 공동체 가게 회원으로 등록돼있습니다.
 

?발행 규모는 한 달에 약 2000만 원. 누적된 유통 규모는 2억여 원에 이릅니다. 처음에는 가게 3곳에서 시작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공동체가게 수는 180여 개로 늘어났습니다.

망원시장 입구에 위치한 카페M은 공동체 가게 1호점입니다. 지역화폐 ‘모아’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지요. 2012년 마포구 합정동에 한 대형마트가 입점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망원동 전통시장 상인들과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은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골목경제 살리기 서명운동을 펼쳤습니다.

망원시장 입구에 위치한 공동체 가게 1호점 카페 M

?비록 대형마트의 입점은 막아내진 못했지만 일부 품목에 대한 판매 제한 조치를 이끌어냈고 대형마트로부터 지역발전기금을 얻어냈습니다. 이들은 이를 나눠 갖지 않고 공유 건물로 지역 사랑방인 카페M을 열었습니다. 공간 소유주는 '상인회'이고 운영은 '민중의 집'에 위탁을 주었지요. ?

그런데 활동 따로 생활 따로였어요. 함께 했던 단체의 회원들조차 커피는 스타벅스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를 소비했지요.

윤성일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 대표??

“우선 활동하는 사람부터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지 말고 여기 오자고 했지요. 쿠폰을 만들까 했는데 돌아보니 어려운 가게가 한두 군데가 아니더군요. 소비운동을 실용적으로 접근해 우리랑 관계를 맺고 있는 가게부터 살리자 해서 나온 것이 지역화폐입니다. 모아는 달리 말하면 공동체 가게 이용권입니다.”

상인들은 지역 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할 때 형편에 따라 0~5%의 지역 발전 기금을 자율적으로 냅니다.
 

“ 카드 수수료 대신 공동체 기금에 자율적으로 출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소액이라도 공동체 기금에 출연해 우리 스스로를 위한 안전망을 쌓아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현 '남자가 한 밥' 대표)

이렇게 모인 기금은 현재 400만 원. 그중 100만 원은 성미산 대안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본소득으로 기부됐습니다. 청소년들이 지역을 알고 자신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고민 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주는 응원금입니다.

두 번째로는 공유 트럭 운영비로 책정했습니다.

공유 트럭 (사진제공 : 모아)?

 

 

?“트럭은 늘 필요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 꼭 필요할 때가 있지요. 소파나 장처럼 큰 가구를 옮길 때 말이죠. 우리동네나무그늘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는 1톤 트럭을 시간당 사용료를 내고 회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어요. 운영비는 보험료나 수리비 등으로 쓰입니다.”  (윤성일 마포경제공동체네트워크 대표)

나머지 기금은 ‘베리미(Very Me)’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잠재력을 키워내는 자기계발비로 책정했습니다.

 

 

?“공동체가게 이용권의 목적은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이 플러스된다는 것입니다. 시장경제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스펙을 쌓아가지만 우리는 잠재력이 플러스될 수 있도록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지요. 다음 달 열리는 총회에서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됩니다.” (윤 대표)

회원 점포 수는 크게 늘어나는데 비해 소비가 뒤따르지 못하는 것이 모아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모아의 순환율은 20%에 불과합니다. 80%는 현금으로 바꾼다는 것이죠.

“5%의 덤을 준다 해도 대형마트와 유명 프랜차이즈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습니다.”

 

 

망원시장의 한 과일가게에서 윤대표가 딸기를 산 뒤 모아를 내고 있다

???모아의 판매처인 카페M의 임승희 매니저는 “평균적으로 월 100만 모아 이상이 팔린다”고 말합니다.

 

 

“지난달에는 모자라서 발행처에 추가로 요청했어요. 특히 주부님들은 모아로 망원시장에서 장을 많이 봅니다. 저도 퇴근길에 망원시장에 들를 때면 모아를 씁니다.”

망원시장의 경우 일부 가게만 취급하던 모아를 시장 전체로 확대하게 된 것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군요.?

 

 

“5% 덤을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시작했지만 내 단골가게가 공동체 가게가 돼 더 자주 발걸음을 하게 됩니다. 쓰고 나면 어쩐지 뿌듯해요.”     김은아 씨 (망원동 주민)

?모아의 화폐 발행과 운영비용은 서울혁신파크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부터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원만으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기 때문에 자구책으로 공동체 은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아는 실험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지역의 단체 4곳과 개인 6명에게 총 3000만 원의 돈을 빌려주는 상호지지 협약을 맺었습니다.

“캐나다 퀘벡에서는 데자르댕(Desjardins)이란 신용협동조합이 있는데, 캐나다 최고의 은행입니다. 역사도 100년이 넘어요. 모아 역시 지역 상업은행이 돈을 버는 원리를 협동의 힘으로 사람을 모아서 우리를 위해 돈을 쓰는 겁니다.”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는 협동조합·시민단체·골목상인·사회적기업·노동조합· 개별 소비자까지 아우른다.

?상호지지금(대출자금) 3000만 원은 모아 회원이 소속된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지역사회 연대기금의 형식으로 출연했습니다. 윤 대표는 공동체 은행으로 이른바 고금리 대출을 몰아낸다는 전략입니다.

“빚이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합니다. 신용카드의 경우 최고 이자가 25.8%에 이르고 카드론을 쓰면 15%가 넘어갑니다. 우리는 5%의 사용료를 받습니다. 15%의 이자를 내는 사람들은 10%의 혜택을 보고 모아는 5%의 이익이 되는 구조이죠. ”

모아에선 대출 협약이란 말 대신 ‘상호지지 협약’이라고 부릅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려 가는 사람이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평등한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뜻이죠.

?'토끼똥 공부방'은 모아와 상호지지 협약을 맺고 공부방 인테리어 비용을 마련했다.(사진제공 : 모아)

??카페M 4층에 위치한 청년공동주택 ‘그들, 각자의 문’은 실험주택을 하다가 300만 원 정도가 모자라게 되자 모아와 상호지지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제경 ‘그들, 각자의 문’ 대표는 “매달 나를 괴롭히는 은행의 독촉 전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모아에게 한 줄 평을 남겼습니다.

모아와 같은 지역화폐는 서비스의 운영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국적으로 수십 곳에 이릅니다. 노원구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노원(No Won/NW)'이라는 지역화폐를 유통하고 있고 은평구에서는 ‘평화’라는 이름의 지역화폐가 쓰이고 있습니다. 대안경제로서 지역화폐가 앞으로 어떤 진화를 거듭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 mapo.network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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