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시작 후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하 기본법)은 총 5개. 이 중 4건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건은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정의당에서 기본법을 대표발의한 건 2014년 박원석 전 의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23일, 정의당 대표발의의 주인공 장혜영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이날은 21대 국회 처음으로 기본법이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상정된 날이었다.

장 의원은 과거에 지인들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고민했을 정도로 사회적경제와 연이 깊다. 소셜벤처의 메카 성수동과도 친숙하다. 그는 “사회적경제라는 게 이미 실체가 있는데, 이를 품을 수 있는 체계가 없다는 데 공감한다”며 “21대 국회에는 꼭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관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소속된 의원이라 자진해 대표발의를 맡았다.

장혜영 의원은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지난 11월 5일 발의했다. 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장혜영 의원은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지난 11월 5일 발의했다. 사진=박성빈 인턴기자

다음은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대표발의한 장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올해 기본법을 대표발의한 4번째 의원이다. 기존 법안들과 차이가 있다면.

- 틀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경제라는 걸 지원할 수 있는 근거, 토대를 정리한 내용이다.

내가 발의한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금융’이 포괄할 수 있는 영역을 다른 법안들보다 좀 더 넓게 설정했다는 점이다.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많이 퍼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적금융을 사회적경제조직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조직 외에 사회적 가치 달성을 위한 금융 활동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정의했다. 일반 기업이라도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사업을 한다면 사회적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말이다.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서 정의하는 사회적금융.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서 정의하는 사회적금융.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Q. 많은 청년에게 아직 생소한 개념인데, '사회적경제'에 익숙한가.

- 그렇다.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은 사회적경제라는 용어를 먼저 마주쳐서일 거다. 사회적경제가 어떤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는지 생각해보면 쉽다. 간단히 말하자면 “돈을 벌면서도 공적인 가치에 이바지할 수 없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사회적경제다.

대학 시절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있었다.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경제에서 소외되지 않고 싶었다.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벌기 위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이런 고민이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볼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비영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음세대재단’에서 창작 지원을 하는 멘토로 참여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논의했다. 디자인, 영상, 일러스트레이션 등 전문 영역이 다른 친구들끼리 모여 원하는 시간에 공익 관련 작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생각했다. 설립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마지막에 “우리가 여기 완전히 몰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어려울 거라 판단했다.

소셜벤처가 많은 성수동이 익숙하다. 국회 들어오기 전에는 국회사무처 소관 비영리기관 ‘재단법인 와글’에 있었는데, 입주한 곳이 카우앤독이었다. 지금은 사무실이 헤이그라운드에 있다. 그곳에서 사회적경제라는 키워드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자연스레 접했다.

Q. 기본법은 여러 번 발의되고 여러 번 폐기를 거쳤다. 그동안 왜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는가. 이번 국회에서는 제정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 번번이 상임위원회 문턱을 못 넘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사회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사회적기업육성법이나 협동조합기본법 등 개별적인 법이 존재하는데, 왜 기본법이 필요하냐는 질문이나,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는 게 맞냐는 질문 같은 각론에 대해서는 충분히 토론해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보수정당 측에서 그 모든 합리적 토론을 넘은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반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기존 경제를 부정하는 게 아닌데, 고전적인 시장경제와 다르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번에도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정치는 편견을 넘어서는 정치다. 공적인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다. 이제는 사회적경제가 기존 경제를 보완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전에는 반대했어도, 시대를 정확하게 읽고 있다면 이제 진일보한 태도로 이 법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당 차원에서도 입법을 위해 토론회나 간담회 등을 고민할 계획이다.

Q.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뜨거운 감자다. 9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던데, 어느 정도 와있나.

정부 입법 포함해 지금까지 8번째 법안 발의다. 이전에도 상정되거나 소위원회에 부쳐진 경험이 있지만, 제대로 논의를 시작한 적은 없다. 형식적인 절차만 밟았고, 합리적인 근거에 기초한 의원 토론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차별금지법안 발의와 거의 동시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제정하라고 입법 권고했다. 평등법 시안을 갖고 여당의 대표발의로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듯하다. 만약 평등법과 함께 법사위에서 병합심사가 된다면 비로소 처음으로 실질적인 논의를 하지 않을까? 그럼 차별금지법안에 관해 돌아다니는 가짜뉴스 같은 내용은 배제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 그 변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장혜영 의원실에 놓인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포스터.. 사진=박성빈 인턴기자

Q. 언급된 두 법안 외에도 통과에 주력하는 법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장애인과 복지 관련 법안에 계속 중점을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법(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두는 의미가 크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최중증장애인과 취약계층 장애인에게 24시간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시기에 기존 서비스 수급 대상자가 아니라도 긴급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 또 활동지원 서비스의 만 65세 연령 제한을 폐지하고, 필요한 경우 유지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한다. 지금은 만 65세 이전까지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이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수급자로 의무적으로 전환된다. 더 장애인 복지 체계 속에서 지원을 못 받는다는 의미다. 하루 14시간 받았던 서비스가 하루 4시간으로 줄어드는 거다.

국회법 개정안은 장애인의 방청지원에 관한 규정을 담았다. 국회는 민의를 모아 꼭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공간인데, 여전히 접근성이 낮다. 여러 장애 특성을 가진 시민의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게 편의제공을 의무화한다.

당 차원에서는 강은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정말 중요하다.

Q. 청년의원이라는 점도 주목받는다. 앞으로도 청년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게 길을 닦는 것도 과제일 텐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20대 국회 말에 선거법이 개정되며 만 18세가 선거하는 게 가능해졌다. 그런데 피선거권은 여전히 만 25세다. 피선거권도 같이 조정해야 한다. 정치자금 문제도 청년 정치가 활성화되지 않는 장벽 중 하나다. 관련해서 불합리한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탁금 수준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청년들이 정치를 무겁고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청년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꾸리는 스타트업에 초대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나는 창작자에서 정치인으로 ‘전직’한 사람이더라. 어떻게 전직을 결심했는지, 전직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적응은 잘 되는지 등을 말했다. ‘전직’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니 훨씬 덜 부담스럽더라. 많이들 정치를 무거운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 정치에 모든 인생을 다 걸지 않아도 된다. 일상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국회의원으로 전직한 창작자로서의 이야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Q. 국민이 장혜영 의원을 떠올릴 때,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길 바라나.

국회의원의 ‘평범함’ 기준을 바꾼 사람. 나는 여성이고 청년이라는 이유 자체만으로 국회 안에서 눈에 띈다. 여성 청년 국회의원이 평범하게 여겨졌으면 좋겠다. 또,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으로도 남고 싶다.

<편집자주>

5월 30일 제21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제1호 법안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사회적경제 3법 중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와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이하 전국네트워크)가 지난 3월 내놓은 사회적경제 정책 10대 요구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연대회의와 전국네트워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는 당시 ‘4.15총선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운동’에 나서 후보자 77명의 참여를 유도하고, 10대 공약 요구안에 대한 약속을 얻어냈다. 

이제는 실천에 옮길 차례다. 이로운넷은 연대회의, 전국네트워크와 함께 공약 실천을 선언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찾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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