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미넥스트?(#MeNest?)를 위한 사회적 가치
[편집장 레터] #미넥스트?(#MeNest?)를 위한 사회적 가치
  • 신혜선
  • 승인 2018.02.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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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넥스트?(#MeNest?)를 위한 사회적 가치

 

 

(사진: Saul Martinez for New York Tim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 언론과 국내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총기 참사를 겪은 학생과 부모 면담에서 총기구매 신원 조회와 구매자의 정신건강 확인, 교사 무장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종전보다는 엄격하게 총기 구매 단계부터 국가가 관리할 것을 약속했다.

거대 언론은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며 척질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일지라도, 눈물 흘리며 피켓시위를 하다가 급기야 백악관 앞에 드러눕는 청소년까지 적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안의 적절성’(교사 무장은 소셜미디어에서 빈축을 샀다. 교사들을 위해 학교가 총기를 사는 모순된 상황이니)은 차지하고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뭐라도 해야 할 판이다. 아무리 ‘총기 소지의 자유’를 개인의 가치관으로 우선 한다 해도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아무 이유 없이 죽는 상황의 심각성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의 규제 가능성 시사에도 분노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서 “살려달라”는 의미의 ‘#미넥스트?(#MeNest?)’ 외침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고, 겁에 질린 청소년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 상태다. 대학생들도 거리로 나왔고, 총기 반대 시위는 사회 전체로 확산하면서 더욱 거세질 분위기다.

국내 유학 온 외국인 청년들을 가끔 만날 기회가 있다. 이들은 가족이 그립다는 점을 빼면, 한국에 오래 머물고 싶다고 말한다.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이다.

“밤새 술도 마실 수 있구요, 총도 없잖아요. 한국은 진짜 안전해요.”


러시아와 미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미국에 살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문화, 특히 총기 문화는 이해하기 어렵다. 총기 소지가 기본권(수정헌법 2조)이 된 그들의 역사, 그리고 총이 방어가 아닌 공격용으로 사용되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다시 방어의 필요성을 부추기며 총기 소지를 더욱 필요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까닭 모를 희생은 그 권리를 이해하기에 부족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보다 더 눈길 가는 외신을 읽었다. 전일 뉴욕타임즈 칼럼이었다. 핵심은 기업이 사회적 책무(SCR)로 총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자율 규제를 선언하고, 이 이슈에 대해 무관심한 기업과 거래를 중단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불이익을 주자는 ‘아이디어’다. 총기 억제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풀자는 뜻이다.

뉴욕타임즈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었다. 비자카드가 SCR을 약속하고 실천한 내용을 담은 많은 분량의 보고서를 매년 작성하는데, 여기에 ‘폭행 무기, 대용량 잡지 및 범퍼를 판매하는 소매업체와 거래하지 않는다’는 서비스 조건을 넣는 식이다. 만약 마스터 카드까지 똑같이 한다면, 총기 판매자는 신용 카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어 미국의 거의 모든 총기매장에서 폭행 무기가 제거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매체는 이런 방법이 가능한 근거를 다시 제시했다. 그것은 신용 카드 발급 기관이 ‘합법적인 제품’ 구매를 금지한 선례다. 최근 JP 모건 체이스, 씨티 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 구매에 카드 사용을 전면 금지해 주목받았다. 일종의 불매운동인데,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기업이 자기 책임과 정책으로 충분히 가능한 사례가 이미 있다는 것이다.

솔깃하다. 이런 제안의 핵심은 이해관계가 엇갈린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으로 규제할 수도, 거기에만 기대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데 있다고 본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법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이자는 제안이다. 다만, 뉴욕타임즈는 ‘아이디어’라고 선을 그으며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에 이런 기류에 반대한 기업이 있었음도 상기했다.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미국의 몇개 주요 기업이 미국총기협회(NRA)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타와 유나이티드 등 미국의 양대 항공사는 NRA 회원에 대한 항공권 할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퍼스트 내셔널 뱅크 오브 오마하'는 NRA와 제휴해 발행해온 신용카드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방침이다. 엔터프라이즈·허츠 등 렌터카 업체도 NRA 회원 할인 혜택 중단을 택했다.

총기를 둘러싼 미국 내 힘겨루기가 어떤 모양으로 전개될 지 예단할 수 없다. NRA 세력은 대단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를 강력히 지지하는 세력이기도 하다.

다만, ‘부정적인 현상을 없애고, 긍정적인 현상을 확산하는데 법에만 의존하지 말자’는 접근법,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무분별한 총기 확산을 막자는 의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현상만큼은 매우 의미있다고 볼만 하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지만,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사회적 책무가 생겨납니다. 기업의 임원이 되고, 기업의 CEO가 되고, 기업을 만든 창업주가 되면, 그들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책임과 의무는 무한대로 늘어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


대기업 퇴직 CEO의 변이다. 사회적 기업 간판을 걸든, 인증을 받든 안 받든 그리고 기업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업은 사회 전체의 문제를 살피고, 그 문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무겁게 고민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다시 곱씹어지는 때다.

 

 

 

 

 


shinh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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