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은 ‘새로운 결합(new combination)의 창조’라고 슘페터는 말했다. 서로 다른 자원을 결합하거나, 같은 자원을 다른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이 경제 발전의 본질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일반적으로 기업은 자원을 역량으로 변환하고, 이를 통해 경쟁우위를 형성한다.

제이 바니(Jay B. Barney) 유타대 석좌교수는 지속가능한 기업의 자원에 대한 4가지 조건, ‘VRIN’을 제시하였다. 자원은 가치가 있어야 하며(Valuable), 흔하지 않아야 하고(Rare), 완벽하게 모방할 수 없어야 하며(Inimitable), 완벽하게 대체할 만한 것이 없어야 한다(Non-substitutable).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자원은 기업에게 경쟁우위를 주고 잉여 가치를 창출하게 한다.

​초경쟁사회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기업의 자원 전략은 대안적 자본주의를 고민하는 사회적경제조직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사회적경제조직은 혼합 조직으로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며 경제적 가치 창출을 그 수단으로 한다. 이들의 주목적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며, 호혜적 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사회적경제조직은 경쟁 상대에 비해 높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 있으며, 개별 조직이 경쟁적으로 자원을 확보하여 장벽을 구축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 더 효과적으로 접근하고,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더욱 효과적인 방식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보다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자원을 확보, 관리, 활용하는 방식은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먼저 사회적경제조직만이 갖는 자원의 독특한 특성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자. 첫째, 자원의 제약(Resource Constraints)이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자원은 부족하다. 자원의 부족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다. 왜 그럴까? ‘원가’와 ‘가격’의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원가’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가를 최대한 절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조직은 의도적으로 원가 절감을 하지 않음으로서 가치를 창출한다. 가령,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의 주된 목적인 경우 동일 재화를 생산하는 타 기업에 비해 큰 고정비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영학에서의 원가 절감에 대한 기존 이론의 적용은 제한된다. ‘가격’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최소화된 원가에 근거하여 가격을 설정하지만, 사회적경제조직은 특정 목표시장(수혜자 등)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 가격을 설정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사회적경제조직은 이 두 가지 중 하나의 측면에 대한 문제를 반드시 안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경제적 행위의 대상(고객)과 사회적 행위의 대상(수혜자)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혼합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다. 따라서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높은 원가, 그리고 높일 수 없는 적정 가격 사이의 긴장 속에 처해 있으므로 자원의 제약이 발생한다.

​둘째, 자원의 복잡성(multiple resource)이다. 사회적경제조직이 동원하는 자원의 출처는 다른 조직에 비해 다양하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 비시장경제, 비화폐경제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다원적 경제(plural economy)에 속한다. 따라서 조직 운영 시에 활용하는 자원이 다양하다. 로랑 가르뎅(Laurent Gardin) UPHF 교수는 이를 공공자원(정부지원금이나 정부의 무상건물지원 등 비화폐자원), 시장자원(일반경쟁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수입), 호혜적 자원(시민사회, 기업 후원, 회원 회비, 자원봉사 등 이해당사자나 지원조직을 통한 유무형의 자원), 사회정치적 시장자원(이해당사자, 협력조직 등과 연결된 일반 혹은 공공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수입)으로 구분하였다. 즉, 다양한 출처에서 목적에 맞는 자원을 확보하고, 확보된 자원을 활용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활동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는지가 중요하다.

요약하자면, 사회적경제조직을 자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자원의 제약’과 ‘자원의 복잡성’이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원을 다루어야 할까? 자원 확보, 자원 관리, 자원 공유의 측면을 구분해 생각해보자.

​먼저 자원 확보의 측면에서 연구자들이 발견한 사회적경제조직의 주요 전략은 ‘브리콜라주(Bricolage)’이다. 새로운 문제와 기회에 주변 자원의 조합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접근이다. 또한 비공식적 자원 네트워크나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원에 접근한다. 즉 기존의 자원 확보 공식을 넘어서 창의적으로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거나 자원 확보의 새로운 방식을 전개한다.

시장과 정부에 의해 저평가되고 있는 지역 내 다양한 자원의 가치를 재설정하고, 지역사회 내에 잠재되어있거나 파편화되어 있는 관계 간의 신뢰성을 회복하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다양한 자원들을 조직화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조직의 저력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지원해 줄 것인가 하는 관점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자원 제약의 정도에 따라 섬세하게 사회적경제조직을 유형화하여 지속적 지원이 요구되는 분야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확보할 수 있는 복합적 자원의 총량을 늘리고(e.g. CSR 파트너십, 국제개발 분야, 윤리적 시장 확대) 손쉽게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원 관리의 측면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은 초기 자원을 내부 역량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된 자원들이 역량으로 전환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자원의 출처가 다르면 그 자원을 활용해 창출하는 가치에 대한 목적도 다르다. 다양한 외부 자원의 목적과 조직의 정체성을 조화시켜가면서 자원을 관리함과 동시에, 자원이 조직 내에 역량으로 전환되도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조직들이 정부의 공공자원에 대해 높은 의존성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공공 자원은 사회적경제조직들에게 우호적이기에 활용하기 편할 수 있으나 이를 장기적인 조직의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에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반면 민간 영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자원은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역량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으나, 힘의 불균형에 의한 사회적 정체성의 저해가 우려된다. 사회적 가치와 목적성을 공감해주는 안정적이고 적합한 자원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상이한 목적을 가진 자원들을 균형 있게 관리하며, 사회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이를 역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자원 공유의 측면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은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형태의 자원 교류 공동체(resource communities)를 구축하고 있다. 공동 입찰, 공유 공간 등의 방식으로 서로 가치 있는 자원을 공유하거나(resource pooling), 상호 이익에 기반해 자원을 저비용 혹은 무상으로 교환하기도 한다(resource exchange). 협력과 연대는 사회적경제조직의 기초 원리이기에 상호 간에 자원 공유와 교환으로 태생적 제약을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들로 자원이 소수에게 쏠리는 양극화 현상과 정보의 불투명성을 꼽을 수 있다. 개별 조직이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보니, 어렵게 획득한 자원과 관련 노하우를 생태계 내에 공유하기보다 경쟁적인 장벽으로 삼고 주로 성장에 주력한다. 일반 기업이 자원을 역량으로 전환해 개별 기업의 철조망과 같은 자원 장벽을 만든다면, 사회적경제조직은 자원을 역량으로 전환해 함께 살아가는 담장을 가꾸어야 할 것이다. 생태계 내에서 자원의 공유와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협력적 행동을 촉진하는 구조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유한나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

※이 글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경제연구유닛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릿지(Issue Bridge)'에 게재되는 글입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