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시민사회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회 담론과 비영리 생태계 변화를 고민하는 장이 열렸다. 서울시NPO지원센터는 26일 오후 2시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2020 강한시민사회 5차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 딜레마,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주제로, 향후 시민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시작하는 말로 조철민 사회학 박사 겸 강한시민사회포럼 기획위원이 코로나19를 대응하고 다루고 넘어서는 방법에 관한 생각을 공유했다. 그는 “6.25를 겪은 세대가 전쟁에 영향을 받아 어떤 습관과 행동 양식을 가졌듯, 우리도 코로나 전후로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무엇에 어떻게 주목하면 좋을지 시민사회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특히 국가 주도의 강력한 방역 활동에 따라 시민들이 힘들게 쌓아온 인권·안전·노동권·약자 배려 등 여러 사회적가치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가치 기본법’ 등 입법 시도가 이뤄지고 정부에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시민사회가 사회적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어서 코로나 시대 시민사회 현장에서 벌어진 여러 딜레마에 관한 구체적 사례가 소개됐다.
먼저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가 ‘기본권인가, 안전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생명과 안전을 위해 ‘대량 검사와 빠른 추적’을 기본으로 한다. 초기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신상과 동선이 공개되며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생기기도 했다. 여기서 ‘공익이냐 인권이냐’ 같은 양자택일 문제가 아닌,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역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논쟁을 일으킨 또 다른 이슈가 ‘집회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대부분의 집회를 중단시키고, 지난 10월 개천절에는 광화문 광장에 차벽까지 세우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보다 확산세가 심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보건위생 수칙을 지키고 공공의 안전의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집회를 계속 허용하고 있다.
랑희 활동가는 “2명의 집회도 2000명의 집회도 모두 금지되는 상황에서는 집회가 필요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도 불법이 된다”라며 “방역과 집회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며 향후 새로운 법적 조치와 과정의 내용은 인권을 존중하고, 공공건강의 비상사태가 인권 침해의 핑계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가 ‘환경인가, 위생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코로나 이후 방역과 위생이 중시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쓰레기가 폭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비대면 소비와 배달음식, 택배 서비스 등의 이용이 증가하면서다. 이외에도 일상에서 환경과 위생이 충돌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사용한 비닐장갑이 대표적이다. 당시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 수만 따져도 5800만장 이상의 비닐장갑이 버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 세계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만 1290억개라는 조사가 나왔으며, 무심코 버린 마스크는 환경오염과 2차감염의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카페에서 쓰는 일회용 컵 역시 지난 2월부터 매장 내에서 허용됐는데, 다회용 컵 사용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백 활동가는 “위생이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깨끗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라며 “세척과 위생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더 많이 고민하며, 여러 딜레마 속에도 환경이라는 가치를 잊지 않고 지켜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모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가 ‘뭉칠 것인가, 흩어질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는 최근 시민사회 영역별 코로나19 대응 활동 연구조사를 통해 데이터 600여 개와 활동가 26명 인터뷰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시민사회에서는 코로나 이후 돌봄노동자, 취약계층, 어린이,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에 대한 다양한 어드보커시(Advocacy, 지지·옹호)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다.
여러 활동가를 인터뷰한 뒤에는 ‘뭉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김 활동가는 “기존에 시민사회에서 경험한 연대와 협력이 이번 코로나 시기에 빛을 발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번을 계기로 시민사회의 성찰을 통해 사회적 재난 시 민간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다음 번 재난이 왔을 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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