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은 자칫 사회적 가치만 바라보기 쉽다. 소셜미션에 집중하다가 기업으로서 수행해야 할 이윤 창출, 일자리 제공 등을 간과하기 쉽다. 지속 가능하려면 기업으로서의 경쟁력 강화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지난 20일 울산 소셜캠퍼스 온에서 ‘소셜벤처CEO 3人3色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BTS도 구매해 화제를 모았던 업사이클링 가방 기업 ‘모어댄’, 지속가능한 디자인 스튜디오 ‘그레이프랩’, 폐플라스틱으로 고래 인형을 만드는 ‘우시산’ 등 3개 기업 대표는 참여했다.

이들은 3년 미만 초기 기업이 대다수인 사회적 기업 종사자들에게 각자의 소셜미션을 지키면서도 이윤을 내는 기업으로 살아남은 과정을 소개했다.

친환경, 협업, 포용적 성장 등 사회문제 해결 위한 미션 추구

우시산(대표 변이현)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인형, 에코백, 티셔츠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기업이다. 해양 플라스틱을 줄여 바다와 해양 생물을 지키자는 소셜 미션을 추구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성세대의 환경 파괴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지키자는 목표를 추가했다. 코로나로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집에 갇혀 지낼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고래 인형을 선물했다. 

모어댄(대표 최이현)은 폐자동차 가죽시트를 재활용해 가방, 지갑 등을 생산·판매한다. 30년 이상 경력을 가졌음에도 정년퇴직 등으로 일자리에서 밀려난 장인들을 고용하고, 취약계층을 채용하는 등 협업의 가치도 실현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노트북 거치대, 다이어리 등 디자인 소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그레이프랩(대표 김민양)은 발달장애인을 디자이너로 고용한다. 장애인이 후원 대상에서 벗어나 경제 시스템 안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생산자로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성과와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소셜캠퍼스 온 유튜브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성과와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소셜캠퍼스 온 유튜브

'가치 창출'과 '이윤추구'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

“스스로 일반기업과 사회적기업을 구분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일반기업 이상의 역량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았죠.” -최이현 모어댄 대표

강연자들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일반기업에 뒤처지지 않는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방 디자이너뿐 아니라 자동차 가죽, 에어백 등을 잘 아는 산업 디자이너도 고용하는 등 ‘팀 구성’에 특히 신경 썼다”며 “나 혼자 모든 걸 할 수 없기에 적절한 직원을 영입해 효과적으로 일을 분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왼쪽부터) , 최이현 모어댄 대표, 변의현 우시산 대표가 사회적 기업 종사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소셜캠퍼스온 유튜브
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왼쪽부터) , 최이현 모어댄 대표, 변의현 우시산 대표가 사회적 기업 종사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소셜캠퍼스온 유튜브

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는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고려해 마케팅할 것’을 권했다. 그레이프랩은 사업 초기 친환경 보다 ‘예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홍보했다. 아직은 소비자에게 친환경이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부터는 친환경이 시장에 익숙한 소재가 된 만큼 과감하게 환경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이렇듯 소비자와 시장 변화를 읽고 마케팅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은 ‘혈관’, 사회 곳곳 순환케 해

사회적 기업 종사자 입장에서 본 사회적 기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행사 말미 청중들이 생각하는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의 정의를 세 CEO가 읽어보고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는 시간을 가졌다.

청중들이 직접 작성한 '내가 생각하는 소셜벤처는 [  ]다'의 답변이 소개됐다. /유튜브 캡처
청중들이 직접 작성한 '내가 생각하는 소셜벤처는 [  ]다'의 답변이 소개됐다. /유튜브 캡처

한 참석자는 사회적 기업을 ‘머랭쿠키’에 빗댔다. 달콤한 디저트가 되기 위해 무수한 섞음과 힘이 들어가는 머랭처럼 사회적 기업이 잘 되려면 모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내가 생각하는 소셜벤처는 혈관이다. 혈관을 잘 관리해야 몸 전체가 건강한 것처럼, 사회적 기업이 발달해야 사회 곳곳이 소외됨 없이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여러 의견 중 변이현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설렘’이라고 적은 메모에 공감을 표현했다. 변 대표는 “학창시절에도 별다른 꿈이 없던 나에게 소셜벤처는 처음 가져본 꿈이자 자랑이었다”며 “소셜 미션을 가진 사회적 기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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