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오늘날은 아파트에 살고 아파트에 죽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내 집을 사서 소유하고, 그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소유하는 집 중심의 문화에서 ‘임대주택’은 별로 선호되지 않을뿐더러 임대주택에 사는 것만으로 각종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 23일 방송된 EBS ‘CLASS e’에서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아파트 공화국이 삼킨 공간’을 주제로 여섯 번째 강연을 펼쳤다. 우 교수는 “몇십 년 전만 해도 한국은 부자와 빈자가 한동네에 살았던 나라인데, 고도성장을 거치며 부촌이 형성되고 계층에 따라 사는 동네가 나뉘었다”라며 “오랜 시간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셜 하우징(Social Housing)’이라 불리는 사회적 주택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EBS ‘CLASS e’ 제6강 ‘아파트 공화국이 삼킨 공간’에서 강연하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23일 방송된 EBS ‘CLASS e’ 제6강 ‘아파트 공화국이 삼킨 공간’에서 강연하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현재 국내 임대주택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사회적 주택이 활성화한 선진국 중 스웨덴은 무려 37%에 달하는데, 특정 지역에 임대주택을 몰아 짓고 가난한 사람이 들어와 살게 하는 방식이 아닌 여러 지역에 걸쳐 특색 있는 집을 만들었다. 이같은 임대주택 중 22%는 협동조합에서 설립·운영하며, 이 중 절반은 큰 규모의 주택협동조합이 나머지 절반은 그 지역의 소규모 협동조합에서 만든 것이다.

이처럼 스웨덴 국민 중 1/3은 임대주택에 살고, 2/3는 일반 주택시장에서 집을 사고판다. 우 교수는 “협동조합 형태로 만든 임대주택의 특징은 조합이나 입주자가 지분을 가질 수 있어 팔 수도 있고, 집값이 오르면 지분도 같이 오른다”며 “소유와 임대의 중간에 만들어진 절충안 형태의 주택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전 세계 유일의 독특한 제도인 ‘아파트 분양제’를 통해 주택이 공급돼왔다. 특히 1977년 유신정권에서 ‘국민주택청약부금’을 통해 국민들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독려했고,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가 서울 마포에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집이 없는 가구가 여전히 700만호에 달하고, 부의 격차는 더욱 심하게 벌어지는 등 근본적인 주택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내 최초 아파트형 협동조합 마을공동체인 ‘위스테이’는 입주자들이 조합원이 되어 크고 작은 일을 직접 결정한다./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국내 최초 아파트형 협동조합 마을공동체인 ‘위스테이’는 입주자들이 조합원이 되어 크고 작은 일을 직접 결정한다./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만들기) 협동조합’은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현재 8호점까지 건립했다. 집을 지을 때 입주자의 의견을 모아 정원·놀이방·부엌 등 공동공간을 만들고, 함께 사는 이들끼리 공동육아를 하기도 한다. 

실제 스웨덴 등 여러 나라에서 소행주처럼 협동조합 방식으로 주택문제를 일부 풀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보편화하지 않고 있다. 우 교수는 “전셋값 정도의 돈이면 소유권이 있는 집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주택은 아파트처럼 값이 오르지는 않는다”라며 “실제 많은 국민이 집을 가지면 값이 올라간다고 생각해 이를 ‘부등가 교환’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남양주 등 신도시에 세운 아파트형 협동조합 마을공동체인 ‘위스테이’ 사례도 소개됐다. 주거정책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사회혁신기업 ‘더함’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어떻게 공간을 만들고 운영할 건지 등을 다같이 결정한다. 이처럼 사회적 목적을 고려한 부동산 개발인 ‘소셜 디벨로퍼(Social Developer)’의 활동 등 주택문제에 대한 여러 대안이 실험 중이다.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1955년 첫 조사 때 79.5%로, 국민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자기 집에 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경제발전 시작 이후 서울과 공업지대로 인구가 몰리고 농촌이 해체되면서 1975년에는 63.1%만 자기 주택을 갖게 됐다. 약 15% 국민은 자기 집이 없어진 것이다./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1955년 첫 조사 때 79.5%로, 국민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자기 집에 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경제발전 시작 이후 서울과 공업지대로 인구가 몰리고 농촌이 해체되면서 1975년에는 63.1%만 자기 주택을 갖게 됐다. 약 15% 국민은 자기 집이 없어진 것이다./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이날 강연에서는 주택과 함께 우리가 사는 ‘도시’와 ‘공간’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도시란 단지 도로나 가스관 등 인프라로만 구성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 등 문화와 함께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그러나 한국의 도시는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행정 편의성’만 따졌을 뿐, 휴머니즘에 관한 배려나 관점은 배제된 채 위에서 아래의 방식으로 정비돼왔다.

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공공성이 강화하면서 앞으로 시민들이 사용할 새로운 것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부터 만들어야 할 마을과 공간, 도시는 어떤 모습일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EBS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함께 준비한 강연 프로그램 '위기 시대의 경제학, 사회적경제'는 오는 27일까지 총 10회 연속 방송된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5시 30분 EBS 1TV, 오후 10시 20분 EBS 2TV에서 전파를 탄다. 온라인 ‘CLASS e’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