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사회가치 도매기금을 설립한 국가는 영국, 포르투갈, 한국(예정)입니다. 도매기금 설립은 임팩트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큰 성과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NAB 출범식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로널드 코헨 GSG(Glob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 의장이 한국 NAB 출범과 사회가치 도매기금 설립 결정을 격려했다.

코헨 의장은 “한국이 추진하는 사회가치 도매기금을 다른 국가에서도 추진하고 있다”며 “아시아 내에서 임팩트 금융과 관련된 다양한 계획이 진행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아직 한국에서는 여러 재단이 임팩트 금융에 참여하기에 법적 제약이 있다. 관련한 법 개정을 위해 NAB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A. 모든 국가의 경제 생태계는 다르다. 그러므로 꼭 법 개정만이 답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니 한국 NAB는 이를 전략적인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기업이 임팩트 투자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임팩트 투자가 목표, 책임소재, 성과 등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기업과 함께 임팩트 투자를 활용하면 된다.

Q. 사회적 경제를 위해서는 특정 그룹이 일방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다각도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건강한 파트너 십을 유지하려면 사회가치 도매기금의 원천도 다양해야 할 것 같은데.
A. 앞에서 CSR 예를 들기는 했는데 기금이 반드시 CSR에 의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타 국가에서는 기금 형성에 CSR이 큰 도움이 됐음을 말한 것이다. 원천을 다각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Q. 2008년 영국에서 휴면예금법이 제정된 덕분에 ‘BSC’(Bic Society Capital)가 휴면 예금을 활용할 수 있었다. 제정할 때 사회적 반발은 없었나.
A. 흥미로운 질문이다. 그런데 휴면 계좌에 있는 돈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영국은 법적으로 15년 동안 계좌에 활동이 없으면 그 계좌는 휴면 계좌가 된다. 그 안의 돈은 공공 자금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공공 목적에 쓰이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반발하지 않는다. 또 공공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전제 하에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휴면 계좌의 자본을 내놓았다. 이렇게 은행이 내놓은 휴면계좌의 규모가 처음에는 4억 파운드 정도였고, 지금은 10억 파운드 정도 예상한다. 휴면예금법은 이 자본이 어떻게 분배돼야 하는지 설명한다. 물론 계좌의 주인이 원한다면 15년이 지난 뒤에도 돈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통계상 1년에 약 1% 정도 밖에 환급되지 않더라.

Q. 은행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어떻게 유도했나
A. 2011년에 4대 은행과 협상했을 때 이미 임팩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은행이 많은 비판을 받았고, 은행의 경영진들이 자발적으로 BSC의 전략 파트너가 되려 했다. 또한 BSC와 시중 은행은 좋은 관계였다. 어찌 보면 그 은행들의 전략을 BSC에서 충족시킨 셈이라고 볼 수도 있다.

 

 

Q. 임팩트 금융이 활성화되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기존 금융권의 생리가 임팩트 금융에 침투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A. 좋은 질문이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기존과 똑같이 투자하면서 겉으로만 임팩트를 표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성공하기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진정한 임팩트 투자자들은 사회문제를 진심으로 이해한 상태에서 투자한다. 정말로 문제 의식을 갖고 하는 투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는 다르다. 즉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와 ‘임팩트가 있는 투자’(Investment with Impact)’를 구분해야 한다. 후자는 임팩트를 달성하려는 의도 없이 기존과 같은 방법으로 투자했지만 임팩트를 달성한 경우다. 하지만 진정한 임팩트 투자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어야 한다. 결과가 나오고 나서 부산물처럼 임팩트가 생긴 것이라면 임팩트 투자라고 할 수 없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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