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회적경제 분야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사회적경제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보통 사회적경제 일자리가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공공 부문 고용 OECD 평균 비율인 21%를 더하면 30%를 뛰어넘는다. 노동자 3명 중 1명은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거나 지역사회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은 공공 부문 일자리(7.6%)와 사회적경제 고용을 합치더라도 10%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기업·중소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 나머지 90%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요즘 같은 경제 침체기에 이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일 방송된 EBS ‘CLASS e’에서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코로나19, 다시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다섯 번째 강연을 펼쳤다. 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더 늘어날 고용문제를 풀기 위해 공공 부문의 일자리를 좀 더 늘리는 한편, 사회적경제 부문의 고용이 5~10%까지 가야하는 것이 기본 구조가 돼야 한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날 강연에서는 코로나라는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이 사회적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됐다. 우 교수는 지난 역사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위기 속에 세계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해왔는지를 되짚었다.
대표적으로 1929년 대공황이라 불리는 큰 경제위기가 닥치고, 1939~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때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국가의 정부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1945~1975년 별다른 경제위기 없이 ‘영광의 30년’을 보낸다. 그러나 1970~1980년대 제1~2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전면에 나온 국가가 다시 후퇴하고, 작은 정부론이 다시 힘을 얻는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발전 시작 이후 한 번도 위기를 겪지 않다가 1979~1980년 석유파동 때 처음으로 실업을 겪는다.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와 사회를 겪게 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다시 한번 구조적 변화를 겪는다. 이처럼 주요한 위기가 올 때마다 변곡점이 생기는 과정에서 이번 코로나 위기는 자본주의의 성격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먼저 1990년대 이후 세계화 흐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다. 기업의 활동(상품과 서비스의 설계·생산·유통)이 운송·통신의 발달로 세계화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이 변화하는데, 과연 어떤 나라에서 부품이나 소재를 만들 것인가 문제에서 방역이 잘되는 한국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러나 1차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약한 고리에서 해고가 많이 발생하고, 자영업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역이 우선순위에 놓이면서 국가가 다시 중요해진다. 국가를 움직이는 정치에 관심이 쏠리며 선거가 중요해지고, 선거참여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경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과도하게 진행된 ‘과잉관광’이 ‘적정관광’으로 바뀌고, 한편으로는 ‘로컬’이 떠오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전면에 나올 수 있다. 이에 더해 우 교수는 “문화 분야에서 다양성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도가 약해질 수 있는데, 획일성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가의 힘도 자본의 힘도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시민사회의 힘이 약한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발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우 교수는 “아직 우리가 활용하지 않은 ‘신들의 경제’라 불리는 영역이 있다”며 “해외에서는 종교에서 출발한 사회적경제 분야가 많은데, 우리도 교회나 절 등 종교활동과 사회적경제를 잘 결합한다면, 빠른 시간에 지역사회 고용을 늘리고 사회적경제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울 수 있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EBS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함께 준비한 강연 프로그램 '위기 시대의 경제학, 사회적경제'는 이달 27일까지 총 10회 연속 방송된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5시 30분 EBS 1TV, 오후 10시 20분 EBS 2TV에서 전파를 탄다. 온라인 'CLASS e'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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