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 청소년들을 위한 자립 프로그램을 SIB사업으로 진행한다면 어떨까. 지난 19일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보호청소년 자립역량프로그램 혁신 방안 세미나’에서는 SIB사업으로 보호종료 아동을 위한 자립 프로그램을 설계하자는 논의가 나왔다.

SIB는 ‘Social Impact Bond’의 약자로, 사회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을 민간이 우선 투자하고 성과달성 정도에 따라 정부가 예산을 집행해 투자자에게 원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임팩트 투자 방식이다. 검증된 성과를 정부가 구매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정부, 지자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일 '보호청소년 자립역량프로그램 혁신 방안 세미나'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다.  현장에는 지속가능경영재단, 한국사회혁신금융, (주)사람마중 등에서 보호종료 아동과 SIB사업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사진=한국사회혁신금융 제공
지난 19일 '보호청소년 자립역량프로그램 혁신 방안 세미나'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다.  현장에는 지속가능경영재단, 한국사회혁신금융, (주)사람마중 등에서 보호종료 아동과 SIB사업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사진=한국사회혁신금융 제공

이번 세미나는 1호 SIB사업 ‘해봄프로젝트’ 운영기관이었던 한국사회혁신금융과 사회적약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사람마중이 주관하고, 보호종료 청소년 문제 해결에 힘써 온 유관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경제, 주거지원으론 부족... 관계맺음 경험하게 해야

경제적 지원은 늘고 있지만, 보호종료 아동이 시설에서 나와 사회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호종료 청소년 실태 및 자립지원방향’ 발표에 나선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전문위원은 기술, 정보 전달에 치중한 집체교육과 일회성 단기교육 중심 시스템을 문제로 꼽았다.

전 위원은 “보호 종료 후 타인과 관계 맺는 일이 어려워 고립감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립의 정의를 경제적 자립을 넘어 안정적인 관계망 속에서 타인과 교류하며 살아갈 수 있는 역량으로 넓히고,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훈 경기자립지원센터내비두 대표가 자립역량 프로그램 '한하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재훈 경기자립지원센터내비두 대표가 자립역량 프로그램 '한하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프로그램 개발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경기자립지원센터 내비두’는 2016년부터 퇴소 아동이 시설 관리를 벗어나 자발적으로 모여 생활하는 ‘한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하우스는 최소 6개월 이상 체험관에 거주하고, 정기적인 퇴소아동 자조모임을 통해 사회생활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적기업 사람마중은 물질적 기반보다 인격적인 교류 기회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보호종료 청소년이 좋은 사람과 좋은 공동체와 만나는 경험을 통해 마음의 힘, 내적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돕는다.

SIB사업으로 성과 검증된 정책 수립·민간 관심 유도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 프로그램을 SIB사업과 연계할 때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정부주도 복지 사업과 달리 SIB사업은 운영기관, 수행기관, 민간 투자자 그리고 성과를 구매하는 정부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때문에 효과적으로 민간, 특히 자본을 가진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황치영 한국사회혁신금융 본부장은 “민간 관심 유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를 환기할 뿐 아니라 투자 유치를 통한 자립 프로그램 역량 강화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SIB사업 결과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에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된 프로그램을 장기적인 정부 정책으로 수립해 정책 집행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경기도 1호 SIB사업 '해봄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한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북부센터장. /유튜브 캡처
경기도 1호 SIB사업 '해봄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한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북부센터장. /유튜브 캡처

한편,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SIB사업으로 수행되려면 사업으로 창출될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민간 투자자의 투자를 받는 만큼 비용과 편익을 숫자로 제시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해봄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했던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북부센터장은 “투자자를 설득하려면 보호종료 청소년의 자립 역량 강화가 얼만큼의 사회적 효과를 거둘 것인지 정량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자립에 실패한 아동에게 투입되는 한해 예산등을 비용으로 제시하고 문제 해결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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