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가 좋은데 허름하지 않고, 월세 부담은 적은 집이 있을까? 그런 집에서 쫓겨날 걱정 없이 오래 살 수는 없을까? 최근 집을 사지 않고도 입지 좋은 곳에서 장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사회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국내 사회주택을 들여다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주택 비율 상위 3개국인 네덜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의 사회주택 전문가들과 나눈 이야기를 차례로 연재한다.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가 지난 10월 23일 마리아 엘싱하 델프트 공대 교수와 영상으로 인터뷰 했다.)

올해 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요아나 돌너왈드 주한 네덜란드 대사를 찾았다. 양국 간 사회주택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에서 사회주택은 주택시장의 30%를 넘게 차지하는데, 이는 OECD 기준 1위다. 

네덜란드 사회주택의 역사는 최초의 주택법이 제정된 19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회주택의 공급을 위한 법적 틀을 만든 것. 지난 10월, 마리아 엘싱하(Marja Elsinga) 델프트 공대 교수(주택 제도 및 거버넌스학과 학과장)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네덜란드가 어떻게 사회주택과 관련해 보급률 1위가 됐는지’를 들었다.

마리아 엘싱하(Marja Elsinga) 델프트 공대 주택 제도 및 거버넌스학과 교수. 사진=델프트 공대
마리아 엘싱하(Marja Elsinga) 델프트 공대 주택 제도 및 거버넌스학과 교수. 사진=델프트 공대

네덜란드에서 사회주택은 '주택협회(housing association)'로 불리는 사회임대사업자에 의해 공급되는 주택을 말한다. 사회임대사업자는 주택법에 따른 등록 절차를 거치며, 비영리 성격을 가진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다. 주택법에 따라 중앙정부는 사회임대사업자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주택협회 약 300개의 전국 연합회이자 사회주택 240만호를 관리하는 ‘에이데스(Aedes)’가 공급 주체 대표 조직으로 활동 중이다.

네덜란드도 오스트리아처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택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엘싱하 교수는 “1945년 네덜란드는 극심한 주택 부족에 시달렸으며, 정부는 이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주택협회와 지역당국에 사회주택을 건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결과 1980년대에는 주택 재고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다.

덴마크 암스테르담 서남부 지역에 1960년대 조성된 사회주택 단지.
덴마크 암스테르담 서남부 지역에 1960년대 조성된 사회주택 단지.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분위기는 바뀐다.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이 네덜란드에 득세하면서 사회주택의 입지가 줄었다는 게 엘싱하 교수의 설명. 더불어 2015년 ‘신주택법’ 도입 후 사회주택 입주 가능 소득 기준이 내려갔다. 그럼에도 사회주택 비율은 시장의 30% 수준으로 여전히 OECD 국가 중 1위다.

네덜란드 사회주택의 특징은 ‘점수제도’다. 임대료 규제를 위해 도입됐다. 각 주택에는 욕실, 정원 등 품질을 나타내는 점수가 매겨지는데, 점수별로 그에 맞는 최대 임대료가 책정된다. 이는 시장에 주택을 내놓을 때 부를 수 있는 최대 가격이다. 임대료는 매년 오르지만, 그 폭이 정해져 있다. 현행 임대료 규제 하의 상한은 월 740유로(한화 약 98만원)으로, 이는 영리임대사업자에게도 적용되는 금액이다.

여기서 사회주택의 차이점이 나타난다. 엘싱하 교수에 의하면 영리임대사업자들은 적정 투자 대비 수익을 위해 대개 임대료를 최대로 받지만, 사회임대사업자는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에이데스(Aedes) 주택협회들이 공급하는 주택은 이 주택점수제에 따른 상한선의 72% 수준을 평균적으로 유지한다.

엘싱하 교수는 이를 주택협회가 지는 ‘사회적 임무’로 설명했다. 그는 “사회임대사업자도 임대료 규제의 대상이지만, 지역적 수준에서 행정당국과의 협약해 공급 주택의 부담 가능한 가격, 임대료 인상폭 등을 결정하는 데 참여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암스테르담 서부 지역에 2000년대 이후 재건축된 사회주택.
덴마크 암스테르담 서부 지역에 2000년대 이후 재건축된 사회주택.

네덜란드에서 사회주택은 ‘전통’이다. 사회적 낙인효과가 없고 ‘소셜믹스’를 달성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엘싱하 교수는 “저소득, 중소득, 고소득 집단이 섞여 있는 혼합형 주거 구역은 네덜란드 주택계획체계에 깊은 뿌리가 있다”며 “새로운 주거지역을 계획할 때 주택계획 수립의 측면에서 항상 일정 비율의 사회주택이 포함되며, 그 결과 상대적으로 품질이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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