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BOOK촌] 청년, 혁신으로 창업하라!

 

 

청년, 청춘이라는 단어가 갖는 낭만적 감회는 여전할지 모르지만, 그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 함의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크게 변화했다. 과거 20여 년 전만 해도 ‘청년’은 사회적 동력이자 역동적 에너지로 표상되는 기상과 기백의 상징이었다. 그들을 미래사회의 주인이라 여기고, 당대에 이미 무시 못 할 일군의 사회적 리더그룹이라 불러도 그리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청년 학생 지도부’라는 표현을 기성 언론에서 조차 자연스럽게 다루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의 ‘청년’은 아직 미성숙한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지는가 하면, 그 이름 뒤에 수년째 자연스럽게 혹처럼 따라 붙는 실업이라는 단어로 인해 사회적으로 풀어야할 연민과 안쓰러움의 대상이 됐다.

거기에 대학은 또 어떠한가. 상아탑이며 진리의 전당이라는 사회적 명예는 낡아빠진 낭만적 수사라 치부하더라도 능동적인 사회진출의 관문은커녕 ‘취업’의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회적 골치 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청년의 위기와 대학의 위기는 벌써 십 수년째 반복해서 병증이 심각하다. 온갖 가지 처방에도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지는듯하여 위기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대학과 청년의 위기를 한방에 풀 수 있는 정답이라며, ‘창업’이라는 뭐 별로 새로워 보이지 않는 답을 제시한 이들이 있다. ‘청년창업-글로벌 명문 공대에서 배운다’(들녁)는 2016년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들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기사를 추가 취재하고 내용을 보강한 책이다. 제목에서 예측할 수 있듯, 해외에서 나름 정평이 난 대학들의 사례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창업정책’을 소개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대학의 최근 동향을 비교 취재하여 형성된 조류를 짚어보고 이를 통해 ‘어려운 난제’ 앞에 일정한 답을 찾고자 시도했다.

해외 유수의 대학을 다니며 청년의 위기, 대학의 위기에 대응하는 답을 찾겠다고 나서는 것도 ‘듣기 좋은 꽃노래’ 반복해 듣기 혹은 짜내고 우려먹기를 반복하는 뭐 그렇고 그런 소재다. 그럼에도 속는 셈치고 다시 이런 소재의 읽기를 반복하는 것은 속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한 일종의 ‘체증’이 원인 일듯 싶다.

이 책은 앞서 언급했던 별 기대 없음을 넘어서는 짜릿한 반전은 없다. 예상했던 일정한 범위를 넘지 않고 평이하게 전개된다. 아시아, 유럽, 미국, 중동, 한국으로 이어지는 각국 대학의 ‘창업정책’ 투어는 아시아 대학의 비중을 좀 높이거나, 미국의 스텐포드 대학을 사례에서 제외하거나, 중동 정확히는 이스라엘의 대학을 소개하거나 하는 정도로는 ‘쿵’하는 임팩트를 만들기가 역부족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루함(?)에 탄식을 반복하면서도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뭔가 뻐근하게 고민거리가 남는다. 당장 세계적인 조류를 살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문제의 진단과 처방에 객관성을 담보하는데 요긴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개된 대학들의 ‘창업정책’은 매우 다양한 듯 보이지만, 압도적인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어쩌면 굉장한 영업 비밀을 품고 있어 핵심적 정책은 애써 숨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방법의 다양함이나 창의성보다 창업을 대하는 태도와 원칙에 천착하고 있는 정책당국자들의 발언들은 당장의 성과에 매달리는 우리의 사회적 분위기와 많은 대비가 된다.

 

 

 

「혁신=발명+상업성. MIT의 I&E 프로그램의 스티브 하라구치 디렉터에게 “MIT의 창업은 무엇이 다르냐”고 묻자 종이 위에 이런 공식을 적었다. “식당을 차리는 것도 창업이지만 그건 혁신기업 창업이 아니다. 혁신은 새로운 발명과 시장에서의 상업화가 결합됐을 때 가능하다.”」 책 147P

좀 투박하고 거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위의 언급이야 말로 청년 창업을 논하는 요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청년 창업에 관심을 갖고 국가적으로도 정책적 역량을 쏟아 붇고자 하는 것은 ‘취업할 자리가 마땅치 않으니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라’는 터무니없는 요청은 당연히 아닐 테니 말이다.

청년들에 대해서만, 혁신하고 그를 바탕으로 창업하라고 강권하는 건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고 허무하다. 그렇다. 청년이 위기라면 대학도 위기이다. 위기의 대학은, 우리 대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책은 이렇게 답한다.

‘교육중심대학’

 

 

「김재효 ICT창업학부 교수는 “이론과 실무가 어우러진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고,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은 언제든지 교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화도 조성돼 있다.”」 책213P

1995년에 개교한 포항의 작은 대학 한동대의 이야기다. 별 특이점이 없어 보이는 위의 언급에서 어쩌면 우리 대학의 미래를 향한 새 지향을 발견한다. 그간 대학들은 누구나 할 것없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했다. 물론 ‘연구중심대학’이 나쁜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속뜻은 대학의 서열화와 닿아있고, 대학 평가의 기준에 맞추어 논문이나 ‘찍어내는’ 학생은 없고 교수만 있는 오늘의 대학을 만든 ‘원흉’이기 때문이다. 뭐 굳이 지난 왕조시대의 몰락 앞에 ‘실사구시’를 외치던 개혁파 학자들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오늘 혁신의 과제 앞에 과거의 교훈을 만난다.

◇ 청년창업 ‘글로벌 명문 공대에서 배운다’ = 이세형·이유종·조은아·김수연·한기재·구자룡·부형권·동정민·장원재·조동주 지음, 도서출판 들녁 펴냄, 232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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