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이로운넷과 머니투데이가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행사 참석차 서소문로에 있는 ‘행복나래’를 방문했다. 행복나래는 SK그룹에서 만든 공급망관리(SCM) 전문기업이다. 지난 2000년, 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 업체로 시작해 설립된 지 18년이 돼가는데, 2013년 3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 주목받았다. 대기업 중에서는 보기 드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8년 전, 취재 현장을 떠나 데스크가 됐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행복나래는 처음 방문이었다. 행사가 열린 공간은 건물 3층, 홍보 홀과 붙어있다. 홍보 홀답게 SK가 직간접 지원하는 여러 사회적 기업 물품을 진열해 소개하고, 방문객은 커피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갖췄다.

 

 

작년 4월에 홍보 홀에서 진행한 '행복나래 사회적 기업 협력사 워크숍' 모습. 당시 행사에는 80여개 사회적 기업이 참석했다.

행복나래를 곱씹는 이유는 첫 방문에서 받은 신선함도 있었지만, 세기가 바뀐 지난 2000년 당시, 나의 담당 취재 분야가 국내 그룹과 대기업 중심의 e비즈니스 전략이었고, 그 핵심 사업 중 하나가 MRO 사업이었다는 게 떠올라서다.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 코오롱을 중심으로 그룹이 연합한 코리아e플랫폼, KT의 엔투비 그리고 지금 행복나래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SK의 MRO코리아까지. 2000~2001년 그 시기는 MRO 법인 전성시대였다.

20년 다 돼 가는 그 시절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아 과거에 내가 쓴 기사를 찾아봐야 했다. MRO코리아는 2000년 5월 출범했다. SK글로벌이 MRO 전문업체인 미국의 그레인저인터내셔널과 51 대 49의 지분율로 공동투자해 설립한 MRO 전문 e마켓플레이스다. (전자신문 2001년 4월 4일)

당시 인터넷 비즈니스는 새로운 사업 기회이자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물론 벤처라는 단어의 자리를 ‘닷컴’이 대체하며 세상이 요동치던 때이기도 했다. 그들은 소모성 자재를 그룹 단위로 묶어, 즉 구매 능력을 키워 협상 능력을 극대화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그 구매 전체 프로세스를 온라인화한 e비즈니스 형태로 만들어 차별화하고자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출발한 MRO코리아가 10년 역사 이후 행복나래로 변신 혹은 성장하는데는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 그중 하나가 ‘대·중·소 상생’ 논란 아닌가 싶다. 대기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몽땅 차지해 골목상권을 다 죽인다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사회적 기업 형태로 전환한 행복나래는 SK가 그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 시작과 선택에 정부의 강제성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행복나래는 SK그룹의 기업가치가 밑바탕에 깔렸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의 선택과 사뭇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의 효율성을 추구하되, 영세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또 거기서 나오는 수익 전액을 사회적 기업에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 SK만의 동반 성장 전략이자 사회적 경제를 구현하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외부 행사에서 “10년 내 10만개 사회적 기업이 나오면 좋겠다”는 양성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 번이라도 양보하고 혹은 나의 이익을 나눠본 기업이라면, 혼자만을 고집하지 않고 함께 가는 방법으로도 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재미와 보람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한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것까지.

행복나래 하나만으로 국한해도 국내 기업이 효율성과 성장에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얹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20년이 걸리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행복나래 홍보 홀에서 마신 커피와 새로 알게 된 여러 사회적 기업의 스토리가 동장군을 물리친 봄기운만큼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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