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편의점과 생협의 차이는 무엇일까. 편의점의 매출은 돈이 한데로 묶여 본사로 가지만, 생협은 중앙으로 돈이 몰리지 않고, 각 지역 안에서 머문다. 생협 매장의 판매가 늘면 그 지역의 판매가 늘어난 것이고, 곧 지역경제가 활성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의 경제를 순환하는 생협은 어떻게 탄생해 발전했을까.
지난 17일 방송된 EBS ‘CLASS e’에서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생협은 어떻게 탄생했나’를 주제로 두 번째 강연을 펼쳤다. 우 교수는 “백화점이나 편의점에 비해 동네 구멍가게나 생협이 작아 보여도 ‘이익이 어디로 가느냐?’를 들여다보면,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의미를 넘어선다”며 “생협은 지역에서 대표적으로 경제를 순환하게 하는 장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생협이 탄생한 배경은 1970년대 농민운동에서 시작됐다. 역사상 농업을 중시했던 한국에서 1980년대를 지나며 농민단체가 생협 운동을 시작했고, 각 지역과 대학, 여성단체 등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을 하면서 협동조합의 뿌리를 만든다.
그러다가 한국경제 설명할 때 빠트릴 수 없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경제 관련 법적 기반이 생기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1999년 국가 복지의 기본 역할을 하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제정돼 자활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전국적인 조직과 기반이 생긴다. 또 다른 하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즉 생협법으로, 협동조합 중 한 종류인 생협에 관한 법률이 ‘협동조합 기본법’ 보다 10년이나 먼저 생긴다.
생협법 제정의 목적은 1조에 명시됐듯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들이 자주·자립·자치적인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과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생협의 특징은 주식회사와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데다 조합원의 의결권 및 선거권이 출자 좌수와 관계없이 모두 평등하다는 데 있다.
우 교수는 “사회적경제는 원래 국가의 법이나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발전하지만, 한국은 자본주의 역사가 짧고 압축성장을 하다 보니 사회적경제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국가의 지원이 필요했다”면서 “1970년대 탄생해 기반을 닦은 여러 생협들이 법적 기반이 생기면서 안정성을 갖게 됐고, 급격히 성장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생협의 역할은 첫째 지역경제를 순환하는 장치다. 스위스·캐나다·일본 등 사회적경제가 발달한 나라 중 생협을 통해 소비하는 비율이 50%를 넘은 도시를 보면, 살기도 좋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고용이 안정화했다. 둘째로는 농업과 매우 밀접해 유기농·친환경 농업을 하고 싶은 농부와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도시 소비자들 사이에 접점이 된다.
아울러 생협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큰 병원이 있는 대도시와 달리 환경이 열악한 지역 등에서 ‘의료생협’이 발달했고, 반려인 사이에서 동물병원도 생협 방식으로 활용 중이다. 우 교수는 “지금까지 식료품 중심에서 보건·문화 등 소비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생협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아니면 서로 돈을 내서 만든다는 틀만 있다면 미래에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한편, EBS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함께 준비한 강연 프로그램 ‘위기 시대의 경제학, 사회적경제’는 이달 27일까지 총 10회 연달아 방송된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5시 30분 EBS 1TV, 오후 10시 20분 EBS 2TV에서 전파를 탄다. 온라인 ‘CLASS e’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 “전쟁·가난·재해,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한 사회적경제”
- ‘위기 시대의 경제학, 사회적경제’ 강연…EBS서 16일부터 방송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주택 활성화 위해 유관기관과 맞손
-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10년...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
- 현대차그룹, 인도네시아 소셜벤처 10팀 선발해 육성
- 신협 등 8개 기관, 연탄 21만장 기부로 ‘따뜻한 겨울’ 선물
- 세종시-5개 공공기관, 사회적경제 시장 확대 나선다
- “사회·환경 문제 고민하자” 2020 사회적경제 국제포럼 개최
- “생협 3.0시대, 생협법 개정으로 가능”
- ‘진보냐 보수냐’ 문제 아닌, 위기에 반응하는 사회적경제
- 사회적경제와 기업 CSR의 만남... “풍부한 사회적가치 창출 가능”
- ‘1원 1표’ 주식회사와 ‘1인 1표’ 협동조합의 차이점
- “한국 고용 1% 차지하는 사회적경제, 5~10%로 늘어난다면”
- 협동조합 주택, 소유할 수 있는데 활성화 더딘 이유
- “국가와 기업은 일류…강한 시민사회가 새로운 균형 만든다”
- “세상을 바꿀 체인지 메이커…청년이여, 도전장을 내밀어라”
- “기후위기에서 지구를 구하려면…덜 버리고 재활용하자”
- “예뻐서 샀더니 사회에 기여? 바이소셜로 진화하는 소비자”
- [기고]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으로 사회적경제와 미래 사회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 배진교 의원, '생협법 개정안’ 대표발의... “현실반영 제도 개선”
- 유의동 의원, '생협법 개정안’ 발의... “생협 공익성 강화”
- 소비자 보호하는 생협 공제…“지역사회 기여 통한 사회안전망 강화”
- [특별기고] 한국에서도 생협공제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하며
- 맛있는 치킨과 우유 뒤에 흐르는 누군가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