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가 좋은데 허름하지 않고, 월세 부담은 적은 집이 있을까? 그런 집에서 쫓겨날 걱정 없이 오래 살 수는 없을까? 최근 집을 사지 않고도 입지 좋은 곳에서 장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사회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국내 사회주택을 들여다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주택 비율 상위 3개국인 네덜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의 사회주택 전문가들과 나눈 이야기를 차례로 연재한다.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가 지난 11월 3일 나탈리아 로까체스카 덴마크 사회주택연맹 본부장과 영상으로 인터뷰 했다.)

“저도 도합 10년 정도 사회주택에 살았습니다. 덴마크에서 사회주택은 모두를 위한 주택이에요.”

2019년 OECD 자료에 의하면 덴마크 총가구의 약 21.2%가 사회주택에 산다. 보유물량은 총 58만5천호. 비영리단체인 사회주택 공급조직(social housing organization)을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진다.

지난해 12월, 이 조직들의 최대 연합체인 ‘덴마크 사회주택연맹(Boligselskabernes Landsforening, BL)’에서 국제주택도시금융포럼에 참가차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발제를 맡은 나탈리아 로까체스카(Natalia Rogaczewska) 본부장은 덴마크 인구의 60%가 살면서 사회주택에 한 번 이상 입주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국민이라면 소득 수준이 높아도 사회주택에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탈리아 로까체스카(Natalia Rogaczewska) 덴마크 사회주택연맹 본부장. 사진=BL
나탈리아 로까체스카(Natalia Rogaczewska) 덴마크 사회주택연맹 본부장. 사진=BL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에서 사회주택 입주 자격에 소득 기준을 명시한다. 사회주택의 공급량은 정해져 있고, 집이 더 필요한 사람은 주거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왜 사회주택을 모두에게 열어둘까? 이로운넷은 지난 3일 로까체스카 본부장과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덴마크의 사회주택 정책을 들여다봤다.

로까체스카 본부장은 덴마크에서 ’사회주택(social housing)’보다 ‘모두의 주택(common housing)’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고 말했다. “사회주택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덴마크 복지사회의 근본적인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사회주택 '도르테아베즈(Dortheavej)' 아파트의 외부와 내부. 덴마크 건축가 협회에서 수상한 건축가 그룹 'BIG(Bjarke Ingels Group)'가 설계했다. 사진=BL
덴마크 코펜하겐 사회주택 '도르테아베즈(Dortheavej)' 아파트의 외부와 내부. 덴마크 건축가 협회에서 수상한 건축가 그룹 'BIG(Bjarke Ingels Group)'가 설계했다. 사진=BL

이러한 특징은 덴마크 다음과 같이 사회주택법에서 명시하는 법적 목적에서도 나타난다.

"사회주택 공급조직의 목적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합리적인 임대료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생활 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를 제공하는 것“

누구나 살 수 있으니 낙인 효과가 없다. 로까체스카 본부장은 “주택 소유 여부와 사회적 지위가 연계되지 않는다”며 사회주택에 사는 정치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불 능력이 있으면 집을 사도 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사회적 성공’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로까체스카 본부장은 “은퇴 후, 독립한 자녀를 내보낸 후 자기 삶을 즐기고 느긋하게 지내기 위해 집을 팔고 사회주택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사회주택의 3가지 주요 특징은 ▲입주자 민주주의 ▲비영리 ▲자립재정이다. 이미지=LBF
덴마크 사회주택의 3가지 주요 특징은 ▲입주자 민주주의 ▲비영리 ▲자립재정이다. 이미지=LBF

가격이 저렴한데 모두에게 열려있어 수요가 높다. 덴마크에서는 이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대기자 명부를 운영한다. 수도 코펜하겐처럼 큰 도시에는 대기자가 많다. 이렇게 수요가 높은 지역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로까체스카 본부장은 “누구나 사회주택에 살 수 있지만, 집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더 어려운 사람들의 몫”이라고 답했다. 법적으로 지방정부가 사회주택 거주지 1/4에 대한 처분권을 갖고 있어, 이 처분권으로 주거 취약계층을 수용한다는 것.

덴마크 사회주택 공급조직은 높은 재정 자립도를 자랑한다. 덴마크에는 1966년 ‘전국건축재단(National Building Foundation)’이 설립돼 사회주택 재정 자립 체제를 이끌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상환하고 나면 입주자들이 내는 임대료 2/3가 이 재단에 투입되는데, 재단은 사회적 개발 사업이나 대규모 보수 프로젝트, 사회기반시설 등에 이 기금을 지원한다. 입주자들이 낸 돈이므로 입주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입주자 민주주의’도 주요 특징이다. 로까체스카 본부장은 “임차인들이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법적으로 보장돼있다고 전했다. 입주자들은 자기 주택지구 내에서 투표로 이사회를 선출하고, 선출된 이사회는 사회주택 공급조직에서 해당 지구를 대표해 활동할 임차인 대표자를 선출한다.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입주자다.

*이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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