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브랜드를 다수의 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브랜드(co-brand)’가 주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 지위가 확고하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 비용 및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협력사 간 기술·정보를 공유해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서울시 중소기업 지원기관 서울산업진흥원(SBA)에서는 서울의 우수한 중소기업과 제품을 알리기 위해 공동브랜드를 적극 활용 중이다. 그동안의 성과와 특징, 차별점 등을 분석해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 농가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브랜드 '썬키스트(Sunkist)'. 오렌지, 레몬, 자몽 등 감귤류 과일을 판매한다./사진제공=sunkist​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 농가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브랜드 '썬키스트(Sunkist)'. 오렌지, 레몬, 자몽 등 감귤류 과일을 판매한다./사진제공=sunkist​

‘태양의 입맞춤’이라는 뜻의 썬키스트(Sunkist)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 농가 수백 개가 의기투합해 1908년부터 공동으로 사용해온 상표다. 농가들은 고품질의 오렌지에 썬키스트 상표를 붙이기 시작했고 전통적 재배기법, 친환경적 자원사용 등을 지키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썬키스트가 100년 넘게 상표를 유지해오는 동안 소비자들은 ‘맛있고 신선한 과일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인식하게 됐다.

썬키스트처럼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해 사용하는 단일 브랜드를 ‘공동브랜드(co-brand)’라 부른다. 흔히 시장에서 지위가 확고하지 못한 중소업체들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쓴다. 업체들은 공동브랜드를 통해 마케팅 비용 및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협력사 간의 기술·정보를 공유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등 장점을 누린다.

‘중소기업 해외 진출’ 팔걷고 나선 정부·지자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7월 ‘브랜드K’ 제품에 대한 ‘인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총 3단계 경쟁을 거쳐 ‘브랜드K’로 선정된 81개 우수 중소기업 제품에 태극마크를 붙였다./사진제공=중기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7월 ‘브랜드K’ 제품에 대한 ‘인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총 3단계 경쟁을 거쳐 ‘브랜드K’로 선정된 81개 우수 중소기업 제품에 태극마크를 붙였다./사진제공=중기부

국내에서도 중소기업이나 제품을 하나로 묶는 공동브랜드 전략이 전국적으로 활성화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인 ‘브랜드K’를 출범해 운영 중이다. 기술과 품질이 뛰어나지만 인지도가 약한 중소기업 제품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브랜드K 제품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주요 품목을 발굴·육성하고,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지원하는 등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소기업들이 ‘브랜드K’를 통해 부족한 인지도를 보완하고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도 지역 내 민간기업 육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동브랜드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섬유·패션 분야 업체들이 참여하는 ‘쉬메릭(CHIMERIC)’, 경기도 평택시에서 생산하는 농·특산품 브랜드 ‘슈퍼오닝(Super Oning)’ 등이 로컬 기반 상표의 주요 사례다. 

이처럼 공공브랜드는 특정 지역을 널리 알려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를 높이고, 지역 상품의 국내외 판매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꾀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지역 외에도 목적이나 업종 등 필요에 따라 특화하는 등 공공브랜드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제품 경쟁력 높이고 판로 지원책 뒤따라야”

지난해 9월 대한민국 태국 방콕에서 국가대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브랜드K' 출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박영선 장관(가운데)은 "아세안 지역에서 K-POP과 연계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사진제공=중기부
지난해 9월 대한민국 태국 방콕에서 국가대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브랜드K' 출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박영선 장관(가운데)은 "아세안 지역에서 K-POP과 연계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사진제공=중기부

공동브랜드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홍보 효과만 얻고 지속가능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 자체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상품·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안이 수반되지 않고 소비자들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동브랜드의 장점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전문적 컨설팅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유통기업에 입점하거나 온라인 판매 채널을 발굴하는 등 판로개척에 대한 확실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급급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공동브랜드는 분명 효과적인 홍보·마케팅 전략이다”라면서도 “중소기업 입장에서 공동브랜드를 사용했을 때 매출이 늘어난다거나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는 등 확실한 혜택이 있어야만 지속가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브랜드란 무엇보다 ‘가치’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며, 이름표만 붙인다고 저절로 가치가 생길 수는 없다”면서 “사람도 태어나서 돈벌이를 하기까지 20년 이상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듯, 공동브랜드 역시 단기간 성과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으로 키워야만 성공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SBA , 국내 중소기업·제품 해외로 홍보·수출

지난해 12월 출범한 SBA '서울메이드' 출범 당시 서울 코엑스에 마련한 전시 부스 내부./사진제공=SBA
지난해 12월 출범한 SBA '서울메이드' 출범 당시 서울 코엑스에 마련한 전시 부스 내부./사진제공=SBA

장기적 관점에서 공동브랜드를 키우고 있는 곳이 서울시 중소기업 지원기관 서울산업진흥원(SBA)이다. SBA가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인 ‘하이서울브랜드’ ‘서울어워드’ ‘서울메이드’ 등은 국내 중소기업과 제품에 공동브랜드를 부여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SBA가 잠재력 높은 중소기업(하이서울브랜드), SBA가 엄선한 우수 상품(서울어워드), 서울의 가치를 담은 제품·콘텐츠(서울메이드)에 공공브랜드 붙여 품질과 가능성을 인증하는 식이다. 지난 2004년 출범한 하이서울브랜드는 올해 기준 총 940개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했고, 2016년 출범한 서울어워드는 2만 1294개 제품에 인증마크를 붙였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1년차 서울메이드는 총 81개 기업에 협업 및 브랜드, 거점 공간 등을 지원했다.  

서울메이드 출범 당시 장영승 SBA 대표는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많이 파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아직 브랜드의 힘이 약한 중소기업의 제품에 ‘서울’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라면서 “단순히 이름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서울이 만들고 보증한다는 의미까지 입혀 신뢰도를 높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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