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가 좋은데 허름하지 않고, 월세 부담은 적은 집이 있을까? 그런 집에서 쫓겨날 걱정 없이 오래 살 수는 없을까? 최근 집을 사지 않고도 입지 좋은 곳에서 장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사회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국내 사회주택을 들여다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주택 비율 상위 3개국인 네덜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의 사회주택 전문가들과 나눈 이야기를 차례로 연재한다.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가 지난 10월 21일 크리스티앙 샨틀 비너보넨 대외협력본부장과 영상으로 인터뷰했다. )

OECD의 2018년 자료 기준 총가구의 약 20%가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그중에서도 높은 사회주택 비율을 자랑하는 도시는 수도 ‘빈’으로, 43%가 사회주택이다. 또 이중 절반은 시가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municipal housing, 시영주택)이고, 반은 제한영리 주택(limited-profit housing)이다.

빈에서는 시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을 관리하기 위해 ‘비너보넨(Wiener Wohnen)’이라는 회사가 활동 중이다. 비너보넨은 직원 4500명 규모의 유럽 최대 공공주택 관리기업이다. 소유한 부동산 규모는 1345만m²로 유럽 최대 부동산 소유 주체다. 작년에는 LH와 사회주택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크리스티앙 샨틀(Christian Schantl) 비너보넨 대외협력본부장. 제공=비너보넨
크리스티앙 샨틀(Christian Schantl) 비너보넨 대외협력본부장. 제공=비너보넨

이로운넷은 지난 10월 크리스티앙 샨틀(Christian Schantl) 비너보넨 대외협력본부장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오스트리아 전반과 빈의 사회주택 현황을 들었다.

샨틀 본부장에 의하면 빈은 '임차인의 도시'다. 그는 "빈에서는 전체 시장의 20%만이 자가거주용 주택에 해당하고, 시민의 75%는 임대 아파트에서 살아간다"며 "시민들이 임차인으로 사는 것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중산층도 사회주택에 산다. 그는 "사회주택 입주자격에 소득 제한이 있는데, 빈 시민의 2/3이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또, 빈의 사회주택 정책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가 아니라, 주택가의 소셜믹스(social mix, 사회계층혼합)에 초점을 둔다"고도 설명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지어진 사회주택 단지 '메쯜라인스탈러호프(Metzleinstalerhof).' '마가레텐귀르텔(Margaretengürtel)' 지역에 있다. 제공=비너보넨(Stadt Wien - Wiener Wohnen)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지어진 사회주택 단지 '메쯜라인스탈러호프(Metzleinstalerhof).' '마가레텐귀르텔(Margaretengürtel)' 지역에 있다. 제공=비너보넨(Stadt Wien - Wiener Wohnen)

이런 분위기 탓에 시민들은 대체로 집을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에도 주택시장에서 돈을 벌려는 투자자들이 있지만, 민간 영리임대 영역에 영향을 줄 만큼 사회주택 시장의 규모가 크다. 최근 몇 년 간 민간임대시장의 임대료가 오르기는 했지만, 빠르거나 가파른 수준은 아니다. 그는 "누군가 집을 직접 산다면, 이는 주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집을 소유하고 싶어서다"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에 지어진 현대 건축양식의 사회주택 '암 쇠프베르크 29(Am Schöpfwerk 29).' 암 쇠프베르크역 인근에 있다. 사진=비너보넨(Stadt Wien - Wiener Wohnen)
1970년대에 지어진 현대 건축양식의 사회주택 '암 쇠프베르크 29(Am Schöpfwerk 29).' 암 쇠프베르크역 인근에 있다. 사진=비너보넨(Stadt Wien - Wiener Wohnen)

임대료 상승으로 고통받는 임차인은 없을까? 샨틀 본부장은 빈에서 사는 임차인들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이 계약은 영원히 지속되며, 원하는 경우 자녀에게 집을 넘겨줄 수도 있다. 그는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퇴거 요구를 받기도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부담가능한 주택의 임대료조차 지불할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연간 약 1억 유로(한화 약 1313억)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기에 이런 일은 거의 드물다"고 전했다.

*이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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