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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는 14살만 돼도 시집을 가야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양과 소를 몹니다. ‘시집갈 텐데, 소치는데 공부는 해서 뭐해? 나도 학교 안 다녔지만 양도 소도 잘 친다.’ 부모들의 인식이 이런데 과연 학교를 지어 준다고, 교재를 나눠준다고 교육 문제가 해결될까요? ” -- 장성은 요크 대표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엉뚱하게도 태양광 에너지였다. 2018년 아프리카 케냐의 오지 마을 포콧의 한 학교에 ‘솔라카우’라는 태양광 충전 시스템이 처음 등장했다.
아이들이 등교 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우유병 모양의 보조배터리(솔라 밀크)를 태양광 충전 덱인 솔라카우에 꽂는 일이다. 배터리가 충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5시간. 그동안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나면 충전된 보조배터리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이 행위가 부모들이 아이들을 일터가 아닌 학교로 보내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됐다.
공부도 하고 전기도 얻고..
“아프리카 인구의 60%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살고 있어요. 하지만 대륙 전체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95% 이상입니다. 땅은 넓은데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금융이나 공공기관 업무 등 일상의 많은 부분을 휴대폰을 통해 해결합니다. 어린 자녀까지 일터로 보내는 극빈층의 경우 소득의 15% 정도를 에너지 비용으로 쓰고 있고,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왕복 4~6시간을 걸어 충전소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가정에 전기를 공짜로 주면 어떨까?”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2년간 성과를 분석해보니 아이들의 출결률이 10% 이상 증가하고 등록율도 상승했다. 가정에 보탬이 되는 전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부모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아이들의 자존감(자기효용감)도 높아졌다.
솔라카우 1대는 250가구에서 쓸 수 있는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한다. 보조배터리 1개의 용량은 2900mAh로 2G폰 한 대를 충전하고 전등 4시간을 켤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케냐 3곳, 탄자니아 2곳, 캄보디아 1곳의 학교에 총 8대가 설치됐다. 수혜자는 가족을 포함해 약 5000명에 이른다.
장 대표는 "충전이 너무 빨리 되면 아이들이 잠시 학교에 들렀다가 다시 일하러 갈 수 있고 너무 많은 전기를 얻으면 부모들이 며칠 동안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적정 수준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라고 설명했다.
자연의 선물로 아동 노동 근절
솔라카우는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대가로 부모에게 전기를 나눠주는 보상 시스템이다. 2017년 ILO(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아동 노동 인구는 1억 5000만 명에 이른다. 솔라카우는 개발도상국의 아동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학교에 오는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은 솔라카우가 처음은 아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조건부 현금 지급(CCT: Conditional Cash Transfer)을 실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문제는 지속 가능 여부다.
“아동 노동과 비슷한 금액을 지급하니 애들이 학교에 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CCT는 유인 효과는 거뒀지만 가구당 월 13달러(약 1만4400원)라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면서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됐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도 없었고요.”
이에 비해 솔라카우는 초기 설치 비용과 배터리만 있으면 지속 가능하다. 그는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양은 지구에 하루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양과 비슷하다” 면서 “자연의 힘을 빌리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현지가 반하고 세계가 놀랐다
“비전력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을 어렵습니다. 넓은 땅에 전선을 다 깔려면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취약계층은 전기를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어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솔라카우는 당장 전기를 빠르게 공급하고 교육 문제까지 해결하니 국가적 차원에서 흥미롭게 보는 것 같아요.”
탄자니아에선 교육부 차원에서 솔라카우 시스템 도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탄자니아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요크는 유니세프와 유엔 해비타트 등 국제기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과거 내전이나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서아프리카에선 6개월에서 1년 동안 휴교령이 내려졌어요. 이번 코로나19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리나라 같으면 온라인 교육이 가능하지만 아프리카는 불가능해 취약계층들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유니세프가 나서서 라디오 교육 방송을 준비하고 가정에 라디오를 보급했는데 결국 실패했어요. 왜인 줄 아세요? 전기 때문이에요. 라디오가 작동하려면 전기가 필요한 데 전기가 없거나 배터리 비용이 너무 비싸 무용지물이 된 거죠.”
장 대표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솔라카우에 라디오 기능을 결합한 모델이 곧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도 솔라카우가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아프리카 13억 명의 인구가 등유를 사용하고 전기가 없는 지역은 나무를 베어 불을 밝혀요. 이들이 태양광으로 불을 밝히고 가난에서 벗어난다면 기후변화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솔라카우는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9년 최고 발명품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고의 테크쇼인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 혁신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한국 기업 최초로 베를린 그린테크 페스티벌에서 그린 어워드 상을 수상했다.
솔라카우 크라우드 펀딩 개시
요크는 태양광 에너지와 디자인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다. 그는 솔라카우 이전 초경량 태양광 에너지 패널 ‘솔라페이퍼’를 개발해 2015년 미국 크라우드 펀딩 킥스타터에서 45일 만에 100만 달러 (한화 12억 원)의 투자금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뒤이어 나온 것이 바로 솔라카우다.
그는 후속작을 준비하면서 " 나의 창의력을 조금 더 절실한 부분에 쓰고 싶어 개발도상국으로 무작정 떠났었다”면서 “우리나라가 교육의 힘으로 가난을 벗어났듯이 아프리카 아동들에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켜줌으로써 이를 동력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요크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17일(KST) 미국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솔라카우 설치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오픈했다.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솔라카우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거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개인이 한 마리를 후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십시일반으로 모아 후원하는 형태로 기획했어요. 아, 물론 고액 기부자분들은 한 마리를 통째로 후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웃음) 아프리카 속담에 '한 명의 아이를 기르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말이 있는데 온 지구촌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으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장 대표는 “솔라밀크에는 개인 ID 코드가 부여돼 충전 기록을 포함해 출석률 등 효과 추적이 가능하다”면서 “기부자들에겐 옵션의 형태로 데이터를 보내드림으로써 투명성과 '보람'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술을 이용해 임팩트를 추적하고 기부자들과 나누는 것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형태다.
“상업적인 크라우드 펀딩은 내가 갖고 싶은 걸 사는 것이지만 이번 펀딩은 나의 구매가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솔직히 얼마나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실지 걱정이 되지만 떨리고 설레는 마음이 더 큽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좀 더 특별한 선물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사진제공 = 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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