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후위기비상) 선언은 끝났습니다.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중요합니다.”

11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2020 사회적경제 국제포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사회적경제의 과제’ 세션에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발표를 내놓고, 국내에서도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수립하는 등 기반을 다졌으니 이제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할 때라는 것.

이 연구원은 그동안 쏟아진 그린뉴딜 관련 지자체 정책 중에는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과 연결되지 않은 정책, 시민과 도민의 삶이 녹아있지 않은 정책, 대규모 토목이나 연구개발(R&D) 사업이 담긴 정책 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불평등 해소,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그린뉴딜 정책이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사진=박성빈 인턴기자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영상을 통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를 이끌어온 경쟁과 성장의 가치에 한계가 왔다”며 인식의 전환과 국제사회 연대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대체 에너지 활용률을 높이고, 친환경 시설로의 전환을 촉진하며,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환경·사회적 가치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 역량 확충, 판로지원, 지역자원 사업 모델 개발 확산, 규제 개선 등으로 자생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는 알렌 코어 ‘사회연대경제 국제포럼’ 공동의장이자 ‘유럽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 Europe)’ 부대표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코어 부대표는 사회적경제 구조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행동 가능성의 입증’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조치로 유럽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분절이 심화하고 고용과 노동이 불안정해졌다면서도 소외된 이들을 위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을 유지하려 했던 사회적경제 분야는 강한 회복력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에 100만 시민이 참여해 운영 중인 1500개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있고, 이들이 에너지 이행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참여형 에너지 발전소,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장려 등 사회·환경적인 문제에 혁신적으로 대응하며,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1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열린 '2020 사회적경제 국제포럼' 현장. 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이어 마이클 렌(Michal Len) 재활용 사회적기업 유럽 연합회(RRESUE) 이사가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가 주요 행위자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과 민간영역의 사회적 조달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회·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하는 구매를 촉진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의 사회·환경적 성과 지표 개발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RRESUE는 재사용, 수리 및 재활용 분야 국제 네트워크로, 26개국에 걸쳐 31명 회원이 활동 중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가 있으며, 850개 관련 회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렌 이사는 이들이 “연간 100만톤의 상품과 자재를 일괄 처리하는데, 그중 약 1/3를 재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회원 대다수는 가구, 전자체품, 섬유 등 생활용품 수집하고 분류·판매하는데, 생활용품을 넘어 건설자재, 페인트도 재사용한다.

렌 이사는 EU가 2019년 ‘그린 딜(Green Deal)’에 이어 올해 3월 ‘순환 경제 액션 플랜(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을 내놨다고 말했다. 입법적·비입법적 조치를 포함해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EU 폐기물 법의 더 나은 시행 등을 담았다. 그는 또한 EU가 금융 접근성, 디지털화의 역할 등 기술혁신, 사회적기업의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법적 프레임워크 등을 담은 ‘사회적경제 액션 플랜’도 준비 중이라며 내년 여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후변화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내는 국내외 기업 사례도 소개됐다. 쇠렌 헤르만센(Søren Hermansen)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 대표는 지속가능한 삼쇠섬을 만들기 위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이 참여하게 하고, 행정부와 민간기업이 협업한 사례를 공유했다. 삼쇠섬은 덴마크가 지정한 ‘재생에너지섬’이다. 1997년 이후 10년 만에 풍력, 태양에너지 등 재생에너지로 섬 전체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에너지 자립을 이뤄냈다. 헤르만센 대표는 “분야 간 협업은 지속가능한 사회로 성공적인 전환을 하는데 필수조건”이라며 “우리가 공통의 주인의식을 창출할 때, 발전을 위한 길이 열린다”고 제언했다.

쇠렌 헤르만센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 대표. 사진=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갈무리
쇠렌 헤르만센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 대표. 사진=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갈무리

국내 사회적경제 분야 사례로는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에코시티서울’ ▲‘라이프라인코리아’가 등장했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한다. 현재 조합원 1070명, 70억의 자산을 자랑한다. 24개 발전소가 완공돼있으며, 연간 약 370만kW정도 전기를 생산한다. 에코시티서울은 전자제품 재활용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작년 기준 약 4000톤의 폐전자제품을 재활용했으며, 1만1700여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이뤘다. 라이프라인코리아는 재난 안전 관련 훈련·컨설팅·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한편, 이날 포럼은 기후 위기와 불평등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에 대해 논하기 위해 고용노동부·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온·오프라인으로 열었다. 2020 사회적경제 국제포럼 홈페이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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