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가 화두다. 현 정부의 핵심 철학으로 사회적가치가 선포되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에서도 공공성이 중요해졌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력하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개별 공기업의 고유한 사업 가치가 여러 사회적경제 분야와 만나 사회적가치로 확대되는 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와 동행에 나선 대표적 공공기관을 만나 이들이 추진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사업을 살펴본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자금 조달을 책임지는 '사회적금융.' 2018년 2월 정부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계속 확대했다.

국내 정책금융기관 중 사회적금융 활성화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곳은 신용보증기금이다. 신용보증기금은 1976년 설립된 중소기업전문 종합지원기관이다. 2018년 기준 공공부문 사회적금융 자금공급의 55%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을 시작해 지역공동체를 강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했다. 올해는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을 열어 사회적 금융에 대한 의지가 있으나 평가 노하우가 충분치 못한 기관에 표준 평가체계를 제공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심의·의결기구로 2018년부터 ‘사회적가치추진위원회’를 두고 있다. 위원회를 보좌해 실무를 총괄하는 '사회적가치추진센터' 이송필 센터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신용보증기금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와 포부를 들었다.

이송필 신용보증기금사회적가치추진센터장. 사진=신용보증기금
이송필 신용보증기금사회적가치추진센터장. 사진=신용보증기금

Q. 신용보증기금 내 사회적가치추진센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곳에서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 사회적가치추진센터는 사회적가치추진과 관련된 과제를 관리하고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올해로 신용보증기금에 만 22년째 근무하는 중입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보증제도기획과 중소기업컨설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고, 직접 보증을 지원하는 영업점에서도 10년 이상 근무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사회적가치추진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Q. 신용보증기금은 사회적 가치 활성화를 위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는지, 여타 공공기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신용보증기금은 우리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자금 융통을 원활히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책금융기관입니다. 설립 목적 자체가 사회적 가치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기관 자체적인 사회적 가치 실현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고객인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실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용창출기업을 위한 ‘고용창출 우대보증’은 사회적 가치 요소 중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직접 관련돼 있고,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보증’은 ‘지역경제 공헌’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보증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실패기업에 대한 재기지원보증, 사회적 배려기업에 대한 보증, 청정환경보증, 재난피해기업보증, 자영업자보증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많은 지원제도가 있고, 앞으로도 만들어질 겁니다.

Q. 신용보증기금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지난해 시작한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을 소개해주세요.

▶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은 지역주민 등으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공간을 공동으로 소유·운영하며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업으로 시민자산화, 공동체자산화, 사회적부동산 등으로도 불립니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시설과 공간을 지역 사회에 개방해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에 기여하고자 시작했습니다. 먼저 본점 1층 유휴공간에 ‘휴&Books’라는 고급 스터디카페 분위기의 개방형 도서관을 지역주민을 위해 설치했고, 체육관 시설도 개방해 지역 아동들을 위한 명랑운동회를 개최하고 지역주민 스포츠 동아리도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 체육관에서 진행된 지역아동 초청 명랑운동회. 사진=신용보증기금

2019년 9월에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안심에너지협동조합과 신용보증기금 직원 숙소인 ‘청림재’ 옥상 무상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안심마을-신용보증기금 햇빛발전소’ 설치를 시작해 이번 달 초에 준공했습니다.

공공기관 유휴공간을 지역사회 수익 창출 및 공익사업 용도로 제공한 최초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고, 지속가능한 지역 자산화 사업의 선도 모델로 2020년 기획재정부 주관 21대 우선 과제로 선정됐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연간 약 2100만원의 수익은 지역사회에 환원돼 다양한 공익사업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청림재 ‘안심마을-신용보증기금 햇빛발전소’ 설치 준공 후 햇빛발전소 모습. 사진=신용보증기금
청림재 ‘안심마을-신용보증기금 햇빛발전소’ 설치 준공 후 햇빛발전소 모습. 사진=신용보증기금

지역자산화 사업을 보증으로 지원하기 위해 보증제도도 마련했습니다. 또, 행정안전부, 농협은행과 협력해 지역사회 혁신 활동을 추진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을 공모를 통해 모집했습니다. 민-관-공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선정, 건당 5억원 한도 내에서 필요자금의 90%까지 10년 만기의 대출을 지원합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375억원 지원 예정이며, 금리는 2.86%(2020년 9월 기준, 6개월 변동금리) 수준입니다. 지자체가 이자를 지원해주는 지역에 소재한 경우 1%대 수준 금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Q. 사업 성과는 어떤가요?

▶ 올해 3월 전국 공모를 통해 지역자산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조직을 모집했습니다. 61개 신청사업 중 전문가 위원회의 약 2개월 심사를 거쳐 20개 사업을 지난 6월에 선정했고, 현재까지 12개 기업에 57억원의 대출을 지원했습니다.

이번 사업은 10년 동안 저리로 융자해 1년 거치 후 9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자기자본 비율도 10%로 부동산 취득을 위한 사업비의 90%까지 융자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유형의 사업입니다.

12월 초에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에 대한 성과 공유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역자산화를 시도할 주체들에게도 가이드라인과 시사점을 제공해 지역자산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확산시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 신용보증기금은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을 2년간 개발해 구축했습니다. 어떤 점을 평가하는지, 누가 평가하는지, 사회적경제기업이라면 어디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일반 중소기업과는 다른 조직을 본래의 설립 목적에 맞게 평가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9년 기업 대출 규모는 931조원입니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는 8000억원 남짓한 수준이니 전체 대출의 0.1% 규모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수익의 극대화가 아닌 공동체 실현 및 상생을 통한 자생적 선순환 경제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일반 중소기업 대비 영업이익 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일반적인 금융 평가 기준을 적용할 때 불리하게 작용하는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게 되는 겁니다.

사회적금융은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조직이 추구하는 사회적 성과에 대한 평가까지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지원 의사결정이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은 사회적경제에 맞는 새로운 운동장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웹 기반 오픈 플랫폼으로 구축했으며, 사회적금융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Q. 평가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평가모형을 만들고, 그것을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 시스템으로 만든 후, 신용정보 면허를 취득하여 외부에 제공할 수 있기까지 정확히 2년이 걸렸습니다.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을 통해 산출되는 평가보고서는 기존의 전통적 재무평가 위주가 아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지속할 수 있는 조직인지를 세부 내용과 함께 10단계 등급으로 산출해 제공합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평가시스템을 여러 기관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참여를 확대하는 겁니다. 그래야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바라볼 때 재무제표가 전부가 아니라 그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을 추진할 조직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실제 사업의 성과가 사회적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지를 중심에 놓고 평가하는 방식이 정착되고 그 결과 제대로 된 사회적금융 시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의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이미지=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의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 이미지=신용보증기금

Q. 신용보증기금은 사회적금융 분야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이 커 연체 등이 발생해서 따로 관리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작년보다 많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기관 차원의 코로나19 대응 상황도 말씀해주세요. 

▶ 연체 등이 발생해 따로 관리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 규모가 금년 1월부터 10월까지 32개 기업 43억원입니다. 2018년부터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가 크게 늘었고, 금년에는 코로나의 여파로 어려움이 사회 전체적으로 커진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고,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해 왔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기존 대출에 대한 상환 없는 만기연장, 보증 추가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한 사례도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을 디자이너로 고용해 홍보물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 올해 초 설비투자를 크게 했는데, 코로나의 여파로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발주가 끊어졌습니다. 직원을 내보내고 설비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있다는 소식을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신용보증기금 거래 기업이라 담당자에게 소식을 전했고 코로나 특례보증을 활용해 운전자금을 긴급 지원했습니다.

또, 노사공동으로 성금 5000만원을 기부했고, 소외계층을 위한 지역상생 도시락과 식료품 키트를 직접 제작하여 배달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온누리상품권 5억원을 구매약정했습니다. 지역 사회적기업 제품의 온라인 특판전도 개최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방역수칙이 허락되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 차원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마스크 및 손소독제를  취약계층에 기부했다. 사진=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차원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마스크 및 손소독제를 취약계층에 기부했다. 사진=신용보증기금

Q. 올해를 포함해 향후 사회적 가치 확대를 위한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사회적 가치추진센터장으로서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포부 함께 부탁드립니다.

▶ 신용보증기금은 2018년 10월 기관의 비전 및 중장기전략과 연계된 ‘사회적가치 종합추진계획’을 수립했고, 컨트롤타워로서 외부위원 4분과 내부 임원급 5명으로 구성된 ‘사회적가치추진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외부 자문기구인 ‘시민참여혁신단’ 과 내부 협의기구인 ‘미래전략추진협의체’를 통해 내외부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하여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적경제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사회적경제팀을 본부에 설치하여 보증지원제도를 지속해서 마련할 뿐 아니라, 전국 8개 영업본부에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을 위한 전담팀을 두고 지역 밀착형으로 근접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회적 가치 추진을 위한 전략체계와 이를 전담할 추진조직을 갖추고 있어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에 맞춰 현재 추진 중인 과제들을 차근차근 완료하고, 새로운 과제를 계속해서 발굴해 나간다면 어느 기관이나 단체 못지않은 사회적 가치 실현 선도기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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