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매년 늘어나는 신규 암 등록환자. 국립암센터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암’을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정부 출연기관으로, 전문 연구와 진료를 통해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고,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국민 보건향상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됐다.

센터에는 환자들을 치료·진료하는 부속병원 외에도 암 연구소, 국가암관리 사업본부 등이 있어 암을 관리하는 국가적인 사업과 정책을 기획·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부속병원 안에는 2018년부터 공공의료보건사업실이 마련돼 병원 밖 암 환자들의 사회복귀, 삶의 질 향상을 돕는다. 담당 업무를 관장하는 김열 실장과의 전화·서면 인터뷰를 통해 어떤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지 들었다.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의료보건사업실장. 사진=국립암센터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의료보건사업실장. 사진=국립암센터

 


Q. 국립암센터 공공의료보건사업실을 소개해주세요. 실장님께서는 언제부터 이곳에서 근무하셨나요?

▶ 암 조기 진단율이 증가하고 치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치료를 받고 병원을 벗어나는 환자들이 계속 늘어납니다. 현재 암 진단을 받아본 국민이 200만명에 육박하는데요, 생존율은 70%를 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보건사업실은 치료 이후 살아가는 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합니다. 병원 밖 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필요성이 주목받아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위해 2018년 신설했죠. 지역사회의 암 환자들이 치료 후 사회경제적 일원으로 복귀하게 돕고, 암 환자 가족을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등을 기획·추진합니다.

저는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의사로, 2007년부터 14년째 근무 중입니다. 공공의료보건사업실 설립 때부터 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Q. 암 관리 전문성을 살려 ‘암 환자 사회복귀지원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사업 취지를 설명해주세요.

▶ 2018년 8월부터 하고 있습니다. 국립암센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암 치료 후 새로운 직업 활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40%뿐입니다. 치료 후 사회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 환자들은 삶의 질도 떨어지고, 우울감이나 고립감 등을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업무 능력이 떨어질 거라는 사회적 편견 탓에 암 환자들의 사회 복귀가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입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사업 이름을 ‘리본(ReːBorn)’이라 지었습니다. 암 환자 사회복귀에 필요한 다양한 국가 자원을 연계하고,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을 지원합니다. 환자분들이 국가 예산이나 공공재를 받는 수혜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이 되도록 돕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Q. 암 환자 사회복귀지원사업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기업과의 협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요.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 지자체와 인프라도 구축했다고 들었습니다.

▶ 국립암센터는 고양시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2018년 8월에 시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적경제 인프라 구축 상호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양시의 사회적경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아카데미, 컨설팅 등을 활용하고,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과 암 환자 문제 발굴 및 해결을 위한 리빙랩 기반 시민해결단을 운영했습니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회적경제 주체를 위해 국립암센터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암센터와 고양시, 사회적경제조직이 협력해 추진하는 ‘고양해피케어’ 사업이 작년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암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가정에 복귀하기까지 암환자의 안전한 복귀를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올해도 선정됐는데, 암환자가 일상생활에서 활력 및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정서적 지원을 하는 내용을 더했습니다. 이 사업에는 ▲위드메이트 ▲해피에이징 ▲그린피플 ▲올리브앤제펫토 ▲대창 등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합니다.

사진=국립암센터
고양해피케어 사업 일환으로 진행하는 암생존자 정서돌봄 서비스. 지역사회에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암생존자에게 국립암센터가 제공하는 20시간 교육을 이수한 암생존자 또는 일반인을 ‘정서돌봄 메이트’로 선발해 정서돌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진은 정서돌봄 메이트 양성과정 1기 수료식 현장. 사진=국립암센터

Q. 암 환자 사회복귀지원사업 일환으로 작년 10월 ‘리본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나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했는지 궁금합니다.

▶ 국립암센터가 고양시, 한국철도공사와 협업해 경의선 백마역 1층 공간에 암 환자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암 환자 사회복귀를 위한 창업·교육·커뮤니티 공간 ‘암 환자 사회복귀지원센터(리본센터)’입니다. 암 환자 사회적경제조직 물품 전시 및 제작, 암 환자 취·창업 정보 제공 및 상담, 교육·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합니다.

올해 1월 이곳에서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을 포함해 사회서비스 사회적경제 활성화 현장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건강지원 등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9월에는 센터 내 ‘리본 메이커 스페이스’를 열었습니다. 암 환자 본인을 비롯해 암에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암을 주제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구현·공유할 수 있는 창작활동 지원 및 창업을 연계합니다. 작업실, 공작실, 교육공간, 회의공간, 아이디어쉼터, 창고 등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고, 3D프린터, 3D스캐너, CNC장비, VR카메라, 계측장비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내년쯤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제품이 실제 탄생할 거라 기대해봅니다.

리본 메이커 스페이스에서는 올해 10월 제1차 ‘리본포럼’을 열었습니다. 암 생존자 및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교류의 장이었습니다. 암 환자들이 병원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문제점, 암 치료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사회적으로 간과되고 있다는 문제점 등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리빙랩 방식의 문제 발굴과 ICT 기술을 접목한 문제해결 방안, 사회적경제 전문가와 의료진이 협력해 지역사회 암 환자 돌봄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도 제시됐습니다.

사진=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10월 백마역에 리본센터를 열었다. 사진=국립암센터

Q. 국립암센터의 도움으로 암 환자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창업했다고 들었습니다.

▶ 2019년 10월 유방암 환우인 안연원 이사장을 비롯해 5명의 암 환자들이 출자금을 납부해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을 설립했습니다. 국립암센터와 고양시가 공동으로 지원해 설립한 기업입니다.

다시시작은 치료 탓에 피부와 모발이 거칠어지는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천연재료를 사용해 수제 비누를 제작합니다. 암 치료 경험을 토대로, 향후 암 환자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제품군을 기획·개발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올해 4월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국립암센터와 고양시가 앞서 공동으로 지원해 설립한 암극복 사회적경제기업 ‘다시시작.’ 사진=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와 고양시가 앞서 공동으로 지원해 설립한 암극복 사회적경제기업 ‘다시시작.’ 사진=국립암센터

Q. 올해를 포함해 향후 사회적 가치 확대를 위한 국립암센터 차원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포부도 말씀해주세요.

▶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분들이 건강한 사회적경제주체로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게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를 구현할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사업들을 잘 정리하고, 12월에는 내년 사업을 고민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엽니다. 국립암센터 제2회 공공보건의료심포지엄 ‘지역사회 자원 연계를 통한 암 환자 돌봄 서비스 개발’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고양시와의 협력체계 강화, 암 환자 사회적경제연계 사회서비스 모델 및 연구, 암을 주제로 한 돌봄·케어 서비스 및 시제품 개발, 암 생존자 사회적경제기업 2, 3호 설립 지원, 암 환자에게 적합한 사회적경제 창업 모델 및 일자리 연구, 리본센터 복합 기능 내실화 및 고도화 등에 힘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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