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지역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네트워킹·협업 모델을 발굴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술로 발돋움하며 전국으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3대 축 중 하나로 혁신성장을 꼽았다.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0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자원과 연계한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 최종 우수사례로 선정된 사업은 11개(작년 3개, 올해 8개)다. 이 사업은 약 21개월간 진행된다. <이로운넷>은 우수사례 중 9곳을 찾아 기사로 소개한다.

 “내 가족의 문제가 결국 이웃과 지역의 문제더라구요”

㈜함께하는 다이웃(이하 다이웃) 강민영 대표는 (예비)사회적기업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이웃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용기를 활용해 도시락을 공급한다. 사진은 다이웃 매장 전경.
다이웃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용기를 활용해 도시락을 공급한다. 사진은 다이웃 매장 전경.

맞벌이였던 강 대표는 딸이 심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자 직장을 그만두고 딸아이를 위한 친환경 식단을 만들어 먹이고 아이를 돌보는데 전념했다. 다급하고 미안한 마음에 시작한 친환경 식단이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딸아이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지만 인공조미료 없이 3~4시간이 걸리는 음식 만들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의 건강이 좋아지면서 그는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이웃이 소재한 경남 거제시는 우수한 입지조건을 바탕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세계적 규모를 갖춘 조선 산업의 국가적 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역내 맞벌이 가구가 대다수를 차지해 학교급식의 방과 후나 방학 중 확대 운영 여론이 높았다. 강 대표가 아이들에게 도시락 공급을 하는 회사를 생각하게 된 계기다.

“삶이 무료하다”던 어머니 말씀

“친환경 재료로 만든 도시락을 공급하는 회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하던 중,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쉼 없이 허드렛일이라도 일감을 찾아 나가시는 걸 말렸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젠 좀 쉬시라고 말렸는데 어머니는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너무 무료하다’고 하셨죠.” 

아이들에게 공급할 건강한 재료의 도시락을 지역의 중장년 여성들이 만들어 공급한다는 다이웃의 모양새는 그렇게 갖춰지게 됐다. 강 대표는 2019년 4월 법인을 설립하고, 6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육성사업’ 과정을 거쳐 그해 8월에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다이웃은 아이들에게 공급할 건강한 재료의 도시락을 지역의 중장년 여성들이 만들어 공급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사진은 다이웃 매장 내부 모습.
다이웃은 아이들에게 공급할 건강한 재료의 도시락을 지역의 중장년 여성들이 만들어 공급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사진은 다이웃 매장 내부 모습.

도시락을 만드는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일회용 플라스틱용기

다량으로 공급되는 도시락은 성격상 일회용기 사용이 불가피하다.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음식인데, 이를 일회용 플라스틱에 담아 아이들에게 식사로 제공하는 게 걸렸어요. 게다가 많이 만들어 공급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진짜…”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강 대표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플라스틱 용기를 대신할 만한 친환경 소재의 도시락 용기 개발이 그것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상용화된 옥수수전분(PLA)등을 소재로 한 식품용기가 있었다. 이를 본 따 강 대표도 생분해 가능한 소재의 일회용 도시락 용기 개발에 나섰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도시락과 반찬. 사진은 다이웃 진열대 모습.
친환경 소재로 만든 도시락과 반찬. 사진은 다이웃 진열대 모습.

지역에서 무역 등을 통해 국내 공급망을 갖추고 있던 소셜벤처 리와인드와 곡물을 소재로 한 용기 개발로 10년의 업력에 순수 국내기술을 보유중인 지역의 중소기업 자연동화의 의기투합이 큰 힘이 됐다. 사업은 상상이나 구상의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궤도에서 속도를 내게 됐다.

강 대표는 두 회사와 손잡고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주관하는 사회적경제혁신성장사업에 지원·선정되면서 국비 등을 지원받아 본격적인 용기개발과 제품개발에 착수했다. 

자연에서 완전 분해되는 제품 개발로 석유계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자연환경 및 생태계 파괴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에 참여하는 도시락 제조관련 업체와의 연계를 통해서 사업의 전국 확산이 가능한 모델이라는 평가를 산자부로부터 받았다. 

특히 기존의 제품군이 내열성과 내수성에 약해 한식용기에 부적합한 것에 착안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달 중 소재에 대한 시험 검사를 받고, 성능검사는 12월에 마칠 예정이다. 시제품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다이웃은 로컬푸드를 통한 사회적경제모델 발굴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독거노인에 도시락을 후원하고 있다. 
다이웃은 로컬푸드를 통한 사회적경제모델 발굴지원사업을 통해 지역 독거노인에 도시락을 후원하고 있다. 

순항의 힘, ‘박자가 맞는다’
다이웃은 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썩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순항하고 있다. 

“창업 당시 하루 평균 30개 나가던 도시락이 현재는 하루 370개로 늘어났어요. 수요처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2020년 지자체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거제시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다이웃이 거제시와 ‘사회적 가치를 더한 우리 아이 건강 밥상’ 사업을 함께해 이룬 성과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경남도와 거제시는 이 사업을 확대해 내년부터는 도비와 시비로 전액 지원하는 도시락사업을 확정했다.

회사를 만든 지 1년 조금 넘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초보 사업가가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비결을 묻자 강 대표는 “박자가 맞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착실한 준비와 때를 놓치지 않은 사회적경제 부문의 새내기 사업가의 다부진 답이었다. 

 

◇ ㈜함께하는 다이웃 강민영 대표 인터뷰

함께하는 다이웃 강민영 대표가 친환경 소재로 만든 도시락 용기를 설명하고 있다. 
함께하는 다이웃 강민영 대표가 친환경 소재로 만든 도시락 용기를 설명하고 있다. 

Q.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 미래는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예요. 도시락 수요도 그만큼 늘거고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생각에서 반찬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는데, 먹을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다보니 용기사업까지 사업을 확대하게 됐네요. 1차적인 목표는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전국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에게 우리가 개발한 용기를 공급하는 것입니다. 

Q. 향후 계획은?

- 올 하반기부터 한려해상국립공원과 공동 캠페인으로 지역의 로컬푸드로 만든 야영장 식재료(밀키트)를 캠핑장 이용객들에게 예약 공급하기로 했어요. 이 밀키트에 사용되는 용기는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소재 용기로 포장용기는 전량 수거해 재사용함으로써 캠핑장의 쓰레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일석이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사회적경제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사회적기업을 생각하면 어렵죠. 사회적가치, 지역문제해결, 기업의 성공, 3마리 토끼를 잡으러 나서는 격이니까요. 하지만 이 세 가지 목표가 서로 다른 숙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지역의 먹거리 재료를 성실하게 사용해서 건강을 생각한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열심히 판다고 생각했고, 혹 걱정되는 문제가 있으면 넘어가지 않고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돈을 쫒으면 힘들지만 가치를 쫒으면 힘들지 않다’고 하던가요? 아니요, 그래도 힘듭니다. 하지만 마음먹은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쌓이는 힘이 있더라구요. 로컬푸드를 공급해주시는 어른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꾸준히 기부해온 지역 아동센터에서 진심을 받아주는 마음이 전해지고, 그런 변화가 모여서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만들어 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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