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칼럼]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결국은 돈 문제인가?

공정무역과 GM군산공장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연방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GM군산공장 폐쇄와 미 본토(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의 이전을 ‘미국 우선주의란 이런 것이다’의 사례로 들어 발표하였다. 그는 ‘트럼프이전의 미국인들은 이러한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아메리칸 퍼스트가 가져올 경제적,사회적 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강조하였다. 이러한 조치가 공정한가에 대한 논란은 트럼프와 그를 둘러싼 월가 출신 억만장자 참모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280자 트위터 총사령관으로 불리기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핵단추가 그의 책상위에 올려져 있다고 했다"면서 “나도 핵버튼을 갖고 있고 내것이 더 크고 더 강력하다”는 트윗을 날려 초등학생 수준의 힘자랑을 미군 통수권자로부터 듣고 있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생각 나는대로 내 뱉는 트윗 정치가 내 개인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계로 이어진 사건이 있었다. 지난 6일 17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만지진이 발생하기 이틀 전 동창들과 대만 여행을 다녀왔었다. 규모는 컸지만 당시의 사망자는 많지 않아 ‘다행히 (나는)비켜갔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지진 이틀 후 같이 여행한 그룹으로부터 3월에 모임을 갖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농담 삼아 ‘3월이 올지 안 올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날이 온다면 기꺼이 참석하겠다.’는 답신을 올렸다. 대만 여행 직후 발생한 지진을 염두에 둔 멘트였는데 댓글이 실로 놀라웠다. “소위 언론사 간부란 자가 전쟁위기 조장하는가?”

위기 조장자들
불과 일주일 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북미간 대치가 파멸적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마치 미세먼지 덩어리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었던 때 있을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다. 트럼프는 선제타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코피전략-bloody nose) 미군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집결시키고 있었고, 김정은은 대규모 열병식을 예고하여 ‘세계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을 사이에 두고 긴장의 수위가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올라갔던 때이다. 한미동맹의 균열에 대한 우려도 전쟁 위기 긴장감의 한 몫을 하였다. 1년 넘게 공석인 주한미대사 문제는 유례를 찿기 힘들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이다. 한국정부의 아그레망(임명동의)까지 받았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백악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선제타격전략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마했다는 것이 정설로 회자되었다. 빅터 차 교수는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데도 군사행동을 옵션에 두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백악관의 초강경 매파그룹에 꺽였다는 것이다.

전쟁을 시작하기 전 보였던 패턴들과 트럼프 지지율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구실로 감행한 2003년 이라크 전쟁과, 2011년 고분고분하지 않는 카다피를 제거하기 위한 리비아 군사개입, 99년 코소보 공습등은 모두 미국이 이 나라들의 독재자와 국민들의 인권문제를 군사개입의 이유로 삼아 무력을 사용한 전쟁이었다. 탈북자를 만나고,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대동하는 등 방한 기간 북한의 대북 압박에 주력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행보에 인권을 앞세운 전쟁의 그림자가 엿보였기에 “소위 언론사 간부란 자가 전쟁위기 조장하는가?”는 댓글이 달리게 된 것이다. 더욱 우려가 되는 변수는 트럼프의 지지율과 탄핵 가능성이다. 미치광이 전략으로 미화되기도 하는 트럼프행정부의 상식을 벗어난 온갖 정책들(환경보호 국제규약 탈퇴,차별적 이민정책,무역협정 파기 등등)이 그를 지지해준 하층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증거가 드러나는(깨닫는) 시점에 그가 대통령직를 유지할 방안이 무었이겠는가? 라는 우려이다. 코소보,이라크,리비아에서 보여준 미국 외교의 이중성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 이끄는 북한의 강경일변도 노선과, 지지율 반전을 꾀하는 트럼프의 위기탈출 전략이 어우러져 최악의 위기국면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려되는 ‘미치광이 전략’
이러한 상황에서도 북핵을 둘러싼 트럼프정치의 본질을 무역,특히 중국과의 힘겨루기로 보는 견해가 있다. 대북압박의 한 곁에 북핵 해결을 위해 공조해야 할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무역에서 중국의 양보(굴복)을 얻어내기 위한 제스처일 수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초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며 그 양상은 1980년대 미일 무역전쟁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며 "미국은 아직까지 경제규모나 산업 능력, 글로벌 야망 측면에서 중국과 같은 거대한 국가와 무역전쟁을 치른 경험이 없다. 무역전쟁을 치를 당시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었던 반면 중국은 현재 미국의 라이벌 국가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시진핑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차이나 드림(China Dream)’이 겨루는 국면이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두 국가뿐만 아니라 양국과의 무역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말로 대선에서의 열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당선 후에도 절제되지 않은 막말로 상대방을 거칠게 압박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고자 한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런 트럼프의 언행을 두고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라고 부르며, 트럼프 스스로도 통상교섭대표부에 ‘미치광이 전략’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치광이 전략이란 상대방에게 자신이 극단적으로 비이성적이어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감을 유발한 뒤에 이를 무기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내에서도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지금까지는 꽤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됐지만, 결국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기간적인 성과는 가능하지만 동맹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적국의 불필요한 도발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술책에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써야 하나? 치킨게임처럼 우리도 트럼프를 상대로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여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는가? 불가능 할 것이다. 트럼프가 지금까지의 위세와 갑질이 허풍이었다고 물러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 보다 상대가 짜 놓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회하는 전략이 그나마 나아 보인다.

 

글. 윤병훈 이로운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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