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주)인그래픽스가 ‘2020 환경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2020 환경일자리 으뜸기업’이란 환경분야의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일자리의 질을 개선한 우수기업에 환경부장관이 직접 수상하는 상이다.  

인그래픽스는 광고디자인을 통해 장애인 디자이너 육성, 장애인 인식개선 위한 캐릭터 및 교재교구 개발과 제품을 제작한다. 더 나아가 기후 및 환경 변화에 관심을 갖고 버려지는 폐자재를 활용한 제품개발도 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12월 설립해, 지난해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됐다. 또 같은 해 8월 광주광역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이후 한국인터넷진흥원 중소기업 정보보호 솔루션제품 풀(POOL) 기업, 광주디자인진흥원 인쇄소공인 경진대회, 한국인터넷진흥원 중소기업정보보호컨설팅 우수모범기업, 데이터바우처 지원사업 우수기업, 광주디자인진흥원 소공인 작업환경개선지원사업 등에 선정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인정 받았다. 

인그래픽스 임동화 대표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는 회사의 실력을 웅변해주듯 그동안 제작·판매하고 있는 교구 등 다양한 제품과 상패가 가득했다.

다음은 임대표와 일문일답.

인그래픽스 임동화 대표가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인그래픽스 임동화 대표가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Q. 주식회사 인그래픽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인그래픽스는 고객들의 상품성에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여주고 의미있고 색다른 기획과 대중들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을 합니다. 

원래 KIDP(한국디자인진흥원) 지정기업으로 옥외광고 자격증을 소지한 회사로 디자인, 출판, 인쇄(명함, 실사, 간판 등) 광고 및 디자인에 관한 업무를 진행해왔습니다.그러다 작년 우연한 기회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발이 됐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공부 하다보니 사회취약계층, 특히 장애인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현재는 장애인을 비롯하여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시작으로 직접 직원으로 고용해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그래픽스 사무실 벽는 그동안 성과를 보여주는 각종 인증서로 가득 차있다. 

Q. 2018년 설립 후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고 성과를 보였는데, 원동력이나 비결은 무엇인가요?

- 사업을 이렇게 일구고 성과를 만들어 낸 원동력은 바로 ‘사람’입니다. 단순히 디자인 전문회사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을 인그래픽스에 사회적가치의 숨결을 불어넣어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의 멘토들과 매니저 그리고 작년에 참여했던 다양한 교육들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손을 내밀면 언제든 기꺼이 잡아준 그 분들의 도움을 통해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가치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그래픽스 성장에눈 저와 매일 함께하는 직원들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인그래픽스가 만들어지고 고군분투하던 때, 특히 어려웠던 시기들을 함께 이겨낸 친구들입니다.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배려하며 일하는 직원들의 노력으로 이만큼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인그래픽스는 ‘2020 환경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Q. 전시된 로봇 캐릭터가 일반적인 것과 조금 달라 보입니다. 대표 캐릭터인 ‘G-BOT’ 에 대해 소개 해주세요.

- 네 맞습니다. G-BOT은 일반 로봇 캐릭터와 생김새도 다릅니다. 탄생하게 된 시작점도 조금 다릅니다. ‘Great Robot’의 줄임말인 G-BOT은 다섯 명의 인물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위인들을 모티브가 됐습니다. 이들을 만능로봇 이미지와 연계해 장애인에게 희망을 전달하고자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스티브는 시각장애인인 가수 ‘스티비원더’를, 루트비는 청각장애인인 작곡가 ‘루트비히 베토벤’, 호키는 지체장애인 과학자인 ‘스티브호킹’, 아이작은 정신장애를 가졌던 과학자 ‘아이작 뉴턴,’ 캐리는 언어장애인인 ‘헬렌 켈러’ 여사를 의미하는 캐릭터 입니다. 

각 캐릭터의 디자인 역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표현했습니다. 이와 함께 장애를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 노력하는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G-BOT은 인그래픽스의 소셜미션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 위인처럼 현재 우리사회에서도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스스로 자립하고, 일어설 수 있게끔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워 합니다. 작년부터 이러한 친구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교육을 통해 취업지원 및 자체적인 고용창출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 사회에서 장애인 고용이라고 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물론 비장애인보다는 가르치고 도움을 줘야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업무 특성상 앉아서 하는 업무가 가능하고, 온라인 활성화로 재택근무로도 가능한 업무들이 많아 장애인분들도 충분히 일할 수 있습니다.

인그래픽스가 장애를 이겨낸 위일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G-BOT.
인그래픽스가 장애를 이겨낸 위일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G-BOT.

Q. 주업인 디자인 외에도 다양한 DIY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DIY G-BOT 상품개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 오래 전부터 인쇄 및 디자인 산업에 종사하면서 버려지는 파지가 많이 배출되며, 고스란히 폐기되는 현실을 봐왔습니다. 이 많은 파지들을 그냥 버리기보단 활용할 방도를 찾다가 이것들을 재활용한 캐릭터(G-BOT)상품을 개발하고 제작하게 됐습니다. 파지 및 폐목재를 활용한 업싸이클링 제품을 개발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반영되어 얼마 전 환경부장관상 수상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Q. G-BOT 캐릭터의 첫인상이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뿐아니라 캐릭터에 담긴 교육적인 의미나 취지가 뛰어나 반응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희 G-BOT을 찾아주셔서, 현재 선물패키지세트까지 마했습니다. 특히 교육청과 학교에서 저희 제품의 취지와 의미를 듣고 저희 상품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지난번 전대사대부중에서는 학생들의 투어프로그램 일환으로 사회적경제에 교육과 함께 저희 G-BOT 목재정리함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교육청에서 내년도 학교 사회적경제 동아리프로그램으로 섭외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그래픽스는 파지와 폐목재를 활용해 G-BOT를 제작해, 환경부장관상도 받았다. 
인그래픽스는 파지와 폐목재를 활용해 G-BOT를 제작해, 환경부장관상도 받았다. 

Q. G-BOT 만들기 체험프로그램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 작년에 G-BOT 상품들을 제작하고 알리기 위해 여러 체험프로그램에 참가, 홍보했습니다. 저희가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조립을 할 수 있게끔 단순하게 만들다보니,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르신들도 재밌어 하시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만들러 오셔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뵜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다 큰 딸이 있눈 어르신이셨습니다. 이걸 만드시면서 따님에게 꼭 가져다줘야겠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보이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저희의 G-BOT을 좋아해주고, 한 편으로 용기를 얻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함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장애인 직업교육을 시작으로 직접적인 고용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회사의 근로환경과 복지를 위해 특별히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 저의 목표는 직원들이 자립을 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제가 회사를 차리기 전, 디자인 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곳의 환경은 열악하고, 급여도 밀리는 등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저희 직원들과 함께합니다.

저희 직원들은 장애를 가진 친구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분들도 있습니다. 이에 직원마다 5년 앞의 플랜을 같이 세워보고, 적금을 만들어 경제적 자립할 수 있게끔 가르치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월급은 물론 추가적으로 상을 받거나, 수입이 생기면 모든 직원이 공평하게 고생했으므로 나눠서 상여금이나 보너스로 여유있게 지급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고맙게도 직원들은 저를 챙겨준다며 이것저것 나눠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울타리가 되어주며 행복한 근로환경과 복지공동체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언젠가 저희 직원들이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고,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밑거름의 역할을 해주고 싶습니다. 

인그래픽스는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인그래픽스는 지난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Q. 쉽게 갈 수 없는 거친 길을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오셨는데, 앞으로 계획 및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저 혼자만의 노력과 힘은 아니었습니다. 저를 잘 따라주고 옆에서 도와주는 직원들과 사회적협동조합 살림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지금의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램 및 계획은 제가 받았던 도움들을 저와 직원들이 가진 재능들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모두가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방안으로 다시 나눠주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취재 후기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향기는 만리(萬里)를 간다라는 뜻입니다. 누군가 인향(人香)은 사람의 마음이고, 인품이고, 존경이고, 사랑이라고 해석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임동화 대표님의 내면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에서 위로를 받고 이 사회의 희망과 가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날 은은한 모과향을 떠올리는 인그래픽스 임동화 대표님의 향기가 넓고 멀리 그리고 오래도록 퍼져 나가기를 마음 속 깊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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