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국내 카페 개업은 67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517건)보다 개업 건수가 10.3% 떨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매장 내 식음 금지 조치 등으로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바뀐 세상에서 카페 업계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그중에서도 사회적경제를 생각하는 ‘소셜 카페’는 어떻게 해야할까?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위쿡 사직지점에서 열린 '소셜까페 포럼'에서는 지역, 환경, 사회를 생각하는 카페 관계자들이 모여 코로나19 이후 카페 생태계의 변화를 토론했다. 이번 포럼은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 방앗간컴퍼니(소녀방앗간), 서울소셜스탠다드 등이 주최했으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후원했다.

코로나19에도 식지 않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

주식회사 하스카 시장조사TF 총괄 홍유정 디렉터.
주식회사 하스카 시장조사TF 총괄 홍유정 디렉터.

주식회사 하스카 시장조사TF 총괄 홍유정 디렉터는 카페업의 거시적 환경을 다뤘다. 2018년 기준 커피 전문점은 전국 7만개 수준인데, 이 중 40%는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밀집 지역, 관광지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 커피전문점 창업이 폐업보다 많지만, 최근 들어 창업률은 하락하고 폐업률은 상승했다. 커피전문점 창업률은 2014년 26.9%로 고점을 기록한 후 2018년 22%로 하락했다. 폐업률은 11%에서 14.1%로 상승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 조사 결과도 언급했다. 현재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1만5천개. 매장 수 자체는 해마다 증가하나, 브랜드 수는 2018년부터 감소 중이다. 신규 개점은 2015년 3,227개를 기록한 후 정체 중인데, 폐점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1,705개가 폐점했다. 작년 말 기준 신규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브랜드는 이디야 커피(298개)다.

홍 디렉터는 코로나19가 커피 업계에 미친 영향도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커피 시장에서 원재료 가격 자체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생산국들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항만 폐쇄 등으로 운송이 어려워지고, 이를 틈 타 대량 구매하는 사재기 현상 탓이다. 그런데도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한국 커피 소비량은 몇 년째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의 2배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커피 수입량은 9만355톤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5.37% 증가했다. 카페는 가지 않아도, 달고나 커피 등 ‘홈카페’ 시장 성장으로 커피 시장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

제로웨이스트, 미닝아웃 등 ‘가치’ 브랜딩 유망

홍 디렉터는 비대면 시대에도 소셜 카페들이 규모화하려면 USP(Unique Selling Point, 상품 고유의 강점)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름다운커피를 예로 들며 “공정무역 커피의 원조로 투명성과 상생에 대한 강점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카페 업계 최신 트렌드가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미닝아웃(Meaning out),’ ‘생산과정의 투명성(Openness)’ 등 건강한 커피 생산과 지속가능한 생산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텀블러를 가져오면 커피값을 할인해주거나 다회용 빨대를 쓰는 행위 등이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노력에 포함된다. 미닝아웃이란 ‘신념’과 ‘커밍아웃’의 합성어로,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카페 소스페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캠페인으로, 커피를 살 때 자신의 커피값과 한 잔의 값을 추가로 지불하면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운동이다. 국내에서는 공원커피가 이탈리아커피한국협회와 진행했다. 네스카페는 윤리적으로 재배된 원두만을 사용하는 ‘네스카페 플랜’을 시행하고 있다. 커피 농가는 작물 품질 개선과 소득 증대를, 네스카페는 안정적인 고품질 원두 확보를 달성한다.

홍 디렉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략을 위해 ‘뉴노멀(New Normal)’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4차 산업의 영향, 코로나19의 확산 여부, 경기 상황, 인구 변화, 새로운 법 규정 등이 포스트 코로나의 변인”이라며 “특히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한 2020년 이후에는 온라인 판매는 필수적인 요소로 두고 창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독 경제, B2B 고객 저격, 고객 최적화 제품 개발, 홈카페용 제품 준비 등도 언급했다.

권성진 그로우빈스 대표.
권성진 그로우빈스 대표.

이날 권성진 그로우빈스 대표는 지금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며, 장기적으로는 전문성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대표는 13년간 인스턴트 커피산업에 종사하다가 2009년부터 커피 마케팅, 커피 감별사, 공정무역활동가, 커피농장 운영총괄 등 다양한 커피 활동을 전개했다. 현재는 커피 강사로 활동 중이다.

권 대표는 고객의 ‘감성’을 건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 시대라도 서비스의 질은 보인다”며 “배달된 음료라도, 용량보다 우유가 적게 들어가는 등 품질이 미달이라면 고객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주문자의 댓글에 답인사를 달면, 주문자는 오프라인 서비스로 인식해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고도 설명했다.

"소셜 카페, '친환경'으로 연대해보자"

30일 종로구 위쿡 사직지점에서 열린 소셜까페 포럼 현장. 참석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소셜 카페들이 취해야 할 규모화 전략을 논했다.
30일 종로구 위쿡 사직지점에서 열린 소셜까페 포럼 현장. 참석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소셜 카페들이 취해야 할 규모화 전략을 논했다.

이날 현장에는 강윤정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네트워크지원팀장이 참석해 소셜 카페들의 규모화를 응원했다. 그는 그 첫발로 ‘친환경’을 주제로 한 연대를 제안했다. 그는 “스스로 소셜 카페라고 정체성을 확립한 곳들이 플라스틱을 제한하거나, 빨대를 종이로 바꾸는 등 친환경을 주제로 뭉쳐본다면 규모화를 위한 한 발 떼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시에서 친환경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들도 연대를 강조했다. 공정무역 카페 ‘스페이스 이웃’을 4개월째 운영한다고 밝힌 참석자는 “카페의 연대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친환경 컵·뚜껑과 빨대를 사용해도 카페가 운영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이웃은 지역 아이들이 그린 멸종 위기 동물 그림도 전시해둔 갤러리 카페다. 광명시에서 넷-제로 에너지카페 ‘까치까페’를 운영 중인 최희원 대표도 “환경을 내가 사는 마을의 문제점이라고 여기고 주변에서부터 연대를 시작해 더 큰 지역까지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넷-제로’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자는 세계적인 에너지 캠페인이다. 광명시는 올해 생활 속 에너지 감축 운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카페들을 선정했다.

주최 측 아름다운커피의 한수정 사무처장은 “큰 기업들은 발 빠르게 기후 변화, 공정무역 등 이슈에 올라탔다”며 “이전부터 가치를 추구하고 고민했던 소셜 카페들이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야 하고, 이를 규모화로 이루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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