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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강진아 이사장, 전연희 이사. 사진=서은수 청년기자 제공
(왼쪽부터)강진아 이사장, 전연희 이사. 사진=서은수 청년기자 제공

공공기관 접수창구부터 각종 기념식 행사까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면 어디나 아크릴 가림막이 생겼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눠야 하는 상담소는 어떨까.

해든마음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해든)이 운영하는 서울시 강북구와 경기도 남양주시의 상담소 역시 가림막을 하고 대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강진아 이사장은 “아이 콘택트와 비언어적 행동 관찰이 중요한 상담에서 비대면은 차선”이라며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상담이라도 이어지기 위해 비대면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해든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하던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세 달 동안 코로나19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전화상담’을 진행했다.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한 상담자 조합원 10명이 자원해 오전, 오후 조로 당직을 서며 주민들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상담 상담사로 나섰던 전연희 이사는 “주민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어 억울한 마음이 쌓이는 것”이라며 “상담사들이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하면서 갑갑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해든2.0’ 준비하게 돼

해든에서 운영 중인 마음돌봄카페. 사진=해든 제공
해든에서 운영 중인 마음돌봄카페. 사진=해든 제공

해든은 지난 2014년 ‘문턱 낮은 상담’을 지향하는 전문 상담사들이 모여 설립했다. 상담이 가능한 조합원 34명이 시작해 현재는 40명까지 늘어났다. 문턱 낮은 상담이란 심리적인 문제를 겪으면서도 경제적, 사회적 여건 때문에 상담을 접하기 어려운 주민들에게도 열려있는 상담소 운영을 말한다.

상담소 본점이 강북구에 자리를 잡은 이유도 경제·사회적 여건이 취약하다는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이후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상담을 제공하고 싶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2017년 남양주 별내에도 센터를 열었다.

“지역사회 현장에서 활동하다보면 본인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기적으로 상담소를 찾고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할 여유가 없으면 상담을 접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면 ‘아 그냥 나는 원래 성격이 나쁜가보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해든의 목표는 이런 주민들을 찾아가 저렴한 상담비용으로 상담 치료의 문턱을 낮추는 것입니다.” (강진아 이사장)

2017년 강북구 주민센터와 협력한 저장강박증(물건을 버리지 못해 집에 쌓아두는 증상) 주민상담은 해든의 대표 사업이다. 이후에도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과 엄마들을 위한 심리 상담 ‘心터’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인수동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해 마을에서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마을 경청가’를 양성하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많아지면서 기존 조합원들의 부담도 커졌다. 활발히 활동하는 소수의 조합원들이 여러 사업뿐 아니라 실무까지 부담하게 되면서 이들의 에너지 소진이 누적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운영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대면상담이 막히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강 이사장은 “코로나19가 계기가 된 건 맞지만, 7년차를 맞이한 해든이 한 번은 했어야 할 고민”이라고 말했다.

해든은 올해 6월부터 이사진들이 여러 차례 모이고 화상회의를 하면서 조직개편과 상담 플랫폼 다양화 등을 의논하고 있다. 강 이사장은 “지금까지가 해든1.0이라면 하반기에 조직정비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해든2.0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음 돌봄’도 꼭 필요한 복지

해든마음돌봄사회적협동조합 정기총회. 사진=해든 제공

새로워질 해든에서도 ‘취약계층에게 열린 상담을 지향’하는 것은 핵심 가치다. 강 이사와 전 이사는 수치나 지표 상 나타나는 물리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뿐 아니라 그 너머에 가려진 마음의 상처를 돌보는 복지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가사지원이든 주거복지 개선이든 복지 정책에서 심리 상담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음은 지표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지만, 취약계층은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마음이 다치는 경우가 많아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가 경제 지표에는 굉장히 예민한데, 그에 반해 그 지표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지에는 관심이 부족해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마찬가지예요. 실업률 지표에는 담겨 있지 않은, 실업으로 상실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 개개인의 마음돌봄에도 관심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강진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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