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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 빚의 수렁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인간이 만든 금융 시스템 안에서 범죄, 자살, 이혼 등으로 가정이 무너지는 걸 숱하게 봐왔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 김희철 희망만드는사람들 대표

김희철 희망만드는사람들(이하 희만사) 대표는 대구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은행에서 부자들의 돈을 관리하는 PB(Private Banking) 시대를 연 1세대 금융전문가이기도 하다. 대학에서는 ‘부자학’ 강의도 했다. 그랬던 그가 2009년부터 서민들을 위한 금융전문가로 변신했다. 

 

금리 갈아타기는 특효약이 아냐

김희철 희망만드는사람들 대표. 그는 "금융전문가의 90%가 부유한 10%를 위해 일하고 있다" 면서 "우리는 소외된 90%를 위해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고 설명했다. / 사진= 백선기
김희철 희망만드는사람들 대표. 그는 "금융전문가의 90%가 부유한 10%를 위해 일하고 있다" 면서 "우리는 소외된 90%를 위해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고 설명했다. / 사진= 백선기

“서민들이 가난한 건 상대적으로 정보가 모자랐거나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사회복지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사람 잘못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그런 의사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배경도 있다는 시각에 눈을 떴습니다. 그래서 서민 금융을 파고들기 시작했죠.”

그는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가 공급자적 시각에서 대출을 편하게 해주거나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면 빚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는 안이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많은 지원 제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 돈으로 병이 더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 회생이나 파산 혹은 신용회복위원회를 거친 사람들의 30~40%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

김 대표는 “서민금융이란 힘든 사람들에게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게 본질”이라면서 “돈은 자활을 위한 수단으로 정확한 진단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재무상담·심리상담은 필수

재무심리 상담사가 내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상담을 통해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밀착 관리를 한다.
재무심리 상담사가 내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상담을 통해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밀착 관리를 한다.

희만사는 재무와 심리 상담을 통해 개인과 가정이 빚의 짓눌림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사회 공헌기업이다.

“우리는 빚 문제를 질병이나 산업재해라는 시각에서 출발합니다. 아프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병을 이겨내듯이 재무 상담사가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개인별 맞춤 해법을 제시합니다.”

희만사는 얼마 전 연리로 환산하면 3000%에 이르는 불법 사금융에 걸려들어 고민에 빠진 한 청년의 빚 문제를 해결해 줬다.

“금융지식이 없다 보니 원금은 이미 다 갚은 상태인데 수천%에 이르는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었어요. 우리는 지능 경제 수사대로 가서 그 청년이 업자들한테 이체한 내역을 보여줬어요. 불법 사금융이라 형사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줬습니다.”

김 대표는 “청년 부채의 또 다른 대표 유형 중 하나가 부모로부터 빚을 물려받은 경우”라면서 “빚 상환을 중단시키고 부모 상담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은 다시 자신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희만사의 부채 해결 순서는 먼저 빚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가용 자원을 파악한다. 재산뿐 아니라 가족관계, 멘토 등도 다 자원에 속한다. 만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라면 신용회복위원회로 가야 할지 아니면 회생이나 파산으로 가야 할지 진단을 내린다. 

김 대표는 " 무료로 진행되는 기초상담만으로도 해결 방법이 제시되는 경우가 있다" 면서 " 혼자서 끙끙 앓지말고 전화 상담을 받아보라" 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 무료로 진행되는 기초상담만으로도 해결 방법이 제시되는 경우가 있다" 면서 " 혼자서 끙끙 앓지말고 전화 상담을 받아보라" 고 조언했다.

상담은 무료와 유료 상담으로 나뉜다. 30분 내외의 전화 상담인 기본 상담은 무료다. 유료상담은 진단 및 처방 상담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분석해 최적의 맞춤형 솔루션과 보고서를 제공한다. 대면 상담과 유선 상담으로 진행되며 상담료는 20만 원이다. 

상담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90% 이상이 ‘좋았다’라는 반응이다. “괴로웠는데 이제 속이 시원해졌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다”, “죄인이 아니라는 말이 좋았다”라는 반응들이다. 

 

부채 정리에서 저축까지.. 가정경제주치의 역할

희만사는 2014년부터 논골신용협동조합과 사회연대은행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공동체와 금융 소외계층들을 대상으로 재무 건전화 상담을 진행했다. 2016년에는 경기도 사회성과연계채권(SIB) ‘해봄프로젝트’ 협력기관으로 선정돼 탈 수급자 가정의 부채상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열매나눔재단과는 협약을 통해 한 부모 여성 가장의 부채상담과 금융 교육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얻은 수익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한다. 김 대표는 "기업의 이윤보다는 사람을 살리고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전했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얻은 수익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한다. 김 대표는 "기업의 이윤보다는 사람을 살리고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전했다.

“한 부모 여성 가장의 경우 소득이 낮은 데다 금융 지식이 없어 교육을 병행합니다. 대신 생활력이 강해 상담을 받으면서 열매나눔재단의 도움을 받아 창업을 한 경우도 있어요.”

희만사는 요즘 코로나19로 위험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이 많아지면서 월 평균 250~300여 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들은 소득이 주는 만큼 지출 규모를 갑자기 줄이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대출을 끼고 사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많아요. 상환 능력이 없다 보니 사업을 포기하는냐 아니면 대출을 늘려서라도 버티느냐 고민이 깊어갑니다. 여기에 비대면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이슈까지 맞물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입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들의 재무 상담도 맡고 있다.

“돈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완전 폐인 수준으로 생각하는 데 그게 아닙니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도 투자를 잘못해 쪼들리는 사람도 의외로 많습니다. 돈 문제로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요.”

희만사의 특징은 정부 지원 제도와 채무조정 제도, 불법추심 대응 같은 재무 관련 정보 제공은 기본이고 여기에 컨설팅과 코칭이 더해진다. 빚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저축이 가능한 상태로까지 체질을 개선해 주는 가정경제주치의 역할을 한다.

 

노력 없이 빚 해방은 불가능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연대은행, 한국사회투자 등이 진행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연대은행, 한국사회투자 등이 진행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젝트 수행기관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김 대표는 “웬만해선 해결 못할 부채는 없지만 성공의 열쇠는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채를 해결하고 건강한 가정 경제를 이루는 것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씀씀이를 줄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수입니다. 문제는 잘나가다가 좀 살만해지면 소식을 끊거나 다시 방탕한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입니다. 우리는 고객들의 변화를 믿고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지 사회복지단체가 아닙니다. 절약하지 않고 지원책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부채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신념입니다.”

 

사회복지사도 금융 교육 필요

희만사는 2014년 미국에서 ‘B Cooperation(사회공헌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금융 분야로서는 아시아권에서 최초다. 국내에서는  SK 사회성과 인센티브 기업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희만사가 품고 있는 가장 가시적인 사회적 가치는 자살 예방과 가족 관계 복원을 꼽았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부채관리 재무상담을 하나의 사회서비스 개념으로 규정짓는다. 이같은 철학은 미국에서 사회공헌기업인증을 받고 국내에선  SK사회성과인센티브 기업으로 선정돼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 사진= 백선기
희망만드는사람들은 부채관리 재무상담을 하나의 사회서비스 개념으로 규정짓는다. 이같은 철학은 미국에서 사회공헌기업인증을 받고 국내에선  SK사회성과인센티브 기업으로 선정돼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 사진= 백선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간 분쟁도 ’돈‘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요. 실제로 저희 상담사들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상담을 진행한 경우도 있어요. 이들에겐 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재발방지 효과가 있습니다. 때론 전화 한 통화 만으로도 훌훌 털고 일어난 적도 많아요.”

사회복지사 석사과정을 밟은 김 대표는 복지 현장에서 재무 상담 능력을 갖춘 사회복지사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활센터에서는 기초수급자들의 탈 수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빚이 많은 자활근로자들은 수급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탈수급을 하고 나면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되니까요. 이런 경우 빚 문제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하지만 복지 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금융을 잘 몰라 해결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재무상담 능력을 갖춘 사회복지사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가의 지원이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사진제공=희망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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