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음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
'규칙 없음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

웬만한 회사에는 있지만, 넷플릭스에는 없는 규정과 절차만 10가지가 넘는다.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시간이 없고, 휴가와 경비에 관한 규정, 결재 승인 절차도 없다. 말단 직원도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통해 수십억짜리 계약서에 직접 서명한다. ‘규칙 없는 것이 곧 규칙’인 셈이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첫 번째 책 ‘규칙 없음’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을 ‘자유와 책임 문화’라고 꼽는다. 헤이스팅스는 이번 저서에서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 교수 에린 마이어와의 대담을 통해 넷플릭스의 경영 방식과 기업문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1997년 설립 당시, 넷플릭스는 우편으로 DVD를 대여해 주는 회사로 출발했다. 2020년 현재는 한국을 포함해 190여 개국 시청자들에게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며 연간 수익 수조 원을 창출해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DVD 대여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하고, 2013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으로 콘텐츠 제작에도 나서며 시대에 흐름에 발맞춰 혁신을 거듭했다.

헤이스팅스는 자신이 처음 설립했던 회사 ‘퓨어 소프트웨어’의 실패를 교훈 삼아, 넷플릭스를 완전히 다르게 운영하기로 결심한다. 인재들의 날개를 감고 있던 관료주의적 통제와 절차를 전부 없애기로 한 것이다. 남다른 창의성을 가진 인재로 회사를 꾸리고도 규칙으로 억압하는 일은 “하늘로 솟구쳐 오르려는 독수리를 새장에 가두는 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가 규정’이 없는 것에 대해 헤이스팅스 역시 “직원에게 휴가를 원하는 대로 가라고 하면 하늘이 무너질 줄 알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직원들은 이미 양심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며, 누군가가 제도를 역이용하거나 주어진 자유를 남용하기라도 하면 주변 사람이 이를 지적해 상황을 바로 잡았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규정이나 절차가 없으면 ‘회사가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로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도록 한다. “통제와 규정은 무능력한 직원에게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넷플릭스는 전 세계 스타 플레이어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되어 최고의 인재들을 저절로 끌어당기고 있다.

현재 일하는 회사에서 혁신과 도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볼 만하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이라는 부제에 맞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지난 30년간 산업 시대를 이끌어온 ‘규정과 절차(Rules and Process, R&P)’를 따를지, 새로운 시대의 질서인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 F&R)’을 따를지.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규칙 없음=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468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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