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동물권단체 ‘케어’가 4년간 약 250마리의 동물을 안락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대외적으로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혀온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다. 최근에는 보성군의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을 생매장하는 방식으로 불법으로 안락사를 시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동물 안락사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불가피한 안락사는 인정해야한다는 측과 어떤 경우에도 안락사는 허용될 수 없다는 측이 맞선다. 

후자의 의견이 수용되려면 현실 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를 직접 증명하겠다고 나선 곳이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파뮬러스다. 파뮬러스는 크라우드펀딩, 온라인 스토어 운영, 캠페인 등을 통해 사설 유기견보호소를 지원하고, '유기견보육원'을 만든다. 

사설 유기견보호소 지원 한계 분명

박찬우 파뮬러스 대표는 2017년 6월 파뮬러스의 전신인 ‘클로렌즈’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사설 유기견보호소를 지원해 왔다. 사설 유기견보호소는 국가에서 운영·위탁운영 하는 유기견보호소와 달리 안락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뮬러스는 최근까지 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대부분을 사설 유기견보호소에 기부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 했다. 

"지원을 해줘도, 기존 운영 방식에 변화가 없었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무조건적인 지원을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여기에만 의존하려는 곳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박찬우 파뮬러스 대표는 동물권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토끼 실험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박찬우 파뮬러스 대표는 동물권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토끼 실험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사설 유기견보호소는 국가에서 운영 혹은 위탁 하는 유기견보호소와 달리 유기견 한 마리당 필요한 평수, 사료의 양, 후원금 사용처, 수용 가능한 유기견 수, 중성화 여부 등을 정해놓은 체계가 없다. 운영자의 임의에 따라 운영된다. 결정적으로 안락사 등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해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지원은 없고, 유기견 수는 끝없이 늘어나니 지원금이 들어와도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전체적인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박 대표는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는 가치에 동의해 상황이 열악한 사설 유기견보호소를 지원했지만 결국 한계를 느꼈다.

유기견보육원은 다를까?

파뮬러스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유기견보육원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설 유기견보호소와 연관된 프로젝트보다 기업과의 캠페인 진행, 자사 제품 판매 등에 주력해 수익을 창출할 방침이다. 수익은 유기견보육원을 만드는 데 투자한다. 기부 비율도 줄인다. 기존에는 수익의  80% 수준을 기부했지지만, 앞으로는 10~15% 정도만 기부한다. 

유기견보육원은 운영방식부터, 수익구조, 지향하는 가치 등이 유기견보호소와는 차이가 있다. 박 대표는 “유기견보육원은 애견카페와 비슷한 형식이 될 것”이라며 “반려견과 함께 이곳을 찾을 수 있고, 마당 등에서는 유기견과 함께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하는 등 일반 시민이 유기견과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기견보육원마다 약 40~50마리 정도를 수용하고, 유기견은 파뮬러스와 함께 했던 사설 유기견보호소에서 데려온다. 운영을 하면서는 유기견을 순환 배치한다. 이를 위해 나이,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야하는 유기견을 선발하는 과정을 거친다. 강원도의 양 목장에서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관리가 필요한 양을 데려와 임시 보호하는 홍대에 위치한 유명 ‘양 카페’ 방식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더불어 반려견 유치원 서비스, 굿즈, 음료 판매 등을 통해 자체 수익을 만든다. 기존 사설 유기견보호소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해결 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할 경우 중성화 등을 진행하고, 유기견도 사정에 맞게 제한한다. 이를 통해 운영 자금 마련과 체계적 운영이 가능해진다.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파뮬러스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파뮬러스

새로운 유기견 입양 문화 만든다

유기견보육원은 유기견을 수용하는 곳 이상의 의미도 갖는다. 유기견 입양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일반 시민이 유기견을 접하는 기회를 늘려 유기견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입양을 유도하고, 기존에 관계를 맺었던 유기견보호소의 유기견 초과 수용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유기견 입양 문화도 선진화한다. 파뮬러스는 현재도 입양을 주선하고 있는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준을 유기견보육원에도 적용한다. 파양률을 낮추고 건강한 유기견 입양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유기견 입양은 소득수준과, 집의 형태, 동거인의 동의 여부 등을 파악하고, 계약서 작성, 책임 입양비 납부, 일정 횟수 이상의 봉사를 거쳐야 가능하다”며 “소형·대형 여부를 제외하고는 입양 대상을 선택할 수 없게 한다. 유기견을 미리 확인하고 입양하는 경우 오히려 파양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파뮬러스가 꿈꾸는 대로 유기견보육원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규모가 크지 않아 당장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파뮬러스의 도전이 무모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박 대표가 유기견보육원을 준비하는 이유는 사설 유기견보호소에 새로운 사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기존 보호소를 도우면서 새로운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 우리의 모델이 성공한다면, 이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가져가도 좋겠다”

파뮬러스 이큅먼트의 앞치마를 착용한 모습./사진=파뮬러스
파뮬러스 이큅먼트의 앞치마를 착용한 모습./사진=파뮬러스

가능성 낮은 도전? 가치가 있다면 물러서지 않는다

파뮬러스는 자체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전문용품 브랜드 ‘파뮬러스 이큅먼트’다. 앞치마, 시계, 장갑, 가방 등의 제품을 자원봉사에 알맞게 제작했다. 자원봉사 시 신발이 쉽게 더러워진다는 사실에 착안해 가방에는 신발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 사용자의 입장을 배려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제품은 10월 30일 시작되는 크라우드펀딩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다.

파뮬러스 이큅먼트와 유기견보육원 등 파뮬러스의 도전을 보며 일부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기견보육원은 기존에 없던 형태라 법, 운영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 전용 제품이 굳이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다.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시도인 만큼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편견에 부딪히기도 한다. 

박 대표는 답한다.

“사람들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런 일을 시도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일의 가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도전이 실패할 것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단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이 있었을 뿐이다. 성공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