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이 J에게를 부르다니”…선입견을 버리고 대중음악으로 읽는 북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하루 앞선 8일,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북한 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단장 현송월, 이하 삼지연)의 공연이 강릉을 뜨겁게 달궜다. 삼지연 예술단원이 수준급의 관현악 연주에 맞춰 세련된 몸짓과 함께 들려준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핵이나 전쟁을 잊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릴 예정인 삼지연의 공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된 상태다. 이번 북한 예술단의 남한 방문은 지난 2002년 서울 공연 이후 16년 만이고, 김정은 체제에서 만들어진 예술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공연에서 이선희의 ‘J에게’를 부르는 삼지연과 그들의 전자음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북한의 변화다. 사실 북한 예술단의 변화는 예고된 바다. 지난 2012년 만들어진 ‘모란봉악단’이 창단 시범공연에서 ‘마이웨이’나 ‘록키’ 주제가를 부른 것이야말로 미국 노래는 물론 월드 팝을 연주할 수 있다는 선언을 공식적으로 한 거나 마찬가지여서다. 이는 정치체제 유지에 이용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대중문화 장려, 소비 방식의 변화를 예고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변하지 않은 건 우리의 시각일 수 있다. 여전히 북한은 장군님 찬양가만 부르고, 행진곡만 부르는 사회일 거라는 통념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 통념을 깨버리는 대신 북한의 대중음악 이해를 통해 북한사회를 해석하자는 책이 나왔다. ‘NK POP - 북한의 전자음악과 대중음악’(전영선·한승호, 글누림)은 북한 대중음악에 대한 가이드 북이다. 김정은 시대 아이콘으로 부상한 모란봉악단의 의미와 활동상, 멤버 소개에 이어 북한에서 전자음악이 탄생하게 된 정치 사회적 배경, 북한식 전자음악의 특성 그리고 198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보천보전자음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 평창 올림픽으로 주목받게 된 삼지연관현악단과 전신인 삼지연악단고 차이, 은하수관현악단에 대한 해설과 분석을 담았다.

저자들은 북한 협력 관련 실무경험은 물론 이론을 갖췄다. 이들은 음악이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감성의 소통을 열어가는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이기에 남북 관계에서 소통의 징검다리 역할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이질감이 커진 상황에서 그저 민족문화만을 강조할 게 아닌 새로운 지점에서 소통하고 공통분모를 만들자는 제언이기도 하다. 책의 큰 장점은 북한 음악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풍부한 자료를 참고해 전문가의 의견을 잘 녹였다.

▶ NK POP - 북한의 전자음악과 대중음악 = 전영선·한승호 지음. 글누림. 9천원

글. 이화형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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