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은 많은 이들을 생계의 위기로 내몰고, 혐오와 차별, 불평등의 민낯을 확인하게 했다. 유례없는 위기에 대응한 극복 방안으로 ‘연대’와 ‘협력’이 계속 언급되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연대와 협력의 힘이 어떻게 발휘됐는지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6일 오후 2시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개최된 ‘2020 강한시민사회 4차 포럼’은 ‘코로나19 이후 비영리 생태계의 변화 시나리오 : 지금 다시, 연대와 협력’을 주제로 마련됐다. 서울시NPO지원센터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사회에 대한 담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비영리 생태계의 변화는 어떠할지 변화 시나리오를 그려보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 

16일 온라인에서 열린 ‘2020 강한시민사회 4차 포럼’에서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가 ‘지금 다시, 연대와 협력’을 주제로 기조 강연했다./사진제공=서울시NPO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16일 온라인에서 열린 ‘2020 강한시민사회 4차 포럼’에서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가 ‘지금 다시, 연대와 협력’을 주제로 기조 강연했다./사진제공=서울시NPO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먼저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가 ‘지금 다시, 연대와 협력’을 주제로 기조 강연했다. 최근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자주 쓰일 정도로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증가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우울증 진단자가 많아졌고, 20~30대 고의적 자해 발생도 늘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우리 사회 어려운 점이 많았으나, 코로나를 계기로 여러 측면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관계 맺기’가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관계 맺기를 어려워한다. 성장 과정에서 사회적 지능이 발달하지 못했거나 사람에게 받은 트라우마로 괴로워하고, 새로운 만남을 위한 에너지가 고갈된 ‘번아웃’ 상태에 시달리는 탓이다.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비롯된 열등의식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주눅이 들고, 사람들과 연결될 기회나 공간 자체가 부족한 이유도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로 비대면 시대가 가속화한 현 시점, 낯선 사람들끼리의 ‘느슨한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연·혈연·지연 등으로 이어진 단단한 관계가 아닌, 서로 잘 모르지만 뜻을 함께하는 사람과 신뢰를 기반으로 펑퍼짐하게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소금 서울 성북청년시민회 활동가가 ‘갑자기 통장에 떡볶이가 입금됐다’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후원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의 떡볶이 맛집을 댓글로 알려주는 등 쌍방향 소통을 진행하며 모금에 참여했다./사진제공=서울시NPO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소금 서울 성북청년시민회 활동가가 ‘갑자기 통장에 떡볶이가 입금됐다’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후원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의 떡볶이 맛집을 댓글로 알려주는 등 쌍방향 소통을 진행하며 모금에 참여했다./사진제공=서울시NPO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진 발표에서 김 교수가 말한 ‘느슨한 관계’를 통해 실제 서울 성북구, 전북 전주시, 충남 아산시 등 지역에서 연대와 협력을 실천한 사례들이 공유됐다. 

먼저 박동염(소금) 서울 성북청년시민회 활동가가 지난 4월 ‘갑자기 통장에 떡볶이가 입금됐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 과정을 발표했다. 소금 활동가는 올해 초 프리랜서 친구에게 “요즘 월세를 못 내 보증금이 깎이고 있다”는 토로를 듣고, 청년활동가를 위한 후원금 플랫폼을 개설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아무리 어려운 시대에도 떡볶이를 먹는 소박한 행복 정도는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4월 12~26일 2주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총 756만원이 모였고, 청년활동가 151명에게 조건 없이 5만원씩 지원했다. 지원금을 받을 신청자를 제한하는 조건이 없었는데, 청년들이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응원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소금 활동가는 “선배 세대의 상호부조가 우리 세대의 서로돌봄이 되면서 연결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꼭 아는 사람들끼리 후원이 아니었지만,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박정석 전주시자원봉사센터장이 ‘재난이 있을 때마다 달려가는’을 주제로 전주시의 코로나19 모범 연대 사례를 소개했다./사진제공=서울시NPO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박정석 전주시자원봉사센터장이 ‘재난이 있을 때마다 달려가는’을 주제로 전주시의 코로나19 모범 연대 사례를 소개했다./사진제공=서울시NPO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둘째로 박정석 전주시자원봉사센터장이 ‘재난이 있을 때마다 달려가는’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주시는 기존에 한옥마을, 비빔밥 등으로 유명했지만, 코로나 이후 전국 최초로 착한 임대·소비 운동과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고,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한 지역으로 더 유명해졌다. 

전주시자원봉사센터는 코로나로 공공 급식이 중단되자 지역 농가의 농산물을 꾸러미로 만들었고, 열무김치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박 센터장은 “앞서 IMF 금융위기나 젠트리피케이션 등 문제를 겪으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위기에 대응해온 경험이 코로나19라는 위기에 협력으로 발휘됐다”고 설명했다.

윤영숙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 ‘We are Asan, 우한 교민 환영합니다’을 주제로, 코로나라는 위시 상황 속에 시민사회에서 어떻게 협력해 극복했는지 소개했다./사진제공=서울시NPO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영숙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 ‘We are Asan, 우한 교민 환영합니다’을 주제로, 코로나라는 위시 상황 속에 시민사회에서 어떻게 협력해 극복했는지 소개했다./사진제공=서울시NPO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셋째로 윤영숙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 ‘We are Asan, 우한 교민 환영합니다’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2월 우한 교민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임시 생활을 하기로 결정되면서 지역사회 내 갈등이 폭발했다. 일부 지역주민은 농기계를 끌고 나와 격렬하게 반대했기도 했지만, 시민사회에서 주민들의 감염 공포에 공감하며 발행한 성명서를 계기로 여론이 크게 뒤바뀌었다.

이후 주민들은 SNS 해시태그 운동, 현수막 등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우한 교민 350명은 14일간 아산과 진천에 머물다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윤 집행위원장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코로나를 계기로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 공동체임을 깨달은 위기 극복의 경험이었다”며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마무리 지었다.

한편, 지난 2016년 시작된 ‘강한시민사회 포럼’은 시민사회 발전 및 활성화를 위한 담론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올해는 코로나19를 테마로 지난 5월부터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향후 5차 포럼은 오는 11월 6일 ‘사회적 가치 사례’, 6차 포럼은 11월 26일 ‘정책 과제 도출’을 주제로 각각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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