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귀농실습이 계기2012년 도시농업 원년 선포한 서울시다원적 기능으로 도시문제 해결에 기여경작지 확보 문제, 민관협력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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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박
입력 2018.0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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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귀농합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한 국내 도시농업의 흐름과 전망
‘culture(문화)’는 ‘cultivate(경작하다)’에서 유래되었다. 그만큼 농업은 인류의 역사를 꿰어온 존재이자 대대로 전해진 유전자이다. 도시텃밭, 주말농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경작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된 배경이기도 하다. 도시농업의 형태는 뒤뜰, 옥상, 발코니 등의 소규모 텃밭과 도시 공터와 공원, 도로변, 도시근교, 커뮤니티 가든 등이다. 세계 식량의 15%가 도시농업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미국농무부, 2011). ‘도시농업’의 개념이 탄생한 계기는 2004년 (사)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시작한 귀농실습이었다.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는데, 실제 참여자 중 상당수가 도시에서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이에 전국귀농운동본부는 2005년 도시농부학교를 열었고, 상자텃밭 보급사업을 펼치며 시민들의 경작본능에 부응했다.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 지자체에서도 관련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2009년 농촌진흥청에 도시농업팀이 신설되었고, 그해 광명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시농업 관련 조례(시민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2010년 11월에는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강동구가 ‘친환경 도시농업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12월에는 송파구가 뒤를 이었다. 2011년은 지자체 도시농업 조례 제정이 붐을 이뤄 10여 곳이 도시농업 활성화 대열에 동참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2011년 11월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도시농업이 제도화된 것으로 시민들의 욕구가 상향식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서울시는 2012년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도시농업 수도를 표방했다. 기후온난화와 열섬화를 막고 생태계 회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도시농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여겼다. 이어 11월에는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도시농업 육성에 본격 나섰다. 텃밭조성, 교육훈련, 자재보급, 정보제공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쳤다.
서울시는 1단계에 이어 2015년 4월 ‘서울도시농업 2.0’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시민주도형 활동공간 확보, 공동체 회복과 사회공익기능 증대, 미래산업 육성으로 일자리 창출, 도농상생과 자원순환 등 4대 목표를 세웠다. 서울시는 오는 2018년까지 도시농업 부지를 2012년 84ha에서 5배 늘려 420ha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내 가정 음식물쓰레기의 5%를 퇴비화해 도시농업에 활용할 방침이다.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먼저 도시농업에 팔을 걷어붙인 곳이 강동구이다. 2010년 둔촌동 텃밭을 조성하며 도시농업에 뛰어든 강동구는 2011년 조례 제정, 2013년 전국 최초 도시농업공원 개장 등의 성과를 올렸다. 강동구는 2010년 226 구좌로 시작한 텃밭을 오는 2020년까지 19만 구좌로 확대해 1가구 1텃밭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4년 10월 열린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은평텃밭가을걷이축제
도시농업은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원적 기능을 갖는다. 먼저 사회적 기능으로서 공동체 문화 회복, 생산적 여가활동, 심신 치유의 기능이 있다. 녹색 일자리 창출 및 녹색경제 기반 마련, 식량자급률 증대 등 경제적 기능도 담당한다. 자원순환, 도시환경개선, 지구온난화 완화, 도시 생태계 복원 등 환경적 기능도 뛰어나다.
도시문제 해결뿐 아니라 도시농업은 숙원과제인 우리 농업 살리기에도 기여한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이해식 강동구청장, 안철환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과 함께 한 대담집『서울을 갈다』에서 도시농업이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다리라고 강조한다. “시민이 도시농업으로 농사를 경험하면 농업에 대해 체득하고 고민한다. 도시농업이 도시도 바꾸고 농촌도 바꾼다. 소비자로서 농업을 견인해 유기농 혁명을 이끈다.”
2013년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도시농업의 서비스산업화에 따른 경제적 가치는 2조5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도시농업은 금전적 가치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한다. 무엇보다 공동체를 회복하고 생태환경을 구현함으로써 삶의 질은 높아진다. 그러나 아직 도시농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땅값이 높아 도시에서 경작지를 구하기 힘들다. 전원농지에 대한 분리과세가 도시농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이 도시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힘들고 정부, 지자체가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안철환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는 『서울을 갈다』에서 “경작지 확보를 위한 땅 찾기, 땅 살리기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작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도시농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에서 경작지를 구하기 힘들기에 공공이 부지를 확보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민관협력으로 진행될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자치구의 도시농업 비전이 달성되면 텃밭 규모가 확충되고 도시농업 관련 사회적경제 기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농업에 뛰어든 서울의 사회적경제 조직들도 도시지역에서 농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텃밭 가꾸기를 통한 어린이 인성/진로/체험교육, 도시농업 강사양성과 농산품의 제조·유통으로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텃밭을 매개로 함께 생산하고 먹거리와 삶을 나누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친환경 퇴비 생산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 농부의 시장 운영으로 로컬푸드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미국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도시농업이 농촌농업보다 앞섰다고 주장했다. 도시농업이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라 인류 초기 농업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자급자족을 위해 주거지에 텃밭을 두고 농사를 지은 주거농업이 도시농업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농업은 잠재돼 있던 ‘농사유전자’를 일깨우고 있다.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푸르게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