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선물하는 1년 12번의 크리스마스만약 크리스마스가 매달 있다면 어떨까?잘나가던 회사를 그만 두고 소셜벤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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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박
입력 2018.01.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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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받아보는 선물꾸러미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만큼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산타클로스의 판타지가 어렸을 때 이미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종교를 넘어서 아직도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꿈꾼다.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기쁨도 알아버렸기 때문인 걸까, 온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그 날만의 따뜻함 때문인 걸까.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을 늘 품고 있던 나는 대학교 3학년 2학기에 ‘사회적기업가정신’이라는 수업을 듣던 중 재밌는 생각을 했다.
벚꽃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처럼 매달 25일이 우리만의 크리스마스라면? 소중한 사람에게 사회적 의미가 있는 선물을 해준다면? ‘1년 12번의 크리스마스’라는 나의 아이디어는 강의 내 투표 1위라는 성과를 달성했지만 종강과 함께 기억 속에 사라져버렸다.
몇 년 뒤, 나는 크리스마스는 잊고 장그래(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같은 인턴 생활에 치여 그저 그런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는 방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이삿짐을 싸던 중, 우연처럼 낡은 일기장 수첩을 발견했다. 입대하며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날의 기록, 공대생의 지루한 나날, 고시 생활하며 너무나 힘들었던 때의 일기 등을 읽던 중 ‘사회적기업가정신’을 들으며 열정이 넘쳤던 나의 모습이 펼쳐졌다. 먼저 나서서 아이디어를 내고 인터뷰하러 다녔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사회적기업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 했다.
지금의 나에게 물어봤다. ‘지금 하는 일에 열정이 넘치는가? 아직도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고 싶은가?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아직 설레는가?’
내가 직접 만든 1년 12번의 크리스마스 상품구성안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국 나는 잘나가던 설계회사에서 퇴사했다. 지금은 시니어 IT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회사에 다니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직을 준비해야 했기에 막막했지만, 다양한 국비 지원 프로그램과 사회적기업 후원업체의 상담이 무척 도움이 됐다. 또 ‘1년 12번의 크리스마스’ 아이디어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선급을 내고 정기적으로 상품을 받아보는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제안으로 ‘SBA서울창업허브Pre-BI 과정’에 발탁돼 멘토링 및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나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선 사회적경제 브랜드, 사회적 가치가 있는 상품들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하기에 1700곳이 넘는 사회적기업과 예비사회적기업 상품, 공정무역 제품을 공부하고 있다. 만 원 이하 가격대의 리워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박한 제품 위주지만 모두 경쟁력 있는 기업들의 제품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찾아본 제품 중 몇 가지를 자신있게 추천한다.
더사랑(thesarang.co.kr)
청년 지적장애인과 고령자가 함께 파트너로 일하는 사회적기업. 일상생활에 필요한 구급키트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동구밭(donggubat.com)
텃밭을 매개체로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성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예비사회적기업.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로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천연비누를 판매한다.
에이드런(withadren.com)
아이들의 동심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제작한 생활소품들을 판매하는 소셜벤처. 보육원 아이들에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미술교육을 제공하며 수익의 3%를 아이들의 교육에 재투자한다.
위드마이(buyforlove.co.kr)
위드마이는 치과의사가 설립한 회사로 유해성없는 치약을 판매하고 있다. 치약 판매 수익금을 국내외 어린이들의 구강건강을 위해 기부한다. 또한 위드마이 치약은 국내 최초 비건 인증 치약으로 미국 PETA와 영국의 Vegan Society에서 인증을 받은 동물실험반대 비건 치약이다.
‘내가 가는 방향이 옳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딜지라도 나는 자신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나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