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공간을 실험실로 만들어보자는 '리빙랩(living lab)' 활동. 사회혁신의 새로운 ‘장르’로 꼽히는 리빙랩에서 여성의 비중은 얼마나 클까?

지난 25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제1회 리빙랩과 젠더 포럼’은 젠더 관점에서의 리빙랩을 논했다. 이날 행사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STEPI), 온랩, 다양성임팩트연구소가 주최했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튜브 채널 ‘한국리빙랩네트워크TV’로 온라인 생중계됐다.

‘리빙랩’이란 2004년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윌리엄 미첼 교수가 처음 내놓은 개념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 사용자가 될 시민·전문가가 문제해결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기술을 실험한다.

정책 지향성 전환→여성 비중 확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TV 유튜브 갈무리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TV 유튜브 갈무리

제1발제를 맡은 성지은 STEPI 연구위원은 ’젠더 관점에서 본 리빙랩 활동의 평가와 과제‘란 제목으로 여성의 리빙랩 활동을 평가, 이를 연대·확장하고 고도화할 방안을 검토했다.

성 위원은 연구개발 정책의 지향 자체가 변했으며, 이는 여성 비중 강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경제성장·산업발전이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빈곤을 퇴치할지, 지속가능한 에너지 보장을 달성할지 등 사회적 가치로 지향점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 혁신 전반의 주체가 기존에는 산-학-연-관 전문가였다면, 이제는 사회문제의 당사자이자 최종 사용자인 국민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속가능한 사회·기술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사회혁신 및 전환의 주체이자 최종 사용자·수요자로서 여성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로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을 들었다. 그는 “동네 여성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이룬 에너지전환 운동”이라며 “마을연구원으로 조직화가 이뤄지면서, 정부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주체로 성장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신하영 다양성임팩트연구소 대표. 사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TV 유튜브 갈무리
신하영 다양성임팩트연구소 대표. 사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TV 유튜브 갈무리

신하영 다양성임팩트연구소 대표는 인공지능(AI)의 등장과 초연결·뉴노멀의 변화 상황에서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여성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은 생태적 접근과 다양성과 포용, 로컬과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는 인터넷 공간, 로컬혁신, 돌봄노동 분야에서 여성들이 주도하는 사회적 변화가 절실해질 것"을 강조하면서 "리빙랩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이자 새로운 참여방식"이 될 것임을 주장했다.

서정주 온랩 코디네이터. 사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TV 유튜브 갈무리
서정주 온랩 코디네이터. 사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TV 유튜브 갈무리

서정주 온랩 코디네이터는 제3발제 ’리빙랩 활동에서 요구되는 여성의 리더십과 과제‘란 제목으로 지역사회 생활자가 중심이 되어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공동 창출하는 방법론으로서 리빙랩의 의의를 검토했다. 특히 다양한 사회문제를 접하는 여성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사례를 소개하며,리빙랩이 여성의 성장과 역량을 펼치는 장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여성 참여 아직 부족...리빙랩은 ’젠더혁신‘의 장”

사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TV 유튜브 갈무리
사진=한국리빙랩네트워크TV 유튜브 갈무리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리빙랩 활동에서 여성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점검하고, 사회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송위진 STEPI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되는 패널토론에는 김민수 동국대 교수, 신혜선 이로운넷 편집국장, 이보현 ㈜엔유비즈 대표, 임소연 숙명여대 교수, 허정은 한국연구재단 공공기술단장이 참여했다.

허 단장은 “과학기술계에 여성이 20% 정도인데, 리더 역할을 하는 건 평균 10%”라며 “리빙랩 관련 사업도 여성이 주도하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재단에서 2010년부터 공공복지·사회문제해결형·주민공감 사업 등 100개 이상의 리빙랩 과제를 수행했는데, 연구 책임자로 참여한 여성은 단 8명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리빙랩 관련 네트워크와 협업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차기 여성 과학 리더를 양성하는데 기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임 교수는 ’젠더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젠더혁신’이란 성·젠더 분석을 하나의 도구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이다. 과학기술 연구에서 성과 젠더의 차이를 고려하겠다는 거다. 그는 “연구자나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성’의 차이를 연구에 도입하는 건 익숙하지만, ‘젠더’ 차이를 도입하는 방법은 잘 모른다”며 “리빙랩 활동은 젠더혁신과 맞닿아있으므로 이 성과를 학문적으로 승화해 다른 연구자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신 편집국장은 리빙랩이 잘 확산하려면 현장에서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발언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담당자들이 리빙랩 연구자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들을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또, 리빙랩 연구자 한 명 한 명이 기업가정신으로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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